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공백은? 예산은? 선결과제 많아
육군 18개월로 단축땐 13만명 줄어…유급지원병 2만명에 3,000억 필요
청와대의 군 복무기간 단축 검토 발표에 이어 유급지원병제까지 거론되면서 병역제도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병무청은 내년 상반기 내로 복무기간 단축 방향을 결정한다는 방침이고 국방부는 2008년부터 유급지원병제를 시범실시한다는 계획이다. 국방개혁 추진안에도 모병제를 장기적 과제로 두고 복무기간 조정과 유급지원병제의 추진을 밝히고 있다. 현 제도의 수정 보완 개선에 대한 정부의 의지는 확고한 셈이다. 하지만 급격한 병력감축에 따른 전력공백과 예산 확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개혁을 달성하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의무복무 기간 단축
현재 24개월인 육군의 의무 복무기간을 6개월 단축하면 43만명인 육군 사병의 규모는 4분의1인 13만명이 줄게 된다. 2020년까지 사병의 숫자를 22만명으로 감축하겠다는 육군의 ‘선진형 인력구조 설계’를 감안하면 목표를 조기달성하는 것이다. 하지만 육군은 복무기간 단축 방안이 썩 달갑지는 않다. 육군은 2010년까지 2만여명을 우선 감축하고 목표연도인 2020년까지 단계별ㆍ점진적으로 감군을 추진할 계획이다. 복무기간을 단축할 경우 급격한 병력감축이 불가피해 점진적 감군을 원하는 육군 계획과는 어긋난다.
2020년까지 전체병력을 50만으로 감축한다는 내용의 국방개혁법도 군 복무기간의 단축에는 상당히 신중하다. 국방부 당국자는 “병력 감축안은 저출산 시대 병역자원 감소를 염두에 둔 대비책일 뿐 어떤 수단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는 아니다”고 말했다.
병무청은 관계부처 합동으로 9월부터 ‘병역자원연구기획단’을 구성, 국방개혁 2020 추진에 따른 병역자원 수급상황과 전투력 강화를 고려하면서 군 복무기간을 단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병무청은 2008년까지 병역자원 수급동향이 불안정하다고 판단하고 있어 6개월 이상의 대폭 단축은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유급지원병제 도입
유급지원병제는 복무기간 단축과 맞물려 추진될 수밖에 없다. 국방부 관계자는 “군 복무기간이 줄어들면 경계임무를 위주로 하는 일반 보병이야 문제가 없겠지만 숙련도가 필요한 특기병 확보에 비상이 걸린다”며 유급지원병제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기갑병과인 전차병의 경우 훈련소 생활 6주일과 특기병 양성을 위한 후반기 교육 8주를 거쳐 자대에 배치된 이후에도 6개월 동안 부사수로 활동해야 비로소 사수가 된다. 현재도 15개월에 불과한 사수기간은 복무기간이 18개월로 단축되면 10개월로 줄어 숙련된 사수의 공백이 우려되기 때문에 유급지원병제 등 대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문제는 예산 확보다. 현역 복무를 마친 뒤 1년 가량 추가복무를 지원할 경우 하사(1호봉) 월급 132만원을 기준으로 대략 연봉 1,500만원을 지원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가 2020년까지 유급지원병을 2만명까지 확보할 경우 연간 3,000억원 가량의 예산이 확보돼야 한다. 국방 소식통들은 “육군의 경우 2020년까지 현재 6만여명인 부사관을 10만 이상으로, 여군도 7,000여명으로 2배 이상 늘릴 계획”이라며 “유급지원병까지 고려하면 인력구조 개선에 드는 막대한 예산을 충당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모병제와 사회복무제
청와대는 복무기간 단축 검토를 발표하면서 모병제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시기상조라는 것이다. 국방부도 모병제는 장기과제로 두고 중간단계로 징병ㆍ모병 혼합병제인 ‘복무기간 조정과 유급지원병제 도입’을 설정하고 있다.
모병제로 전환하는 데는 막대한 예산도 문제지만 국민 개병제(皆兵制)라는 제도상의 어려움도 있다.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해 사회봉사 등의 대체복무를 허용하자는 논의가 ‘일부 예외를 인정하면 국민개병제와 국방의 의무가 점차적으로 훼손된다’는 반대주장에 막혀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청와대는 독일의 사회복무제도를 대체복무의 하나로 거론하면서 정책변화를 시사했다. 국방부도 내년 6월까지 종교와 관련한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대체복무를 포함한 대체복무 전반에 관한 원칙과 기준을 마련할 예정이다.
김정곤 기자 jkkim@hk.co.kr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