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충승(한민족포럼재단 이사장)
산이 높으면 계곡도 깊은 법, 반기문 장관의 유엔사무총장을 기정사실화한 유엔안보리의 만장일치 후보 추대 소식에 기뻐할 틈도 없이 북한 핵실험 강행 뉴스에 한민족은 롤러코스터를 탄듯 아찔한 위기감에 전율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민족적 경사에 찬물을 끼얹은 정도가 아니라 민족 운명을 백척간두로 몰고 간 것이다. 그들 주장대로 북한이 실제로 핵폭탄 보유국이 됐다면 평화와 번영을 노래하던 한반도는 언제 핵 전쟁터로 변할지 모를 위기에 놓이게 된 것.
미국이나 한국의 책임있는 정보기관들로부터 북의 ‘핵실험 성공’ 주장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고는 있지만 그 사실여부를 떠나 분명한 것은 북한이 ‘한반도 비핵화’에 전혀 관심이 없으며 또한 미국을 비롯한 유엔안보리 이사국들을 극렬히 자극, 한반도를 다시 한번 전쟁의 위기에 휩싸이게 할 공산이 날로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작금의 급박한 상황에서 반기문 총장에 거는 기대는 크지 않을 수 없다. 반미 일색인 조각에서 그나마 그는 미국과 대화가 통하던 인물이고 이젠 한국의 외교부장관이 아닌 유엔사무총장으로서 그가 해낼 수 있는 일이 분명 있기 때문이다.
반 장관은 ‘총장이 되면’ 방북할 의사가 있음을 밝혔다. 즉 유엔의 수장으로서 무엇이 세계평화를 위한 선결과제인지 분명히 알고 있음을 밝힌 것이자 그가 어떤 역할을 해낼 수 있는지 분명한 소신을 밝힌 것이리라. 그는 북한이 국제사회와 함께 호흡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며 또 설득해낼 수 있는 인물임을 나는 안다. 그의 인품과 능력을 확인시켜주는 일화는 숱하다.“거 비서실장은 왜 합니까?”2001년 가을, 뉴욕의 코리아포럼 인터내셔널에서 주최한 초청 강연회에서의 일이다. 당시 한국은 제 56차 유엔총회의장국으로서 한승수 장관이 그 의장직을 맡는 영광을 누리고 있었고 한 의장의 비서실장에 반기문씨가 발탁되었었다.
이날 강연회에서 반 비서실장은 유엔 및 의장의 역할과 그 중요성에 대해 강연하고 청중과 질의응답 시간을 갖고 있었던 것. 질문에는 “대단한 외교 경력을 가지고 있는 당신이 그런 하찮은 자리 뭣하러 맡고 있느냐”는 아쉬움과 핀잔이 묻어 있었다.그러나 역설적이게도 그 때 나는 그가 참으로 ‘된 사람’임을 확인하며 감동했다. 아마도 다른 청중들도 나와 같은 감동을 받았으리라... 질문자의 ‘싱거운’ 비아냥에 아랑곳하지 않고, 얼굴 하나 붉히지 않으며 그는 특유의 미소와 잔잔한 목소리로
“비서실장의 역할에 대해 물으신 것이죠”라고 반문하며 자신이 해야할 바를 소신있게 소개했다. 이 때 사람들을 감동시킨 것은 그의 역할에 대한 답변이 아니라 그의 ‘비범한’ 상황대처 능력과 따뜻한 포용력.
그와는 여러차례 만날 일이 있었다. 한승수 유엔총회의장이 취임차 뉴욕에 왔을 때 나는 ‘민족적 경사’를 축하하기 위해 한민족포럼재단 주최로 취임축하연을 해준 적이 있고 또 한 의장이 가끔 유엔으로 초대하거나 조찬모임을 할 때는 의례 반 비서실장이 한발치 뒤에 서 있었다. 그는 자신이 서 있어야 할 곳을 정확히 알고 있었고 또 한 치의 어긋남 없이 그 선을 넘어서지 않는 ‘완벽한’ 공직자의 본분을 다했다.
그는 한국 외교가의 초고위급 인사임에 틀림없건만 만날 때는 어김없이 나에게도 예를 갖춰 깍듯하게 대했다. 저마다 잘났다고 나서는 세상에 어찌도 그렇게 자신을 낮출 수 있는지, 그 겸손한 인품은 나를 감동시키기에 충분했다.
‘그깟 비서실장 왜 하냐’는 핀잔에도 아랑곳 않고 맡겨진 일엔 최선을 다하던 그가 만 5년만에 유엔 최고사령탑 총장 자리에 오른 것, 결코 행운이 아닌 그의 투철한 봉직자 정신의 산물이다.세계는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주목한다. 갈수록 악화되는 테러리즘, 지역간, 종교간 분쟁, 빈곤의 악순환, 질병과 환경파괴 등 지구촌 평화와 인류 행복을 위협하는 요소를 제거하고 그 근본적 원인을 해결하기 위해 세계 곳곳을 누비고 다닐 반 총장의 모습을 자주 접하게 될 것이다.
유엔 최대의 지원국이자 또한 간섭국인 미국과의 조율은 그에게 시련이라기 보다 그의 능력을 십분 발휘하며 세계인에게 그의 탁월한 리더십을 각인시킬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할 것이라 믿는다.
이제 북핵문제는 단순한 남북, 북한-미국간 또는 6자회담의 아젠다를 넘어섰다. 동북아 평화와 안정은 물론 세계 인류 존망의 문제로가지 대두됐다. 이것이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에겐 시험대이자 기회로 작용하길 기대해 마지 않는다. 그가 총장직에 재임하는 중에 북한을 세계 품으로 끌어내고 나아가 남북통일이라는 민족 숙원이 풀린다면 그야말로 통일도 이루고 세계 평화에도 기여하는 일석이조가 되지 않을까 기대에 찬 꿈을 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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