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 얼 때까지 기다렸다
한밤중에 따내 바로 압축
얇고 긴 병에 담긴 ‘아이스 와인’(Ice Wine)을 아시나요?
얼음으로 만든 와인이 아니다. 살을 에는 겨울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동태처럼 얼어붙은 포도송이를 따다가 즉석에서 으깨어 주스를 뽑아 발효시켜 만드는 와인을 말한다. 단맛이 강하고 신맛이 풍부해 디저트 와인으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는 와인. 곰팡이가 만드는 ‘귀부 와인’, 캘리포니아 ‘화이트 진판델’과 함께 제3의 와인으로 불리며 애호가들의 사랑을 독차지한다.
병 모양부터 다르다. 일반 와인병을 둘로 나눈 듯 가늘고 길어 세련되고 섹시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그 단맛으로 말하자면 첫사랑과 나누는 첫 키스의 달콤함으로 표현할 정도. 그래서 ‘신이 내린 와인’(nectar of the Gods)라고 불리기도 한다. 캐나다에서는 요즘 ‘아이스 와인’ 수확이 한창이다. 아이스 와인의 수확 적기가 화씨 10도(섭씨 7~13도)로 내려가는 햇볕 쪼이지 않는 한밤중이여야 하기 때문이다. 수확기는 보통 12월부터 다음해 2월까지.
<흰 눈으로 뒤덮인 포도밭. 앙상한 넝쿨에 주렁주렁 한기를 이겨내며 달려 있는 포도송이들이 수확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위). 캐나다 매고타 와이너리의 아이스 와인>
▲ 아이스 와인의 원리
한여름 내내 태양 볕에 농익은 포도를 가을에 수확하지 않고 내버려 둔다. 찬바람이 불면 가지에 붙은 잎사귀는 낙엽이 되어 떨어지고 벌거벗은 넝쿨에 포도송이만 주렁주렁 매달려 영하의 냉기를 온몸으로 받게 된다. 눈밭에서 참는 것도 잠시뿐,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는 포도송이는 수분을 잃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 수분이 빠지면 그 안에 남는 것은 청포도의 고농도 당분과 신맛뿐이다. 혹여나 수분이 있다 해도 얼음이 되어 포도 껍질에 붙게 된다. 이때가 수확 적기다. 섭씨로 영하의 혹한이 계속되는 날 밤(영하 7도 이하) 인부들이 돌덩이가 되어버린 포도를 손으로 일일이 따다가(요즘은 기계도 사용됨)가 재빨리 양조장으로 옮겨 즉석에서 압축한다.
얼어버린 수분은 껍질에 남은 채 진액만 빠져 나온다.
이 때문에 아이스 와인의 당도는 당분 측정 기계로 35도 이상이나 된다(일반 테이블 와인이 22도 정도). 아이스 와인을 글래스에 따라 한잔 정도 마시면 다음잔에 손이 안갈 정도로 당도가 높은 것도 이 때문이다.
▲가격
가격은 일반 와인에 비해 3~4배 비싸다 보면 된다. 캐나다산 평균 가격은 45달러, 보통 40~50달러 선인데 용량은 일반 포도주의 750ml의 절반인 375ml(반병 크기)가 담겨있다. 캐나다의 유명 와이너리 ‘이니스킬린’ 아이스와인은 100달러 이상 호가하는 것도 있다.
가격이 비싼 이유는 얼은 포도에서 나오는 주스의 양이 워낙 적기 때문이다. 적출량이 일반 와인의 10의1정도로 적다는 것이 이유다. 또 새 또는 야생 동물이 먹지 못하도록 철조망 까지 쳐놓고 보존하니 원가가 많이 들 수밖에 없다.
단맛·신맛 환상의 조화
디저트 와인으로 ‘딱’
▲맛
단맛과 신맛 사이의 밸런스가 아주 좋다. 열대과일을 연상시키는 시고 청량한 맛이 일품이다. 초컬릿이나 단맛이 강한 디저트와 곁들여 마시면 최상이다. 그러나 당도가 높아 여러 잔을 마시기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얼음을 담아 먹기도 하고 하드리커와 섞어 브랜딩해 마시기도 한다.
얼리지 않고 차게해 마시면 좋다.
▲ 어떤 품종의 포도인가
이스 와인의 원산지는 독일이다. 그렇다 보니 아이스 와인은 원조는 독일이 고향인 ‘리슬링’ 포도 품종이 주를 이루고 ‘비달’(Vidal)이 어깨를 견주며 ‘간판스타’ 역할을 한다. 최근에는 ‘카버네 프랑’이 섞이기도 한다. 이들 품종은 껍질이 두꺼워 눈보라 등 혹한에도 터지지 않고 잘 견뎌낼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어디서 생산되나
독일과 캐나다, 호주(뉴질랜드)에서 생산된다. 그중에서도 캐나다가 세계 최대 생산지다. 포도재배에 알맞고 혹한의 기후를 가진 곳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캐나다의 주요 생산지는 온타리오와 나이애가라 반도로 40~50개의 아이스 와인 와이너리가 산재해 있을 정도다. 요즘은 미국 북쪽 지역, 워싱턴 야키밸리에서 세미용 아이스 와인도 생산된다. 캐나다 생산 아이스와인의 3분의1은 미국, 그리고 또다른 3분의 1은 일본과 한국 등 극동아시아로 수출된다. 요즘은 중국에서도 만든다는데 전문가들은 중국산 아이스와인은 얼음밭 포도가 아니라 냉장고에 얼렸다 으깬 포도라며 ‘가짜’로 판명하고 있다.
▲아이스 와인의 유래
18세기 말 독일에서 우연히 발견됐다(독일서는 아이스바인(Eiswine)이라 부른다). 1794년 독일의 푸랑코니아라는 지방에서 수확을 늦추면 농익은 포도를 수확할 수 있다는 기대 속에 한 농부가 수확을 늦췄다가 때아닌 혹한을 당한 것. 모두 얼어붙은 포도를 짜내다가 뜻하지 않았던 고당도의 농축액을 얻게 된 것이다. 이후 상품화 되지 않다가 1800년대 중반들어 레인가우에서 본격 생산,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어디서 살 수 있나
일반 마켓 또는 인터넷 주문도 가능하다. 캐나다는 아예 국가 장려 상품으로 자체 웹사이트까지 만들어 놓고 홍보한다. 캐나다 관광, 특히 캐나다쪽 나이애가라 관광을 간다면 관광 상품으로 전시된 아이스 와인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러나 다량을 구입해 미국으로 되돌아올 때는 관세가 부과된다. 병당 15~45센트이며 영수증을 꼭 지참해야 한다.
<김정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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