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는 산타클라라 카운티 셰리프국(국장: Laurie Smith)의 협조로 쿠퍼티노 소재 셰리프국 서부지소(캡틴: Terry Calderone) 소속 한인경찰 릭 성 경관의 패트롤카에 동승, 10시간에 걸친 동행취재로 제작된 르포를 총 3회에 걸쳐 연재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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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민 기자의 동행 르포 ‘셰리프 24시’
(1) 핼로윈 파티의 뒤안길
(2) 지나치기 쉬운 교통법규
(3) 취재 에피소드
6백여명의 직원들이 근무하는 산타클라라 카운티 셰리프국은 산호세 본부 외에 쿠퍼티노와 길로이 인근 산 마틴에 각각 서브 스테이션(Sub station)을 운영하며, 쿠퍼티노, 사라토가, 로스알토스힐 등 자체적인 경찰국을 운영하지 않는 시들과 계약을 맺어 치안을 담당해 주고 있다. 이밖에도 셰리프국은 산호세 시 곳곳에 산재된 미합병지역과 산타크루즈로 넘어가는 힐 지역 등 각 시의 경찰력이 미치지 못하는 카운티 곳곳을 관장하고 있다. 본보는 이들의 활약상을 밀착 취재·보도함으로써, 경찰 업무에 대한 민간의 이해를 돕고, 아울러 독자들에게는 생활법률에 대한 정보를 제공, 밝은 사회 만들기에 일익을 담당하고자 한다. <글·사진: 김철민 기자>
PM 06:26 출동! ‘찰스5’
10월 28일 저녁 6시, 쿠퍼티노 소재 산타클라라 카운티 셰리프국 서부지소에 들려 릭 성 경관으로부터 사무실 내부와 관할 업무에 대한 브리핑을 들은 후 6시 26분 패트롤카에 함께 탑승했다.
지난 2001년 6월 셰리프국에 임관, 올해로 5년차인 성 경관은 금요일부터 월요일, 주 4일간 저녁 6시부터 익일 새벽 4시까지 셰리프국 서부지소에서 근무하며 쿠퍼티노, 사라토가, 로스알토스힐 등의 관할 지역을 포괄적으로 지원하는 심야 지원팀으로 활약하고 있다. 그는 특히 마약 사범, 장물아비 등도 다수 검거한 관록을 지닌 베테랑 경찰이다.
패트롤카 안에는 랩탑 컴퓨터를 비롯해 무전기, 레이저건등 각종 장비들이 설치돼 있어 그야말로 모바일 시대에 걸맞는 ‘움직이는 경찰서’란 생각이 들었다.
성 경관은 랩탑 컴퓨터에 설치된 ‘PMDC’라는 네트워크를 통해 드라이브 라이센스 번호나 차량 번호판의 조회 외에도 장물의 번호, 수배자 명단 등도 조회해 볼 수 있으며, 가주 지역 경찰과 주 법무부뿐 아니라 FBI, 이민세관국(ICE) 등 연방급 관청들과도 공유되는 방대하고도 전국적인 정보 시스템을 지니고 있다고 설명해 주었다.
패트롤카에 승차해 근무를 시작하며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바로 무전기를 통해 본부에 보고를 하는 일이다. 성 경관이 우리가 동승한 차량을 뜻하는 ‘찰스 파이브’의 근무 개시를 본부에 통보하는 순간, 새삼 긴장감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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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패트롤카에서 무전기를 통해 본부와 교신하는 릭 성 경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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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M 06:48 첫 손님은 청소년
이번 동행 취재를 통해 처음 알게 된 사실은 경찰은 언제나 같은 시각 같은 코스를 돌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경찰 개개인의 안전을 위한 것으로 범행의 표적이 되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이날 우리가 탄 ‘찰스 파이브’의 첫 손님(?)은 홈스테드 로드 선상에서 빨간불 신호를 어긴 은색 혼다 어코드 차량이었다. 신호가 노란불에서 빨간불로 바뀌는 과정에서 무리하기 건넌 것이 화근이었다.
경광등을 점멸해 멈춰세운 차량의 운전자는 17세의 중국계 여성, 옆 좌석에 여동생까지 태우고 있었다. 성 경관은 티켓을 발부하며 “16세 이상이면 운전면허증을 발급받을 수 있지만18세가 되기 전까진 안전상의 문제로 다른 동승자를 태울 수 없게 돼 있는데, 지금 이 규정도 위반한 셈”이라고 귀뜸한다.
하지만 빨간불 위반(Red light violation)에 따른 벌금도 3백여 달러에 이르는 만큼, 이 청소년에게는 18세가 되기 전까진 다른 이를 태우고 운전하지 말라는 주의를 주고, 신호위반 티켓을 발부하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 Tip: 가주 법에서는 또한 18세 미만의 청소년 운전자가 밤 12시부터 새벽 5시까지 운전을 하는 행위도 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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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신호를 위반한 차량의 운전자에게 위반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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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M 07:24 경찰의 눈은 속도계
쿠퍼티노와 로스알토스의 경계지점에 있는 풋힐 익스프레스웨이 선상에서 폭주족 차량이 포착됐다. 제한속도 시속 45마일 존에서 무려 약 75마일 속도로 달린 것. 문제의 은색 포르쉐 차량이 패트롤카의 진행 방향과 반대 방향에서 휙 하니 지나가는 순간 ‘부앙!’ 하는 엔진소리와 함께 순간적으로 속도를 높인 패트롤카는 사이렌을 울리며 차를 유턴해 추격전에 들어갔다. 오금이 오싹해지는 순간.
마침내 문제의 차량을 그랜트 로드로 접어들어 멈춰세워 보니, 운전자는 30대 중반으로 보이는 백인 남성.
성 경관은 속도를 측정하는 레이다건은 소정의 트레이닝 코스를 거쳐 테스트를 통과한 경찰에게만 주어지며, 따라서 대부분의 경찰들은 굳이 레이다건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육안으로 차량의 속도를 감지할 수 있다고 한다.
또한 경찰차가 사이렌을 울리고 달리는 이유는 빠른 출동을 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만일 사이렌을 울리지 않고 교차로에서 진행하다가 사고가 날 경우, 그건 경찰 본인의 책임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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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45마일 존에서 시속 75마일 속력으로 달린 포르쉐 차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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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M 08:01 운좋은 운전자
85번 도로와 교차지점 인근에서 베트남계로 보이는 한 남성이 스탑 사인을 무시한 채 진입했다.
예의 수순대로 멈춰세운 차로 다가가 운전자에게 위반 내용을 알려주던 성 경관이 갑자기 패트롤카로 다시 황급히 뛰어들어온다.
본부로부터 로스알토스힐 지역에서 “소녀의 비명소리를 들었다”는 신고가 접수됐던 것. 경찰의 업무에도 우선 순위가 있어 보다 급하고 위중한 사건이 우선시 된다.
따라서 티켓을 떼이기 직전이었던 이 베트남계 아저씨는 억세게 운이 좋아 방면된 셈이다.
시속 80마일이 넘는 속도로 280번 노스 방면으로 로스알토스 힐을 향한다. 조수석에 앉아 있으니 롤러 코스터가 따로 없다.
8시 14분 경 신고현장에 도착해 현장 주변을 점검하는 과정에서 주변 주택에서 벌어지고 있는 핼로윈 파티장에서 나온 소리일 것이라는 판단이 내려졌다.
현장에서 만난 잔 곤잘레스라는 4년차 셰리프 경관에게 동행 취재 중이라 말하니 “릭 성 경관은 우리 셰리프국의 히어로(hero)”라며 너스레를 떨어댄다. 성 경관은 “적발하는 범죄 건수가 많다보니 늘 저런 식으로 나를 ‘영웅’이라 추켜세운다”며 웃는다. 아무튼 우리 한인 경관이 내외적으로 인정을 받고 있다는 것은 기분좋은 일이 아닐 수 없다.
PM 08:49 폭주족 할아버지
280번 사우스 방면으로 돌아가는 길, 스티븐스 크릭 Exit못미쳐, 프리웨이로 진입시 유난히 속력을 내며 난폭한 운전을 하는 구형 캐딜락 차량이 검거됐다. 뒤로 따라가보니 우측 후미등마저 고장나 있는 상태.
헌데 차에 타고 있던 이들은 다름아닌 백인계 할아버지들. 이들은 성 경관이 주의를 주는 선에서 그냥 돌려보냈는데,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하듯 난폭한 운전을 계속 하며 사라져간다. 성 경관이 “할아버지가 그래도 운전을 험하게 하시네. 티켓을 끊었어야 했는데…” 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 Tip: 별다른 이유없이 브레이크를 밟는 행위도 티켓 발부 대상이다. 이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추격전을 벌이다 앞선 차량이 브레이크를 밟아 상대편 뒤차에 위협을 주는 행위가 빈번해 제정된 법안이므로, 습관적으로 브레이크를 밟거나 뒤에 패트롤카가 따라붙어 긴장한 탓에 브레이크를 밟아대면 오히려 멈춰세울 수도 있으니 주의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운전중 차선을 자주 침범하는 행위도 적발대상이며, 특히 우리가 이론으로는 알고 있지만 흔히 간과하기 쉬운 부분들은 빨간불 신호에서 우회전시, 또는 양보 차선(yield)에서 진입시, 정확히 멈추지 않고 우회전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가장 기본적인 것이지만 또한 가장 적발되기 쉬운 부분이기도 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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