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담 후세인 30일 전격 교수형
집권 중 시아파 주민을 학살한 혐의로 기소돼 사형선고를 받은 사담 후세인(69) 전 이라크 대통령이 30일 교수형에 처해졌다.
이로써 1979년 대통령이 된 뒤 2003년 3월 미국의 침공을 받을 때까지 24년 간 이라크를 철권통치한 후세인은 고향인 티크리트의 한 농가 지하토굴에 은신해 있다가 미군에 생포된 지 3년 17일 만에 파란만장한 삶을 마감했다.
후세인이 처형당한 뒤 시아파 거주지역에서 후세인 지지자들의 소행으로 보이는 차량폭탄테러가 일어나 이라크의 폭력사태가 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국제사회는 후세인의 처형을 놓고 격렬한 찬반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처형 순간 = 후세인은 이슬람권의 가장 큰 축제인 희생제가 시작된 이날 오전 6시께 교수형 방식으로 처형됐다. 2003년 12월 후세인을 체포한 뒤 그를 3년 간 구금해 온 미군은 형 집행 직전에 이라크 사법당국에 후세인의 신병을 인계했으며, 처형은 미군 관계자들이 참석하지 않은 가운데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형 집행을 목격한 이라크 관리들은 후세인은 끝까지 고압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말했다.후세인은 1982년 자신의 암살 기도사건이 발생한 바그다드 북부의 두자일 마을의 시아파 주민 148명을 체포해 처형토록 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사형선고를 받았으며, 지난 26일 사형이 확정됐다.
형은 바그다드 북부의 카다미야에 있는 후세인 정권 시절의 정보부 본부 건물에서 집행됐다. 이 건물은 후세인 집권 때 후세인 정권에 저항하던 수많은 인사들이 체포돼 가혹행위를 당해 숨진 곳으로 알려져 있다.
형장에 있던 목격자들에 따르면 후세인은 일반 사형수들과는 달리 형 집행 당시 얼굴을 가리지 않았다. 후세인은 교수대에서 비교적 침착한 모습으로 `알라는 유일하며 무하마드(마호메트)는 알라의 예언자다’라는 무슬림들의 신앙고백을 한 뒤 곧바로 처형됐다.
이라크 국영 TV는 후세인이 처형당하기 직전의 모습을 형 집행 6시간여 만에 방송했다.검은 옷을 걸친 후세인은 긴장된 표정으로 눈과 코 부분에 구멍이 뚫린 검은 천을 둘러쓴 채 사형집행관 3∼4명에게 이끌려 교수대에 올랐다. 30초 정도 길이인 이 장면에 처형 순간은 담겨 있지 않았다.
무와파크 알-루바이에 이라크 국가안보보좌관은 후세인은 처형 순간까지 집권 중 저저른 반인륜 범죄들에 대해 뉘우치는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사형집행은 이날 오전 6시에 임박한 시간대에 이뤄졌다며 후세인은 교수대에 매달린 뒤 곧바로 사망했다고 말했다.
이라크 당국은 두자일 주민 학살사건에 연루된 혐의로 후세인과 함께 사형을 선고받은 후세인의 이복동생인 바르잔 이브라힘 알-티그리티 전 정보국장과 아와드 알-반다르 전 혁명재판소장에 대해서는 희생제가 끝나는 내주 중에 형을 집행할 예정이다.
요르단에 머물고 있는 후세인의 딸은 후세인의 시신을 예멘에 잠시 매장했다가 이라크가 해방되면 이장하겠다고 밝혔다.

◇저항테러 본격화 조짐 = 후세인에 대한 사형 집행으로 그의 지지세력인 수니파 세력의 극렬한 저항이 예상되는 가운데 바그다드에서 남쪽으로 160㎞ 떨어진 시아파 지역인 쿠파에서 이날 차량폭탄테러가 일어나 적어도 30명이 숨지고 45명이 다쳤다.
쿠파는 시아파 강경 지도자인 무크타다 알-사드르의 본거지로, 시아파 성지인 나자프와 인접해 있다. 나자프에서는 시민 수백 명이 후세인 처형을 축하하는 거리행진을 벌였다.
후세인 측 변호인단의 한 변호사는 후세인이 처형당한 직후 알-자지라 방송에 출연해 조지 부시는 아랍인의 피에 목이 말랐다. 3년 전 그는 민주주의와 안전을 보장한다고 했지만 지금 이라크에서 벌어지는 것을 똑똑히 보라고 적대감을 드러냈다.
미군과 이라크 보안군은 후세인 처형 후 발생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고도의 경계태세에 들어갔다.

◇후세인 처형에 국제사회 양분 = 이라크를 침공한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은 후세인에 대한 사형집행을 이라크 내에서 민주주의를 세우는데 중대한 이정표라고 평가하면서 형 집행을 반겼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텍사스주 크로퍼드 목장에서 발표한 성명을 통해 후세인에 대한 형 집행은 이라크 국민과 이라크에 주둔해 있는 미군이 어려운 해를 마감하는 때에 이뤄졌다면서 후세인 처형은 이라크를 민주국가로 만드는 데 있어 중대한 사건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함께 후세인 축출공격에 나섰던 영국의 마거릿 베케트 외무부 장관도 성명을 통해 후세인이 최소한 이라크인들에게 자행한 끔찍한 범죄 중 일부에 대해 이라크 법정의 심판을 받은 것을 환영한다며 그가 죗값을 치렀다고 말했다.
후세인의 처형을 반대했던 프랑스는 외무부 성명을 통해 프랑스는 모든 이라크인들에게 미래를 내다보고 화해와 국가적 단합을 위해 노력할 것을 당부한다며 지금은 과거 어느 때보다도 주권의 완전한 회복과 안정이 목표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지난 91년 걸프전 때 이라크 군으로부터 미사일 공격을 받았던 이스라엘과 1980년 대 이라크와 8년 간 전쟁한 이란은 후세인의 처형을 환영했으나 하마스 등 후세인을 지지한 일부 아랍ㆍ이슬람권 정치세력들은 처형을 규탄하고 나서는 등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내각을 이끌고 있는 하마스는 후세인에 대한 사형집행을 정치적 암살이라고 규정한 뒤 이는 전쟁포로를 보호하도록 돼있는 국제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반발했다. 리비아는 이날부터 3일간을 국가 애도기간으로 선포했다.
또 국제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는 후세인이 소름끼치는 광범위한 인권유린 행위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겠지만 그의 행위가 아무리 야만적이었다 하더라도 이번 처형을 정당화시키지는 못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런 가운데 누리 알 말리키 이라크 총리는 후세인을 지지하는 수니파 정파인 전 바트당원들에게 이라크 안정화 작업에 동참할 것을 호소했다.


◆후세인 후세인의 주요 범죄 혐의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이 1980년대 시아파 148명을 살해하고 쿠르드족 민간인 처형과 집단학살 등의 혐의로 30일 교수형에 처해졌다. 후세인 전 대통령의 공범들에 대한 재판은 향후 계속되겠지만 후세인 개인에 대한 사법처리는 이로써 종료됐다. 다음은 25년 통치기간 동안 자행된 후세인의 연도별 주요 범죄 혐의다.

▲1983년 = 현 쿠르드족 자치정부 수반인 마수드 바르자니의 쿠르드족에 대한 탄압으로 쿠르드족 8천여명이 사망했다. 많은 시아파 종교지도자들이 1980-1999년 사이에 처형됐다. 이들 중에는 1980년 처형된 그랜드 아야톨라 모하메드 바케르 알-사드르 등이 포함됐다.또 1999년 그의 사촌인 아야톨라 모하메드 사데크 알-사드르가 처형당했는데 이들의 추종자들은 후세인 일당을 비난했다.

▲1980-88년 = 이란 사법부는 지난해 이라크의 후세인을 상대로 집단 학살과 인도적 범죄,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 화학무기 사용 등을 담은 기소장을 제출했다.

8년 동안 진행된 이란-이라크 전쟁으로 양측에서 100만명에 가까운 희생자가 발생했다.

▲1987-88년 = 이라크 정부군이 쿠르드족에 대해 대규모 포격과 공습, 죽음의 수용소, 독가스 공격 등을 감행해 18만2천여명을 학살하고 남부 이라크 지역으로 추방했다. 후세인과 6명의 피고인들이 쿠르드족이 이란에 동조했다는 이유로 자행한 이른바 ‘안팔(전리품) 작전’으로 인한 학살 혐의로 기소됐다.

▲1988년 = 이라크군 전투기가 할라브자 지역에 가스탄을 투하해 불과 수초 만에 5천여명의 쿠르드족을 살해했는데 희생자의 대부분이 여성과 어린이들로 확인됐다. 당시 화학무기 공격에 의한 부상자만도 1만여명에 달했다.

▲1990년 = 1990년 8월 침공을 받은 쿠웨이트는 사담 후세인에게 사형선고를 내려줄 것을 요구했다. 올해 초 공식으로 제출된 소장에는 불법적으로 쿠웨이트를 침략해 쿠웨이트 국민을 살해하고 고문했으며 유정을 비롯한 사회기반 시설을 파괴했다고 후세인의 죄목을 자세히 나열했다.

▲1991년 = 1991년 걸프전 이후 미군 주도의 다국적군에 의해 쿠웨이트에 침공했던 이라크군이 패퇴할 당시 남부 지역 시아파의 폭동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시아파 수천명을 살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후세인 시신 고향에 매장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의 시신이 31일 티크리트 인근에 있는 고향마을인 오우자에 매장됐다고 알-자지라 TV가 보도했다. 오우자에는 지난 2003년 이라크전쟁 과정에서 사망한 후세인의 아들 우다이와 쿠사이의 묘가 있다.
후세인의 출생 부족인 알부-나시르족의 알리 알-니다 대표는 기자들에게 후세인의 시신이 사형 집행 후 24시간이 지나지 않은 이날 새벽에 매장됐다고 밝혔다.앞서 후세인의 시신은 알부-나시르족 대표를 비롯한 그의 고향마을 대표단이 수습해 티크리트로 옮겼다.

◆바트당, 對 美.이란 보복 촉구
사담 후세인 전(前) 이라크 대통령 추종세력인 바트당은 30일 후세인 처형에 대한 보복으로 미국 점령자와 시아파인 이란에 무자비한 보복을 가할 것을 국민들에게 촉구했으나 국가가 내전에 휘말려서는 안된다고 경고했다.
바트당은 이날 자체 인터넷(www.albasrah.net)을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오늘은 당신에게 위대한 날이라며 이라크 내 공동의 적인 미국과 이란에 대해 무자비하게 공격하라고 호소했다. 이 성명의 진위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