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태(시인)
정월, 창밖의 온도가 아무리 차가워도 집안의 온도가 따뜻한 정월, 정월의 눈동자는 맑고 정답고 따스하다. 정월에 만나는 사람은 우선 그 말소리부터가 다르다. 일년 내내 이어졌으면 좋은 인사말을 지극한 목소리에 담아 건넨다. “새해에는 소원 성취하십시오’ 혹은 “내내 건강하십시오” 또는 “가내 무고하시고 행운이 깃들기 바랍니다” 모두 완성에 가까운 인사말이다.
뉴욕 일원에 사람들은 많지만 정작 뉴욕한인회에 관심을 두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가 않다. 그러나 한인이라면 누구나 한인회의 발전을 바라고 있으며, 발전하는 그 한인회가 한인회장이 아니라 진정으로 한인들을 위하여 한인들을 대표하는 회가 되어주기를 바란다. 신문을 들고 이곳 저곳을 읽다가 혀를 차지 않을 수 없는 글귀를 발견하였다. 별 볼일 없는 사람도 국회의원이 되면 평소에 연습이 되어있지는 않지만 거기에 걸맞는 말투와 몸에 배여있지 않았어도 거기에 걸맞는 정중한 행동으로 사람들을 대하려고 노력한다. 제대로 배우지 못한 사람도 그렇게 하다보면 맹자의 말씀대로 스스로 깨닫고 아는 바가 생기고, 스스로 깨우친 세상 보는 눈으로 새로운 능력을 하나하나 배양하고 실천할 수 있게 된다.
한인회장이 별건가? 누구든지 공탁금 내놓고 선거랍시고 출마하면 경합을 한다해도 절반의 확률은 내 것이 되는 현실이 뉴욕한인회장 자리인 것이다. 뉴욕의 한인사회에는 현재의 한인회장 보다 덕목이 높고 학벌이나 학식, 나아가서는 전문지식 뿐만 아니라 세상을 보는 지혜의 눈을 가진 훌륭한 사람이 손가락으로는 셀 수 없을 만큼 많다.
기자회견장에서 한국일보 기자에게 “나가라!” “무식한 소리 말라”는 등의 언행은 한인회장으로서가 아니라 이경로란 사람의 인품과 뉴욕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됨을 스스로 평가한 결과다. 나는 이경로란 사람이 뭘 하며 사는지, 어디서 어떻게 살았는지, 학교는 어디를 나왔으며, 그 사람의 전직이 무엇인지 아무 것도 모른다. 그동안의 행적을 봐서 꽤는 시끄러운 사람이구나, 융화를 잘 모르는 사람이구나, 한인회장의 위상 자체가 뭔지를 잘 모르는 사람이구나… 할 정도의 관심이었지 별로 가까이하고 싶은 사람은 아니었다.
한인회장이 벼슬인 줄 알면 그것은 본인에게 여러 면으로 손해일 뿐, 앞으로의 그의 인생 진로에 보탬이 될 일은 없다.기회란 쓰는 자에게 이로울 수도 있고, 후회가 될 수도 있다. “꼴뚜기가 어물전 망신을 시킨
다”란 우리의 속담이 있듯이 꼴뚜기에게 갓을 씌워준다고 해서 꼴뚜기가 양반이 되는 것은 아니다. 여기 저기에서 치루어지는 한인 행사에 자비를 써가면서 몇 마디, 일년에 몇번 오라지도 않는 뉴욕방문 한국 정치인의 저녁 밥상에 시중들며 술 몇잔, 악세사리 장사에 벌어놓은 돈이 얼마나 되는지는 몰라도 한인회장을 하더니 근래에 와서는 누구를 접대하려는지 벤츠 차를 굴리더라 하는 소문을 자기만 모르는 사람이다.
공수래 공수거란 말은 인생살이에만 고리를 거는 말이 아니다. 한인회 회장 자리도 지나고 보면 뜬구름에 지나지 않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 것이다. 그동안 한인회를 이끌던 전직 회장들을 보라! 그리하면 많은 거울이 되어줄 것이다. 공직이 무엇인지를 알거나, 공직을 해 본 사람은 언행부터 다르다. 대중들의 소리가 거칠어도 머리를 내려 조아리고 대중들에게 향하는 말을 조심스럽게 높인다. 그렇게 하는 것이 그의 인품이고 신뢰도인 것이다. “무식한 소리 말라!” 거침없이 던지는 한인회장 이경로의 말… 앞으로는 또 어떤 말이 나올까? 한국에서 온 기자나, 한국에서 온 국회의원에게도 “한국의 정치가 뭐 그래! 무식한 사람들아!” 할 것인가?
“새해에는 소원 성취 하십시오” “새해에는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하시는 사업이나 귀댁에 행운이 깃들기를 한인회장으로서 기원합니다” 한다면 얼마나 우러러보이는 따뜻한 언행인가! 겨울이다. 손이 차가운 뉴욕의 겨울이다. 사나운 손톱으로 남을 긁어내리는 손보다는 내 손을 먼저 녹여 남의 손을 따스하게 해주는 장갑이 되어 주자. 이런 마음이 아직도 생기지 않는다면 칭찬받고 수고의 박수를 받는 한인회가 아니라 난장판의 한인회가 될까 매우 염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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