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밤 왔다 15일 낮 귀국 ==
노무현 대통령이 14일 밤 9시쯤 샌프란시스코에 도착, 시내 니코호텔에서 1박한 뒤 15일 오후 3시쯤 귀국길에 올랐다. 유럽각국 순방과 워싱턴DC에서의 한미정상회담에 이어 재임중 두번째로 미 본토 한인이민의 첫 고향 샌프란시스코를 방문한 노 대통령은 그러나 15일 오전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 등 주류사회 오피니언 리더들과의 비공개 간담회를 제외하고는 별다른 공식행사 없이 17시간여동안 머물다 한국행, 이달 초부터 시작된 보름동안의 해외순방을 마무리했다.
노 대통령은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한편 참여정부의 대외정책 기조를 설명하고 이해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 대통령 일행에 대한 영접과 환송은 정부측에서 정상기 총영사 부부가, 한인사회를 대표해 김홍익 SF한인회장과 정에스라 SF평통회장• 강상만 새크라멘토한인회장•오영수 몬트레이한인회장이 맡았다. 개빈 뉴섬 시장과 샬럿 슐츠 의전장 등 SF시 최고위 관계자들도 SF공항에서 노 대통령을 영접했다.
한편 노 대통령이 도착한 14일 밤과 15일 오전 내내 숙소인 니코호텔 주변에서는 6.25 참전전우친목회 회원 등 주로 노년층이 중심이 된 반노시위대가 참여정부의 대미정책 대북정책 등을 격렬하게 비난하는 구호를 외치거나 유사한 내용의 피켓을 흔들며 규탄시위를 벌였다.<정태수/신영주 기자>
노무현 대통령 SF체류 18시간 스케치
노무현 대통령이 탄 대한항공 특별기가 내리고 뜬 SF국제공항의 바람은 무척 차고 거셌다.
특히 14일 밤 도착 당시에는 취재진은 물론 영접인사들과 의전팀, 경호원들까지 매서운 바닷바람에 옷깃을 여믜며 차량이나 임시막사(이동 컨트롤타워) 등 뒤에서 바람을 긋는 등 맹추위와 싸워야 했다.
그러나 그것은 자연의 추위일 뿐, 노 대통령이 묵는 숙소 주변에서는 반노시위가 밤늦게까지 이어졌다. 시위는 15일 오전 내내 속개됐다. 원색적이랄 정도로 격렬한 구호가 난무하고 그보다 더한 주장을 담은 전단과 피켓이 요동쳤다. 한미 경호팀의 철통같은 방어막 때문에 물리적 충돌 등 더이상의 불상사는 없었으나 노 대통령의 기억에 남을(?) SF체류 18시간이었다.
○…노무현 대통령과 부인 권양숙 여사, 수행원 및 수행기자단 등을 태운 대한항공 특별기는 당초 예정보다 5분가량 이른 14일 밤 8시55분쯤 SF국제공항 활주로에 내렸다. 취재진과 영접인사들이 기다리는 곳으로 특별기가 이동하는 데 걸린 시간은 6분가량. 이어 트랩이 열리자 정상기 총영사와 매뉴 가도우 SF시 부의전장이 영접차 기내에 올라갔다. 9시 4분쯤, 노 대통령과 권양숙 여사가 차디찬 바람을 맞으며 트랩 계단을 내려와 도열해 있던 SF시의 게빈 뉴섬 시장, 샬럿 슐츠 의전장, 마크 챈들러 통상국장, 김홍익 한인회장, 정에스라 평통회장, 강상만 새크라멘토한인회장, 오영수 몬트레이한인회장 등과 “안녕하세요” “어서 오십시오” “반갑습니다” 등 인사를 주고받으며 악수를 나눈 뒤 곧바로 대기중인 승용차에 옮겨타 숙소인 니코호텔로 향했다. 비공식 실무방문이어서 별도의 환영행사는 없었다. 대통령 부부가 탄 승용차는 경찰차 2대와 경호차 1개가 선도했으며 대통령차 뒤로는 10여대는 경호 및 의전차량들이 뒤따랐다.
○…노 대통령은 20여분쯤 뒤 숙소에 도착, 곧바로 여장을 풀고 반기문 외교장관, 송민순 안보실장 등과 가벼운 환담을 나누며 한미정상회담에서 논의된 쟁점들에 대해 재점검하고 15일 있을 오피니언 리더 간담회 준비를 했다. 노 대통령 일행은 워싱턴DC에서 기내식으로 저녁식사를 한 터였다. 스탠포드대 MBA과정에 유학중인 아들 건호 씨 부부와의 재회도 이뤄졌다는 후문이다. 60여명의 청와대출입기자단은 대형버스에 분승, 니코호텔 인근 힐튼호텔에 투숙했다. 이들은 호텔에 짐을 풀자마자 노 대통령의 SF도착과 니코호텔 주변 반노시위대의 동정 등을 담아 본국에 전송하는 등 새벽까지 불야성을 이뤘다.
○…그러나 베이지역 동포언론에게는 노 대통령의 공항 도착과 귀국길 취재는 ‘소문난 잔치 먹을 것 없는’ 취재가 됐다. 특히 도착 취재는 해가 저물면서 세찬 바람에 2시간30분가량 시달린 끝에 30여미터 먼발치에서 고작 3-4분가량 어렴풋한 대통령의 모습을 보는 것으로 취재를 끝내야 했다. 취재진에 대한 보안검색은 철저해 온몸수색과 카메라 분해검색까지 거친 취재치고는 허망한 것이었다. 숙소 주변에는 폭발물전담 보안요원들까지 진을 치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귀국길 취재 역시 특별기 이륙 2시간전에 공항에 대기했다 10분도 안되는 ‘눈으로 취재’에 그쳤다. 유타주에서 15시간 가까운 고행끝에 취재를 온 코리안 타임스 소속 두 기자도 발을 동동 굴러야 했다. 15일 오전 간담회 취재는 북가주 기자협회 공동취재단(인쇄매체-중앙일보 주영기 기자, 전파매체-한미라디오 최송무 국장)이 대행했다. 환송인사들은 “(반노시위 등 악재에다 만만찮은 국내사정 등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의 표정이 매우 밝았다”고 전했다. <정태수 기자>
역전의 용사들 주도 반노시위 격렬
○…15일 오전 SF 니코호텔 앞 (메손가 오파렐가)에서 재미월남참전총연합회 등 LA 지역 32명과 한반도구국운동연합미주총련(김홍복), 상항 6.25참전전우친목회(강영운) 등 SF 지역 20여명이 노무현 정권을 비판하는 시위를 벌였다. 오전 9시 30분부터 12시 30분까지 열린 시위에서 시위대는 ‘한미동맹증진 강화’ ‘전시작전권 환수 결사반대’ ‘친북반미 중단하라’를 외쳤다. 이들 14일 저녁 노대통령의 숙소 도착시각인 9시부터 아침 8시까지 교대로 밤샘 시위를 벌였다.
○…최영석(71세)재미동포애국단체연합회 애국행동본부 대회협력위원장은 abc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젊은 학생들의 좌경화를 우려하고 우리가 원하는 것은 한미우호관계 증진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3만 5천명의 목숨이 희생으로 민주주의를 지켜왔는데 젊은 세대들이 그것을 모르고 있다”며 “노무현 정권이 김정일의 하수인이 됐다”고 규탄했다.
부시대통령이 워싱턴 회담에서 전시작전권 문제를 정치적으로 쟁점화하지 말라는 주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질문에는 “내용은 잘 모르지만 부시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냈다. 전시작전권 환수 문제는 한국에 국민투표를 부칠 문제이며 차기정권에서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고 말했다.
○…시위대는 구호를 외치다 지치면 ‘애국가’ ‘아리랑’을 부르며 잠시 숨을 돌렸다. 이날 시위에는 맥아더 장군과 인천상륙작전에 나섰던 계인주 대령의 미망인 계정향 여사가 참석했다. 또한 러드 배너 등 3명의 6.25참전 미 전우들도 시위 말미에 태극기를 흔들며 동참하기도 했다. 시위대는 “우리는 감정적으로 시위에 나선 것이 아니라 지난 3년간의 대북정책이 잘못됐음을 알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위대 제지 경비는 삼엄하지 않았으며 대략 5대 정도의 경찰차가 만일 사태에 대비하기 배치되어 있었다. 본국 의전팀은 시위현장을 신중하게 지켜보는 모습이었다. 시위현장을 지나가던 샌프란시스코 시민들은 볼거리를 잡았다는 듯 카메라에 담는 모습도 보였으나 대부분 아무 관련 없는 듯 물끄러미 지나가는 행인들이 많았다. <신영주 기자>
<오피니언 리더 간담회>
15일 오전 9시45분부터 샌프란시스코 니코호텔 빅서 룸에서는 윌리엄 페리 전국방 장관, 커먼웰스 클럽의 글로리아 더피 회장, 아시아 파운데이션의 필립 윤씨, UC 버클리 동아시아 연구소의 T.J. 펨펠, 스탠퍼드대학의 신기욱 교수 등 지역 여론 주도층 인사 12명과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 이태식 주미대사, 정상기 SF총영사 등 정부 관계자 12명이 참석한 가운데 노무현 대통령의 간담회가 열렸다.
AP, AFP. 로이터,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등 외신 기자들과 한국 언론 취재단에 5분 동안 공개된 모두 연설에서는 글로리아 더피 커먼웰스 회장이 노대통령 정상회담의 논의된 주요 의제들과 노대통령의 약력을 간단히 소개한 뒤 노대통령의 간단한 모두 연설이 이어졌다. 이 자리에서 노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에서) 논의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이야기 도중에 논의할 시간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동안 북핵 문제 한미 관계 등 많은 우려가 존재해왔으나 어제 정상회담을 통해 이를 불식할 수준의 대화와 합의가 이뤄졌다고 평가한다.”고 모두 연설을 마치고 지역 인사들과 개별 사안들에 대한 토론에 들어갔다.
본격적인 간담회는 취재진의 퇴장 뒤 비공개로 진행됐다. 노 대통령의 SF체류 중 유일한 공식행사인 이날 간담회에는 한국측에서 노 대통령을 비롯해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 이태식 주미대사, 송민순 통일안보수석, 이수훈 동북아협력위 위원장, 윤대희 경제정책 수석
윤태영 대변인 등 12명 참석했고, 북가주 오피니언 리더로는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현 스탠포드대 석좌교스), 필립 윤 아시아파운데이션 부회장, 바넷 바론 아시아 파운데이션 부회장, 글로리아 더피 커먼웰스 회장, 제인 웨일스 세계문제 연구소 회장, 신기욱 스탠포드대 아태연구소 소장 등 12명이 참석했다. <북가주 기자협회 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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