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준(평통 뉴욕협의회 위원)
2005년 9월 베이징에서 열린 6자회담에서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고, 관계국은 경수로 제공 문제를 토의하고, 북한과 미국은 상호 주권 존중과 평화공존과 관계 정상화를 위한 조치를 취한다는 합의문이 나왔었다. 그런데, 그 후 미국은 증거불충분한 위조지폐 사건을 만들어 경제봉쇄로 들어가고 북한은 미사일을 발사하고 급기야 핵실험이라는 막바지 선택을 하기에 이르렀다.
우리 민족의 터전 한반도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우리 미주동포들의 입장은 어떠해야 할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미주동포들의 여론은 대개 두가지로 나눠지는 것 같다. 그 하나는 북한정부를 악의 정권으로 단정하고 미국식으로 옥죄어서 결과가 어떻게 될 것인지 생각지 않고 김정일 정권이 하루빨리 무너지기를 바라는 여론이 있고, 또 다른 하나는 현재 우리가 목격하는 이해하기 어려운 형태의 북한 정부를 반세기 동안 지속된 냉전체제의 산물로 보고 그래도 동족이기 때문에 언젠가 평화적으로 합쳐야 될 파트너로서 북한이 스스로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여론이 있는 것 같다.
현 상황은 2000년 6월 15일 남북공동선언 이후 반세기에 걸친 반목과 대립을 극복하고 휴전선 위에 어렵사리 남북간의 신뢰를 쌓아오고 미국의 눈치를 봐가며 국내적으로 좌파 반미 정권이라는 누명을 써가며 어렵사리 햇볕정책을 추진해온 한국정부로서는 매우 큰 시련의 딜레마가 아닐 수 없는 것 같다.
앞으로 예견되는 UN 결의안에 대한 북한의 경제봉쇄, 식량지원 중단 등은 오기와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벼랑끝 전술을 구사하는 북한정부에 제 2의 ‘고난의 행군’을 강요하는 일이 될 것이 틀림없다. 그러나 미국의 일방적인 강경일변도의 북한 고사 정책은 그러지않아도 이미 피폐한 북한 인민들의 삶만 설상가상 어렵게 만들 뿐, 현 교착상황을 바꾸는데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처럼 보인다.
왜냐하면 북한은 남한처럼 국민들이 정부를 견제할 수 있는 열린사
회가 아니기 때문이다. 북한정권이 미우니까 그 인민들까지 처벌하는 것은 아무래도 옳지 않은 것 같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에 뿌리를 내리고 사는 우리 미주 동포들이 취해야 할 입장은 무엇일까. 좌파와 우파, 반미와 찬미로 갈라져서 마냥 서로 싸워야 옳을까? 북한을 두둔하거나 남한의 햇볕정책을 두둔하면 빨갱이 또는 좌파라는 소리를 듣는다. 미국의 일방주의와 군사주의를 비판하면 반미주의자이자 빨갱이라는 소리를 듣는다. 어느 쪽에 서야 할지 헷갈린다.
좌파 우파는 원래 반만년의 역사를 가진 우리 한민족의 사전에 없던 말이다. 좌파 우파는 근세에 서구에서 온 외래사상일 뿐이다. 우리 민족의 사전에는 홍익인간이라는 말이 있었을 뿐이다.
우리 민족은 좌파 우파를 따지지 않고 반만년을 살아온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세계사의 흐름 속에서 동서 냉전의 여파로 외세에 의해서 남북으로 분단되었고 지난 반세기 동안 그 외래사상으로 남북이 서로 물어뜯고 싸워왔다. 둘 중 하나가 거꾸러질 때까지 싸워야 할까?
냉전체제가 소멸한지 15년이 지나고 남한이 북한을 수십배 능가하는 경제력을 가지고 민주화 된 현 상황에서 더 이상의 싸움은 부질없는 짓일 뿐이다. 체제 경쟁은 이미 끝났기 때문이다. 이제 냉전체제 아래서 자초한 고립과 미국의 봉쇄정책으로 낙후하고 피폐해진 북한의 사회주의 체제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것만이 우리 민족의 숙제로 남아있을 뿐이다.
인생이 유한한듯 독재자의 인생도 유한하다. 독재자를 처벌하기 위해서 백성들을 고난에 빠뜨리는 것은 부당하다. 독재자는 언젠가 이 세상을 떠날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정부는 그 때까지 참고 기다리며 햇볕정책을 계속 추진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미주동포들은 북한지도부가 현실과 동떨어진 사고체계를 바꾸도록 촉구하는 의미에서 핵 프로그램의 포기를 요구하는 궐기를 해야 할 것이다. 동시에 대화와 협상 대신에 일방주의적인 강경대응만을 일삼는 미국정부에 대해서도 항의하는 궐기를 해야 할 것이다. 북한은 추가 핵실험을 포함한 섣부른 행동을 삼가고 미국은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할 수 있도록 구체적 방안을 제시하라고 촉구하는 입장이 우리 미주동포들이 취해야 할 입장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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