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병렬(교육가)
‘오픈 스튜디오’는 무슨 뜻이 있었을까. 친구한테서 받은 초대장을 들고 행사가 열리는 장소를 찾아갔다. 어떤 종류의 행사장에나 신통하게 사람들이 모이는 것을 보면서 또 같은 생각을 하였다. 사람들은 새로움에 대한 갈증을 느끼고 있다고.
행사장은 열려 있었고 참관자들은 제각기 흩어져서 각 층을 오르내렸다. 여기는 큰 빌딩 전체를 미술가들에게 크고 작은 작업장으로 분양하여서 활동할 수 있도록 계획된 장소였다. 이것을 공개하게 된 것은 여러 가지 목적이 있었다고 본다.크게는 빌딩의 사회 공헌도를 일반에게 알리는 것이었을 게고, 개별적인 미술가가 하는 일을 홍보할 수 있었고, 입주 희망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계기가 될 수 있었겠다. 미술가들은 각자의 작업장 문을 활짝 열고 작품과 함께 손님 맞이를 하고 있었다.
한 마디로 이 빌딩은 각종 미술 작품을 생산하는 공장으로 보인다. 미술가들이 다양한 창조력을 발휘할 수 있는 중심지로 보인다. 창작의 에너지가 가득 찬 미술품 제작소로 보인다. 이런 느낌을 주는 까닭은 다수의 다양한 미술가들이 뿜어내는 열기 때문이다.
그래서 같거나 비슷한 취미나 직종을 가진 사람들의 집단지가 갖는 장점을 생각해 본다. 알려진 바로는 한국에도 출판관계·작가들이 모이는 지역이 따로 있다고 한다. 생활 주변을 돌아봐도 같은 상품을 취급하는 가게들이 모여있는 장소가 있다. 이런 현상들이 언뜻 생각하기에는 경쟁심 때문에 서로 피곤할 것 같은데 반대로 장점이 많다는 것이다.
앞에 방문한 미술가들의 집을 예로 든다. 각자의 작업실에서 작업하는 것 보다 집단지에서 서로 자극을 주고 받아 더 좋은 작품을 만들 것이고, 능률도 올릴 수 있을 것이다. 비슷한 상품을 취급하는 가게가 여럿 있는 곳에는 넓은 선택을 하고자 하는 소비자들이 많이 모일 것이다. 또한 각 상점은 소비자를 끌기 위하여 개성적인 방법으로 고객 유치에 나설 것이다.
위와 같은 실물 교류 이외에도 동류의 모임이 주는 혜택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각종 박람회·연구회·세미나 등이 그렇다. 같은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모임에서는 가끔 보물을 찾을 수 있다. 지식과 체험에서 얻은 비결이 교환되기 때문이다. 어쩌면 혼자서 책을 몇권 읽거나, 현장에서 수년의 경험을 쌓는 것보다 유익한 정보를 얻게 될 지도 모른다. 그래서 여기 저기서 계속적으로 각종 모임이 열리고 있다.
교육에서 평준화가 문제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여기서 생각할 것은 ‘무엇이 평준화되어야 하는가’이다. 능력의 평준화인가, 기회의 평준화인가. 당연히 기회의 평준화는 이루어져야 한다. 누구나 교육을 받을 기회가 있어야 하니까.
그러나 능력의 평준화를 부르짖는 것은 무리이다. 사람들의 능력이란 다양한 것이고, 그것들은 개별적인 가치를 가지고 있어 하나로 묶기 힘들다. 특수학교나 특수교실에서 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재능을 키워주는 일이 자연스럽고 필요한 일이다.
학교에 따라서는 성적 우수반이 있다. 명칭은 어떻든지, 비슷한 학력이나 재능을 가진 학생들을 모은 동류학급이다. 이 학급에 가면 경쟁이 심할 것을 우려하여 보통학급에서 공부하는 것을 희망할 수도 있고, 그 반에 들어가기를 희망하는 학생도 있다.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동류 학생들을 모으려는 의도이다. 이것은 경쟁력의 강화를 이룰 수 있는 방법이다. 또한 보통학생들에게도 도움이 된다.
동류라고 함은 같은 종류라는 뜻임이 분명하다. ‘동족’이라면 같은 민족이라는 뜻임은 말할 것도 없다. 그렇다면 같은 민족끼리의 경쟁력이 가장 심한가. 여기에는 의문이 따른다. 오랜 체험에 따르면 생리적으로 다른 민족과의 관계에서 경쟁력이 한층 더 치열한 것 같다. 이것은 민족간의 적대감이 아니고, 선의의 경쟁으로 본다. 마치 스포츠의 승부와도 같은 것이 아닐까.다시, 동류가 모일 때 그것이 큰 힘으로 전환되어 상호 자극하며 열기를 뿜어낸다고 말하고자 한다. 이것이 ‘오픈 스튜디오’에서 얻은 수확이다. 인류사회에서는 물질의 발명품만 배출하는 것이 아니다. 많은 양의 시스템도 양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인류사회의 진보와 발달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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