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륭웅(공학박사)
요즘 식품보조제(Dietary Supplement)의 광고가 유난히 많다. 식품보조제란 문자 그대로 ‘매일의 식사로부터 다 섭취할 수 없는 영양분을 따로 공급해 주는 것’이다.
이 정의는 미 연방정부의 ‘식품보조제 건강과 교육에 관한 법’(Dietary Supplement Health and Education Act)에 따른 것으로, 식품보조제는 필(pill), 캡슐, 타블렛 및 액체의 상태로 공급되며 비타민, 광물질, 허브(herbs-약용식물), 아미노산, 각종 추출물 등이 포함된다.
미연방 식품의약국(FDA)은 식품보조제를 약이 아닌 음식으로 규정한다. 따라서 FDA는 식품보조제의 효능에 관해 아무런 간섭을 할 수도 없고 실제 하지도 않는다. 먹는 음식이기 때문이다.
미연방 농무성은 미국인이 건강하기 위해 매일 섭취해야 하는 식사 구성표가 있다. 예를 들어 채소와 과일은 하루 다섯번씩 먹어야 한다는 것 등이다. 이 식단에는 놀랍게도 종합비타민이 들어있다. 즉, 정부가 비타민을 식품으로 보고 있으며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매일 먹어야 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다.
다시 말해 우리가 매일 먹는 식품으로는 필요한 비타민을 섭취하기 힘들다고 보는 것이다. 사실이 그렇고, 비타민과 식품보조제를 음식으로 보는 견해는 FDA나 미 농무성이 똑같다. 미연방 무역위원회(Federal Trade Commission;FTC)는 식품보조제의 광고에 관한 감독권이 있다. FDA는 식품인 식품보조제의 효능에 관해서는 관여치 않고 다만 안정성만을 문제 삼는다. 효능이 없더라도 먹어서 해만 끼치지 않으면 된다는 얘기다. 먹는 식품이 무슨 효과가 있고 없고를 정부가 간섭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FTC는 식품보조제가 ‘무슨 질병을 치료하고 예방한다’고 광고하지 않는 이상 위법으로 보지 않는다. 많은 식품보조제가 건강보조제, 더 나아가서 치료약으로 둔갑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그런데 이런 식품보조제의 광고에 단골로 등장하는 메뉴가 있다. 암, 당뇨, 고혈압, 관절염, 신경통 등등 현대의 모든 고질병에 다 효과가 있으며 어떤 때는 치료, 예방한다고까지 말하고 있다.만약 그렇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많은 경우 ‘FDA의 공인 획득’이라거나 ‘FDA가 안전성 입증’이라는 문구를 쓴다. 내가 잘못 알고있는지는 모르지만 식품보조제는 FDA의 관여사항도 아니며 사고가 생겨서 고발이 들어가지 않는 이상 FDA는 안정성 조사를 하지 않는다.
현재 수많은 종류의 비타민이 팔리고 있지만 성분표에 있는 그대로 함량이 들어있는 것은 많지 않다. 그래도 그들이 해가 되지 않는 이상 FDA는 간섭치 않는다.그래서 보다 못해 소비자 보호단체에서 자체 조사를 통해 결과를 발표하여 소비자를 교육시킨다. 어떤 비타민의 성분이 표시함량보다 훨씬 미달하고 또 어떤 것은 유해물질까지 들어있어도 소비자/단체가 고발해야 FDA는 움직인다.
고질병에 걸려서 고통을 받는 사람들은 죽고 사는 문제를 떠나서 고통만이라도 좀 덜했으면 하고 바란다. 이 약도 써보고 저 약도 써보지만 효과가 없을 때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과대광고에 현혹될 수 있다. 그래서 그런 것들을 사서 썼는데 부작용만 생기고 그러다가 치료 시기도 놓친다면 그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원래 처방약은 연구개발-특허 신청-동물실험-인체 임상실험을 통해 안전성과 효력이 입증될 때 FDA가 시판을 허락한다. 그런 엄격한 과정을 거쳤는데도 부작용 때문에 문제가 생긴다. 식품보조제의 경우 이런 과정을 거의 거치지 않는다고 보여진다.원래 인체 임상실험은 최소단위가 100명 정도이고 그 결과가 같은 수준의 동료들로부터 검증을 받아야 한다(peer reviewed). 많은 식품보조제의 경우, 마치 이런 peer review를 거친 것처럼 교묘한 말로 현혹시키는 것은 사기에 가깝거나 사기이다. 범죄행위라 보여진다. 그 사기의 결과가 귀중한 생명이라면 어쩌겠는가.
우리 한국인은 이런 과대광고에 습관이 되어있지 않나 하고 생각될 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 적어도 건강에 관한 문제에만은 이런 과대광고가 없어야 할 것이다. 그 피해는 특히 우리의 부모님들이 보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정직하다는 것은 모든 도덕의 최상위 개념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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