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식시장, 북한 핵실험
추석 연휴를 끝낸 뒤 첫 거래일인 9일 주식시장이 북한의 전격 핵실험이라는 메가톤급 충격에 속절없이 붕괴됐다.
코스피 지수가 장중 50포인트 가까이 폭락하는가 하면, 코스닥지수는 장중 하락률이 무려 9%대에 이르고 선물가 급락으로 프로그램 매매의 호가효력의 정지되는 사이드카가 발동되는 등 말 그대로 패닉 현상을 보였다.
◆ 北 핵실험 발표에 패닉 = 이날 시장은 개장 전부터 불안한 흐름을 보였다.
연휴 기간 미국 다우존스30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미국과 유럽의 여타 주요 증시지수들도 연중 최고치에 근접하는 등 다시 한 번 랠리에 대한 기대감이 강하게 형성됐지만 언제 닥칠지 모를 북한의 핵실험이라는 대형 악재가 버티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불안한 가운데서도 10포인트대의 ‘일상적’ 하락폭을 보이던 코스피지수는 오전 11시30분께 북한이 핵실험을 한 것 같다는 정부당국발 소식이 전해지며 낙폭이 곧바로 20포인트대로 확대됐다.
이어 대통령 주재 긴급 안보장관회의 소집소식과 북한 조선중앙통신의 핵실험 성공발표가 나오자 시장의 하락폭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며 장중 1,303선까지 50포인트 가까운 낙폭을 보이기도 했다.
개인 투자자 위주여서 심리적 악재에 취약한 코스닥시장은 그 충격이 더욱 커 개장 직후 강보합세를 보이기도 했던 코스닥지수는 투매양상 속에 장중 530선 초반까지 폭락하며 9%대 낙폭을 기록, 북핵 후폭풍에 속수무책으로 노출됐다.
선물시장에도 막대한 타격이 가해져 코스피200 선물은 지난주 종가 177선에서 북한의 핵실험 발표후 장중 한 때 무려 6포인트 이상 수직 급강하했고 코스닥 스타지수선물은 장중 75포인트나 밀리며 1,125선을 기록, 프로그램 매매호가의 효력이 정지되는 사이드카가 발동되기도 했다.
이 시간 현재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상승종목이 29개에 불과한 반면, 하락종목이 하한가 8개를 포함, 752개에 달하고 있고 코스닥시장 역시 상승종목이 고작 18개인데 비해 하락종목은 928개에 달하고 있다.
◆ 외국인 매매는 비교적 안정 = 그러나 이날 시장의 급락은 심리적 충격을 받은 개인 투자자들에 의해 주도됐을 뿐, 외국인 투자자들은 오히려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
오후 12시35분 현재 외국인 투자자들 유가증권시장에서 1천560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첫 핵실험 감지소식이 나온 직후에 비해 1천억원 이상 순매수 규모를 확대했고 같은 시간 200억원대이던 코스닥시장 순매수도 이 시간 현재 오히려 350억원 규모로 늘렸다.
기관 역시 코스닥시장에서는 164억원어치를 순매도하고 있으나 유가증권시장에서는 1천336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시장의 안정판 역할을 하고 있다.
반면, 개인 투자자들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각각 3천94억원, 159억원씩의 매도우위를 보이며 물량을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외국인들은 선물시장에서는 ‘팔자’에 나서 이 시간 현재 4천526계약 매도우위인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 남북경협주. 방산주 들썩 = 북한의 핵실험으로 향후 동북아 정세를 점치기 어렵게 되면서 종목별로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이 시간 현재 이른바 ‘전쟁 관련주’로 꼽히는 종목중 군용 무선통신장비 부품업체 엘씨텍[038060]이 10.80% 폭등한 4천원에 거래되고 있는 것을 비롯, 군용 통신장비 제조업체 휴니드[005870]도 8.81% 급등한 1천420원을 기록하고 있다.
이밖에 전자전 시스템 관련업체 빅텍[065450]과 방독면 제조업체 해룡실리콘[036640]도 나란히 7.12%, 13.07%씩 폭등했다.
중소형 방산주의 강세와 달리, 삼성테크윈[012450]과 한화[000880] 등 대형 방산주는 각각 3.85%, 4.88%씩 내리며 오히려 불안한 모습이다.
또, 대북 송전 관련주로 꼽히는 광명전기[017040]와 선도전기[007610]는 각각 8.33%, 10,46%씩 폭락했고 특히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사업에 대한 비관적 전망이 커지면서 현대아산의 대주주 현대상선[011200]이 10.92%나 폭락, 1만5천500원대로 후퇴했다.
◆ 채권시장은 침착 = 북한 핵실험 소식에 채권 금리 상승 폭이 다소 줄었지만 그 영향은 미미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채권시장에서 지표물인 5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오전 11시59분 현재 전 거래일보다 0.02%포인트 오른 연 4.58%를 기록중이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도 0.04%포인트 상승한 연 4.61% 선에서 호가가 형성되고 있다.
이날 채권 금리는 지난 주 미국 국채 금리 상승과 낮아진 금리 수준에 대한 부담 속에 전 거래일대비 0.03%∼0.04%포인트 가량 상승한 채 출발했다.
이런 가운데 장중 북한 핵실험 소식이 전해지고 주식시장이 폭락하면서, 주식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전 자산에 속하는 채권 선호도가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 속에 상승 폭은 다소나마 줄어들었다.
그러나 북한 핵실험이 초래할 수 있는 외환 시장발 악재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시장 참여자들은 향후 사태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우증권 서철수 애널리스트는 “주식시장 대비 반사적 이익과 외환시장에서 올 수 있는 부정적 영향이 상충하고 있는 상태”라며 “아직 이번 핵실험이 시장에 미칠 영향을 전망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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