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승달이 걸려 있다. 그 아래로 뾰족이 솟아 밤하늘을 밝히는 모스크가 보인다. 한 한국 신문의 프론트를 차지한 사진기사다. 라마단이 시작됐음을 알리고 있다.
낯설다면 낯선 광경이다. 그 낯선 종교문화에 한국 신문들이 언제부터 그토록 관심을 보여 왔을까.
‘문화가 중요하다’-. 문화의 세기, 문화에 대한 온갖 담론들이 쏟아지면서 나온 말이다. 이제는 식상할 정도다. 그 슬로건이 어느덧 슬그머니 바뀐 느낌이다. ‘종교가 중요하다’로.
새삼 설명이 필요 없을 것 같다. 세계를 종교를 중심으로 바라보는 게 9.11 이후의 한 흐름이 돼 있으니까.
당신이 믿는 하나님은 어떤 하나님인가. 가까이 하기에는 너무 머나먼 분인가, 아니면 세상일에, 또 당신의 삶의 극히 작은 부분에도 관심을 가지는 분인가. 그도 아니면….
많은 사람들이 나의 삶의 구석구석을 살피고, 세상사에 간여하는 분이라는 응답을 했다. 베일러 대학이 최근 실시한 미국인의 종교적 믿음과 관련한 연구조사 결과다.
미국은 날로 세속화되고 있는가. 그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한 연구조사다. 결론은 ‘아니다’로 귀착된 것이다.
미국인의 82%가 기독교인이다. 90%가 하나님을 믿는다. 70%는 기도생활을 한다. 절반 정도가 최소한 한 달에 한 번 이상 교회에 간다. 조사 결과 발견된 주요 사실들로, 미국은 인구 통계적으로 명실상부한 기독교 국가라는 사실이 새삼 확인된 것이다.
이번 조사에서 특히 클로즈업된 부문이 있다. 하나님은 나의 삶은 물론이고 세상일에도 적극 간여하는 분이라는 믿음을 가진 사람들이다. 복음주의파로 분류되는 기독교인들이다. 이들은 미국 전체 인구의 3분의1을 차지하고 있다.
그 수치가 날로 증가하고 있다. 장로교, 감리교 등 미국 교계의 주류 종단이 계속 위축되고 있는 것과 대조적으로. 이 복음주의의 급팽창 세는 그러면 무엇을 의미하나.
“그들은 반(反)지성적이다. 한 마디로 무식하다는 말이다. 그 결과 정치의 종교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주로 유럽 쪽에서 쏟아지고 있는 비난이다. 복음주의 확산을 광신에 가까운 기독교 근본주의의 대두로 파악하면서 가해지는 비판이다.
“미국 사회의 가치관을 바꾸었다. 따라서 변한 게 미국의 정치지형이다. 그뿐이 아니다. 미국의 해외정책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월터 러셀 미드의 지적이다.
외국인들은 미국 개신교 보수신앙의 흐름에 대해 잘 모른다. 유럽에서 쏟아지는 비판은 바로 그런 오해에서 비롯됐다는 게 리드의 주장이다.
그에 따르면 복음주의 신앙에 근거한 해외정책의 역사는 상당히 오래됐다는 것이다. 그 한 예가 19세기 영국과 미국에서 전개되어 온 노예제 폐지운동이다. 이후 이 같이 인도주의적 가치관, 도덕률에 바탕을 둔 정책은 하나의 전통이 돼 왔다는 해석이다.
친 이스라엘 정책도 그렇다고 한다. ‘아브라함에게 부어진 축복의 약속’을 복음주의파는 그대로 믿는다. 미국의 친 이스라엘 정책은 그러므로 ‘이스라엘의 로비’보다는 이 같은 믿음이 해외정책 방향에 반영된 결과라는 풀이다.
‘부시이즘’(Bush-ism)으로 불리는 현 미국의 해외정책의 상당부문이 이 관점에서 보면 이해가 된다는 얘기다. 그리고 나오는 전망은 미국의 해외정책은 인권문제 등 가치관에 액센트가 가해진 방향으로 계속 간다는 것이다.
세계에 대한 기독교인의 책임을 무엇보다 강조한다. 이런 신앙노선의 복음주의가 조금도 숙어들 기미가 없다. 그 세가 계속 확산되면서 정치적 영향력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복음주의 기독교는 미국의 힘의 근원이다.” 한 문명비평가의 말이다. 미국에서 시작된 이 복음주의는 오늘 날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전파되고 있다. 이 현상을 목도하면서 내린 결론이다.
그는 이어서 이렇게 단언한다. “(저 출산으로 인해) 유럽을 사실상의 자살로 몰아가고 있는 죽음의 천사를 아메리카란 토양에서 몰아낸 것도 바로 이들의 믿음이다.”
출산율이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낮다. 1.08명이라고 했나. 홍콩 다음의 최저 출산율이라는 거다. 자살률은 단연 톱이다.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은 물론이고 일본도 제쳤다.
한국서 전해지는 뉴스다. 이를 어떻게 보아야 하나. 그 뿌리는 혹시 한국사회 전반에 스며든 영적 문제에서 찾아야 하는 게 아닐까. 일테면 교회가 위축되고 있다는…. 흘낏 스치는 생각이다.
sechok@koreatimes.com
옥 세 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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