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수감사절을 지나며 모두가 푸근한 기분에 젖은 이번 주말, 예외적으로 집안에 긴장이 감도는 가정들이 있다. 대학에 진학하는 12학년 자녀를 둔 가정이다.
대학원서 제출 마감이 가까워지면 학생은 학생대로, 부모는 부모대로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지원하는 대학마다 다른 에세이 쓰랴, 교사 추천서 챙기랴, SAT 점수·학교 성적 관리하랴 학생들은 머리가 터질 지경이고, 미리미리 하면 좋으련만, 할 일을 마지막 순간까지 미루는 아이 때문에 부모는 속이 터진다.
아들이 12학년인 한 후배도 아이의 신경 건드릴까봐 말은 못하고 속으로만 “불안하고 초조하다”고 했다. 스탠포드 얼리액션에 원서를 넣은 걸 보면 우등생이 분명한데도 “혹시 아무 데도 안되면 어쩌나”불안하다며 속을 끓인다.
부모들의 이런 막연한 불안을 부채질하는 요인이 있다. 명문대학들이 아시안 학생을 차별한다는 보도들이다. SAT 만점에, 내신성적 4.0을 넘고, AP 과목을 여러 개씩 수료한 아시안 수재들이 하버드나 프린스턴 같은 아이비리그에서 무더기로 떨어진다는 보도는 몇 년 전부터 나왔다. UC 계열 대학에서도 성적이 더 낮은 백인 학생은 합격했는데 그보다 우수한 우리 아이들은 떨어지는 일을 한인부모들은 자주 목격했다.
“대학들이 아시안을 차별한다”“점수만 보는 한국과 달리 미국의 입학사정 절차가 복잡해서 생기는 오해이다”등 이에 대한 해석이 구구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미국의 대학 입학에서 아시안은 대단히 불리한 위치에 서 있다. 흑인·히스패닉은 어퍼머티브 액션 정신에 따라 캠퍼스의 소수계로 보호를 받고, 주류인 백인은 기득권자로서의 특혜를 받는다. 아시안은 오로지 자신의 실력만 가지고 도전하는 일종의 ‘자수성가’ 집단인 셈이다.
아시안 아이들이 공부 잘하는 것은 유치원 때부터 확연하다. 우수한 아시안 아이들이 기세 좋게 선두를 달리다가 미국이라는 사회의 보이지 않는 장벽에 처음으로 탁- 부딪치는 것이 대학입학이다.
일류대학들이 대부분 입학 사정시 3가지 잣대를 적용하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아시안, 백인, 그리고 흑인·히스패닉 순으로 점수를 낮춰가며 각기 다른 잣대를 적용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2005년 미시건대 입학생의 SAT(1600점 만점) 중간점수를 보면 흑인 1160점, 히스패닉 1260점, 백인 1350점, 아시안 1400점이었다. 예일 신입생의 SAT 평균 점수를 3년(1999년∼2001년)에 걸쳐 비교한 보고서를 보면 아시안은 1493점, 1496점, 1482점인데 비해 백인은 그 보다 평균 40점, 흑인·히스패닉은 100∼125점이 낮았다.
우리 한인 아이가 타인종 친구들과 비슷한 성적이면 그들과 같은 대학에 합격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다. 저학력의 빈민층 인구가 많은 흑인·히스패닉 커뮤니티를 위해 대학 문을 좀 더 활짝 여는 것은 소수계 보호차원에서 이해할 만 하다.
그보다 아시안 수재들에게 더 상처를 주는 것은 사실은 백인 기득권이 누리는 특혜이다. 일류 사립대학에 지원할 때 우리 아이들은 신입생 정원만큼의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것이 아니다. 하버드 등 아이비리그 입학생 중 보통 60%는 동문 자녀이거나 거액의 기부금을 낸 부유층 자녀, 혹은 사회 저명인사 자녀들이다.
이들 콧대 높은 대학이 이런 학생들에게는 한없이 너그럽다. 동문 자녀의 경우 가산 점수는 SAT 160점 정도. 남들 1400점 받을 때 이들은 1240점만 받아도 같은 대우를 받는 것이다. 이보다 더 극진한 대접을 받는 것은 저명인사 자녀들. 예를 들어 프린스턴은 부시 집안 여학생의 원서를 마감이 한달이나 지난 후에도 기꺼이 받았다.
결국 일반 학생들은 40% 정도 남은 자리를 두고 경쟁을 하고, 그 심사과정에서 아시안들은 또 고정관념이나 편견으로 손해를 보는 실정이다. 뚜렷한 목표의식을 갖고 열심히 공부한 아시안 학생들로 보면 여간 불공평한 일이 아니다. 남의 땅이라서 겪는 억울함이다.
억울하면 ‘출세’밖에는 길이 없다. 아시안들이 대학 학장으로, 입학사정관으로 꾸준히 진출하다 보면 아시안 학생들에 대한 불공평한 대우도 개선이 될 것이다. 아시안들은 아직 갈 길이 멀다.
junghkwon@koreatimes.com
권정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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