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년 동안 착실하게 성장하여 왔던 미국경제가 2006년 후반에 들어서서 성장세가 줄어들어 식어가는 징후가 보이고 있다. 우선 가시적이고 단기적인 경제수치가 이 현상을 나타낸다. 3/4분기 GDP성장이 겨우 1.6%밖에 안 되고 무엇보다 주택시장의 하락이 국민경제의 활력을 저하시키고 있다. 지난 9개월간 중간주택가격이 -2.2% 떨어져 22만 달러에 머물렀고 현존주택판매도 -1.9% 내려갔다. 산업생산과 소매판매도 각각 최근 온건한 수준인 연 5.6%와 4.8%밖에 상승하지 못했다.
물가와 임금상승과 실업률이 좋은 수치를 보여주고 있지만 잠정적인 현상이라는 주장이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소비자물가지수와 생산자물가지수가 각각 9월에 2.1%와 0.9%를 기록하고 있지만 일반소비자들의 물가기대치는 훨씬 높은 것으로 나와 있다. 9월 4.0%의 비교적 높은 임금상승률은 들이닥칠 해고의 징후이고 4.6%의 낮은 실업률은 잠정적 비정상현상이라는 경제 진단이 우세하다.
식어가는 미국경제의 우려는 가시적, 단기적인 요인으로 그치지 않고 좀 더 근본적인 요인에 있으므로 해서 더 증폭되고 있다. 미국경제의 잠재적, 추세적 성장이 취약해 지고 있는 증후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잠재 경제성장이란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아니하면서 성장해 나아가는 경제성장을 의미한다. 이는 국민경제가 갖추고 있는 근간적인 경제력, 즉 노동력과 생산력에 달려 있다.
미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을 더듬어 보면 상승과 하락의 역사를 갖고 있다. 잠재 성장률이 20세기 초에 3.8%로 비교적 안정적 성장세로 출발하였으나 1930년에 대공황을 맞으면서 2.9% 하락하였다. 2차 대전 이후 경제력이 강해지면서 잠재성장률이 계속 올라가 1960년대에는 미국경제역사상 최대치인 4.1%를 기록하였다가 1990년대 초 2.9%로 하락하였다. 1990년대 중반 이후 IT의 붐으로 3.7%로 상승하였으나 최근 미국 경제력의 약세를 보이면서 역사상 최하치인 2.75%로 떨어졌고, 앞으로 몇 년 안에 2.5% 이하로 내려간다는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미국의 노동력 참여율은 1990년대와 2000년대 초에 67%로 절정을 이루었다가 최근 66%로 떨어지고 2010년에는 64%로 하락할 전망이다. 미국의 노동력이 약헤지는 원인은 첫째, 베이비부머들이 은퇴로 인한 미국 노동력의 축소다. 은퇴하기 시작하는 55세에서 64세까지의 인구비율이 1995년 10.5%이었던 것이 2005년에 13.3%로 늘었고 2015년에는 16% 이상으로 늘 것으로 예상된다.
둘째 원인은 여성의 노동력 참여 감소다. 여성 노동 참여율이 1960년 40%에서 1999년 60%로 올랐으나 최근 50~60% 사이로 떨어지고 있다. 셋째, 10대 젊은 세대의 고용율이 내려가고 있다. 1990년대 50% 이상이었던 16~19세 10대의 고용율이 오늘날 40%를 겨우 넘기고 있다. 넷째, 주로 이민자들로 충당해 왔던 미국 블루칼라 노동력이 이민정책의 강화로 축소될 압력을 받고 있다.
미국 생산성도 최근에 약화되어 가는 증세가 나타나고 있다. 1990년대 중후반 1.5%에서 2.8%로 증가하기 시작하였던 미국의 생산성이 2001~2004년에 4%의 최고치를 구가하다가 2005~2006년에 들어와서 2.2%로 크게 떨어지고 있어서 미국 잠재성장력에 대한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미국 경제의 생산성은 왜 떨어지고 있는가? 생산성의 증가는 주로 기술개발과 경영개혁에 달려 있다. 1990년 중후반부터 2004년까지 미국의 생산성이 크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IT의 개발과 생산비를 삭감하는 경영개혁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앞으로 IT이후 신기술의 개발이 불확실하고 경영개혁도 불투명하기 때문에 미국의 생산성이 2%이하로 하락할 가능성이 많다고 경제전문가들이 예측하고 있다.
잠재 경제성장률의 하락으로 식어가는 미국경제는 실물경제나 금융재정경제의 측면에서 세계경제에 심각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 전망되고 있다. 잠재성장률을 회복시킬 수 있는 기업가들과 경제정책결정자들의 새로운 인식이 미국경제계에 절실히 요청되고 있다.
백 순 /연방 노동부 선임경제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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