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영(주필)
북한의 핵실험 여파가 세계를 뒤흔들어 놓고 있다. 세계의 공식 핵 보유국은 공교롭게도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미국, 러시아, 중국, 프랑스, 영국 등 5개국이며 그밖에 인도, 파키스탄과 이스라엘이 핵무기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부시가 악의 축이라고 했던 독재국가이며 국민을 굶겨 죽이는 가난한 국가인 북한이 세계 9번째의 핵국가가 되었으니 앞으로 세계에 어떤 불안요소가 될 것인가 걱정거리로 등장했다. 미국에서는 부시의 대북정책 실패론이 나오고 있고 한국에서는 햇볕정책과 포용정책에 대한 찬반론이 더욱 거세졌다. 북한의 핵실험은 여론을 갈라놓고 정책을 갈팡질팡하게 한 것만으로도 끔찍한 테러이다.
그러나 북한의 핵실험은 표면상 나타난 여파보다 훨씬 심각한 의미를 가진 사건이다. 아직도 북한이 대미협상용으로 핵개발을 했다고 보는 안일한 생각과 북한의 핵개발을 우리 민족의 핵개발로 보는 친북좌파적 시각도 있지만 이런 입장은 그 심각성을 모르는 철부지 생각들이다. 이번 북한의 핵실험이 어느 정도의 규모인지에 대해서는 이론이 분분하지만 북한은 이미 핵보유국으로 인식되고 있고 앞으로 핵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다. 이렇게 북한이 핵보유국이 됨으로써 세계는 과거와 사뭇 달라지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다.
우선 우려되는 것이 동북아의 핵 도미노현상이다. 북한의 핵 보유에 가장 민감하게 위기를 느끼는 일본이 자력으로 핵개발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그럴 경우 한국과 대만 등도 핵개발을 서두르게 될 가능성이 있어 동북아는 러시아, 중국, 남북한, 일본, 대만 등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핵 밀집지역이 될 수도 있다.
더구나 북한의 핵은 통제가 어렵다는데 큰 문제가 있다. 북한이 핵을 무기로 미국과 힘겨루기를 계속하게 되고 또 고립으로 인한 경제난 타개를 위해 외부에 핵무기를 판매할 경우 이 핵무기는 미국을 위협하는 테러리스트의 손에 넘어갈 위험이 크다. 이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가서 북
한이 외부에 핵기술을 이전할 경우 주로 반미국가들을 선두로 세계 각국이 핵개발을 하여 세계는 핵무기의 평준화시대, 그야말로 핵무기 때문에 불안에 떨게되는 시대가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지금 북한은 남한을 겨냥한 핵개발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지만 남북의 이해관계가 정면충돌할 때, 예를 들어 통일문제가 피할 수 없는 대립을 가져올 때 남북이 군사적 대결을 한다면 핵무기가 승패를 결정적으로 좌우하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북한이 핵무기를 가진 이상 남한도 어떤 대안을 가지고 있어야 할 것이다. 그 방법으로는 첫째, 남한이 자력으로 핵개발을 하거나 핵 방어체제를 갖추는 방법, 둘째로 미국의 핵우산으로부터 완전한 보호를 받는 방법, 셋째 북한과 어떤 경우에도 충돌을 회피하면서 완전한 평화주의를 추구하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세번째 방법은 결국은 북한에 예속되어 한국의 운명을 북한에 맡기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앞으로 한국에서는 북한의 핵무기에 대한 대안이 주요 이슈로 부각하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는 진보와 보수, 친북과 반북, 반미와 친미 등으로 갈렸던 대립 경향이 코앞에 닥친 북한 핵무기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느냐를 놓고 대북 강경론과 온건론으로 갈려 극심하게 대립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이 강경론과 온건론이 지금까지의 진보와 보수, 좌와 우의 대립의 연장이 될 수밖에 없는 것도 또한 불가피한 일이다.
북한의 핵 보유가 더욱 위험스러운 것은 이 지역이 지정학적으로 세계 양대 세력의 접경이라는 점이다. 대륙 세력인 중국과 러시아와 해양세력이 미국과 일본이 맞닿은 곳에 북한이 있다. 북한이 세계의 핵확산과 테러 지원의 주범이 되어 어떤 군사적 위기에 직면할 경우 이것이 양대세력의 개입으로 확대되어 세계대전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렇게 되면 전쟁당사국이 모두 참혹한 피해를 당하겠지만 남북한을 포함한 한반도가 온전히 보전될지 의문이다.
이제 북한은 더 이상 멀리서 짖어대기만 하는 개가 아니라 사나운 이빨을 가진 호랑이 새끼로 판명되었다. 이 호랑이 새끼가 더 크기 전에 유인해서 포획을 하든지, 사살해서 없애버리든지 하지 않으면 많은 사람들이 물려서 죽는 사태가 발생하고 말 것이다. 북한의 핵 보유가 현실화한 이 시점에서 강대국들은 북핵 해법에 적극 나서야 한다. 한반도를 궁극적으로 비핵지대화 하는 길만이 이 지역의 평화는 물론 세계 평화에 초석을 다지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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