개구즉착(開口卽錯). 입만 열면 헛소리라는 뜻이다. 불문(佛門)의 옛 선사가 남겼다는 이 사자성어를 인용했다. 그리고 야유를 날린다.
“군주의 생각이 천박하여 밖에서 쉽게 볼 수 있고, 그 계획을 경솔히 누설하며… 성품이 지나치게 강하여 남과 화합할 줄 모르고… 국가의 이익을 생각지도 않으며… 그 누구도 자기에게 미치지 못한다고 생각하면 그 나라는 멸망한다.”
한비자에 나오는 망징(亡徵)편의 내용이다. 그 비유를 들이대면서 정면 공격에 나선다. 누구를. 대한민국의 대통령이다.
참 많은 말을 쏟아냈다. 그 때마다 반드시라고 할 정도로 사단이 났다. 충정의 충고가 없었던 게 아니다. 그러나 막무가내다. 그러기를 3년도 훨씬 지났다. 그 대통령에게 마침내 쏟아진 야유와 비난이다. 망국의 군주와 비교하는 정도로 막가자 식이다.
대통령의 입은 그러나 여전히 쉼이 없다. 새해 들어서도 계속 말을 토해낸다. 아주 거친 말들이다. 국민의 평가를 포기했다, 신경 안 쓰겠다고 했다. 마치 국민을 향해 대드는 것 같다. 그리고 언론을 불량식품으로 묘사하더니, 뒤이어 느닷없는 개헌 제안이다.
대단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다. 그 언어가 지닌 폭력성도 폭력성이다. 거기다가 조금도 기가 죽지 않아서다. 10명 중 9명이 외면하는 대통령이…. 무엇이 그토록 대통령으로 하여금 계속 말을 하게 하는가.
떠올려지는 게 없지 않다. 권위주의와 전체주의 형으로 독재자들을 구분한 진 커크패트릭이 일찍이 남긴 말이다.
“좌익독재자에게는 말이 통하지 않는다. 하나 같이 광신적 이데올로기의 포로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이상(ideal)이란 것에 모든 걸 건다. 그리고는 상식적인 인간의 말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확대해 적용하면 이런 풀이가 가능하다. “이념 과잉의 정치지도자들은 좀처럼 남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 소신성 착각인지, 착각성 소신인지 그런 것에 사로잡혀서다.”
사람은 원래 말이 통하게 창조되어 있었다. 그 인간들이 탑을 쌓다가 하나님의 저주를 받아 나뉘었다. 같은 말을 하는 계열끼리 나누어진 것이다. 성서의 바벨탑 이야기로, 언어분화의 근원을 말해준다.
뒤집으면 그 이야기는 이렇게 들린다. 공통된 언어를 말하지 않을 때, 다시 말해 ‘마음의 언어’가 서로 다를 때 생기는 것은 분열에, 다툼이다. 끼리끼리의 언어는 그러므로 증오를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내란상태를 불러온다.
왜 끊임없이 대통령은 거친 언어를 사용하고 있는가에 대한 다른 측면을 이야기해 주고 있다. 주목해야 할 게 있다. 그 표현도 표현이지만 그 표현 속에 담긴 대통령의 이념이다. 진정을 토로하는 양 비속어를 사용했다. 그 말끝이 가리키는 방향은 그러나 항상 왼쪽이다.
온갖 험한 말로 언론을 공격했다. 그 표현 속에는 언론으로 상징되는 것, 자유민주주의의 본질에 대한 부정이 교묘히 스며있다. 문제는 결국 이념으로 귀착되고 있는 것이다.
왜 거친 말을 사용하나. 대통령은 대한민국이라는 사회를 자기의 언어 표현 속에 담아내려고 하기 때문이다. 그 언어는 그러나 끼리끼리의 언어다. 그 끼리끼리의 사람들에게 그 말은 때로 달콤하게 들린다. 마치 사랑의 밀어처럼. 끼리끼리는 이해가 되는 좌파의 언어이니까.
그 말을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못 알아듣는다. 80%의 한국민이 대통령에게 고개를 흔들고 있다. 그 증좌다. 또 다른 여론조사는 더 충격적이다. 대학생들도 대통령의 말을 못 알아듣겠다고 아우성이다. 서울대생의 16%만이 대통령을 지지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은 말을 끊임없이 토해낸다. 왜. 비유하자면 이런 게 아닐까. 동류(同類)를 부르는 소리다. 늑대의 규성을 몹시 닮았다. 파충류의 울음으로도 비유될 수 있다. 계속 소리를 내는 거다. 동류가 모인다. 소리가 합쳐진다. 작은 소리지만 그 소리가 커지면서 공명(共鳴)작용을 일으킨다.
그 때 일어나는 것이 언어의 괴리현상이다. 그 속으로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것이다.
꿈을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그 가능성 타진의 첫 스텝이 개헌 제의다. ‘1987년 체제의 정치구조’는 끝났고, ‘6.15 선언이 새로운 시대정신’이라는 선전선동과 함께.
그 가운데 그 동류를 부르는 소리는 계속 이어질 것 같다. 민주화의 이름으로, 평화의 이름으로, 또 민족화해의 이름으로. 그리고 남북정상회담의 화려한 팡파르의 형태로.
대통령 선거의 해인 2007년은 가장 시끄럽고, 또 가장 긴(The Longest) 해가 될 것 같다.
sechok@koreatimes.com
<옥 세 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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