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니 리(한미정치발전연구소장)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의 선임고문겸 일본팀장으로서 백악관 사정에 정통한 마이클 그린은 최근 한국의 전시작전 통제권 환수논란에 대해 상당히 시사적인 발언을 하였다. 워싱턴은 한국의 전시작전 통제권 단독행사 원칙에 합의했는데 이는 지난해 9월 베이징 6자회담에서 북한의 핵포기를 전제로 합의문이 작성된 이후 백악관과 국방부가 동의한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6자회담을 거부하고 미사일을 발사한 시점에서 갑작스럽게 반환협상이 진척되는 것은 북한에게 엄청난 보상을 해주는 것이라는 것이다. 전시 작통권 환수는 국가보안법 폐지와 서해상 북방한계선 재설정과 함께 북한의 3대 요구사항이기에 더욱 그렇다는 것이다.
미사일 발사후 미국에게 선전포고와도 같은 강도높은 자위권 발동을 내세운 북한의 입장으로 볼때 북한의 3대 요구사항을 남한이 순순히 들어줌으로써 남북관계는 북한이 주도권을 갖고 안보를 더욱 불안하게 하는 듯 하다. 이에 보수세력과 주요언론은 한반도 안보위기와 한미동맹의 와해를 내세워 전시 작통권 환수가 시기상조이며 작통권 환수에 따른 한국정부의 독자적 방위력과 대비책 마련에 회의적이라며 비난의 칼날을 세우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등 미국 중요 언론들 또한 북한의 지하 핵시설이 포착되는 등 북한의 최근 행보가 한미관계에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제사회에서 자주국방은 독립 국가의 기본요건이다. 그러나 아무리 막강한 군사력을 보유한다 해도 국가간의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동맹과 반목을 거듭하는 현대사회에서 자국의 국방력만으로 홀로서기가 가능하지 않다. 특히 군사강국인 일본과, 영국, 프랑스, 독일등이 미국과의 군사동맹관계를 유지하며 자위대 증설에 힘쓰는 것도 국방력이 국제사회에서 국가경쟁력에 근간을 이루기 때문이다.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를 둘러싸고 현재 한반도에는 두가지 논란이 일고 있다. 첫째는 한국군의 자위능력이 북한을 대적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작통권 환수는 미군철수와 한미군사 동맹의 와해로 이어져 한반도 안보의 절대절명의 위기로 보는 시각이다. 전시 작통권을 한국에 내준 미국이 한반도내 전쟁이 발발했을때 과연 현재와 같은 군사적 지원을 하겠는가이다. 북한이 자주국방과 민족주의의 틀안에서 지속적으로 반미와 미군철수를 외치는 근본요인이기도 하다.
더욱이 동북아의 균형추 역할을 하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이점이 냉전의 종식과 더불어 더이상 정치적 의미를 내포하지 않을 때 미국은 한반도를 미군사외교의 거점으로 삼으려 하지 않을 것이다. 한반도가 미국에 아무런 실익을 주지 못할때 미국은 한반도 문제에 점진적으로 손을 떼게 될
것이다. 둘째는 1950년대 한국전쟁의 종식과 더불어 맺어진 한미군사방위조약이 한미동맹과 한반도 안보에 절대적 역할을 하며 경제발전에 일익을 담당했다 하나 반세기가 지난 현재 한반도는 세계경제 10위권과 세계군사력 6위에 오를만큼 변모했다. 작통권 환수는 시대의 변화에 따른 당연한 요구이며 2001년 평시작통권 환수와 함께 2012년 전시작통권 환수는 예정되어 있는 수순이다. 정부는 한국의 주권국가로서 자주국방력의 중요성을 전면적으로 내세우며 조기 환수를 서두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두가지 요인이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 정부는 자주국방의 기틀을 더욱 견고히 하고 한미연합사의 해체에 대처하여 한반도 안보를 책임질 한미간의 대등한 군사동맹관계에 최선의 준비를 하여야 한다. 미국은 이미 환수에 동의했으며 2009년에도 이양이 가능하다고 했다. 그렇다면 그에 대한 대비책 마련이 더욱 중요한 것이다. 몇년 앞당긴다고 해서 한반도의 자주국방력이 갑자기 급진전되는 것이 아니다.
현정부의 정책들을 보면 의욕은 앞서나 정책을 수행할만한 탄탄한 준비과정이 결여되어 지지부진하는 경우가 많다. 자주국방은 참으로 좋은 것이다. 독립된 국가의 자주국방은 국제사회에서 경쟁력있는 국가를 의미하기도 한다. 그러나 많은 국가들과의 동맹관계를 통해 자국의 국방력을 향상시키려는 군사강대국들을 보며 전시 작통권 환수만이 대한민국 자주국방의 지름길이라는 어설픈 환상에서 깨어나야 한다. 설령 대한민국이 북한의 군사력보다 월등하여 한반도 전쟁 억지력을 갖는다해도 강대국들과의 군사동맹은 필요한 것이다. 군사적 윈윈관계는 국제사회에서 자국의 국방력을 업그레이드 시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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