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한인들 타주업체 진출관련 기정사실화
불확실 정보 악용 사기 우려
시카고 한인사회의 젖줄과도 같은 남부지역의 침체, 치솟는 유가와 계속됐던 이자율 상승, 부동산 붐의 쇠퇴로 인한 소비 심리 저하. 이렇듯 가라앉는 분위기 속에서 뭔가 새로운 반전을 꾀할 수 있는 대규모 투자라든가 경제 발전의 구심축이 될 수 있는 강력한 상권의 형성을 바라는 한인들의 열망이 거세지면서 일말의 가능성이 있는 소문까지 확대 재생산되며 기정사실화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이런 사회 현상은 로렌스길을 중심으로 형성됐던 시카고 한인 커뮤니티가 점차 북서부 서버브로 광범위하게 뻗어나가면서 새로운 중심축을 찾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 한인문화회관이라는 상징적인 구심점을 찾는 노력이 계속 진행되는 가운데 타주의 대규모 자본이 들어와 몇년에 걸쳐 벌였던 시장조사를 바탕으로 장차 노른자위 한인상권으로 부상할 수 있다고 판단된 지역에 1천만달러 이상을 쏟아 부으며 초대형 마트들을 오픈하기 직전이다. 투자업체들은 시카고 한인 경제에 그동안 변화와 발전이 없었던 만큼 이런 빅 프로젝트가 대성공을 거둘 것이라 확신하고 있고, 소비자들은 이제껏 전혀 경험해 보지 못했던 변화의 물결이 과연 어떤 것일까 숨죽이며 기다릴 뿐이다. 가장 분주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중소 자영업자들이다. 변화의 흐름을 간파하고 대형마트에 입점해 동반매출상승을 꿈꾸는 신흥 상인 그룹이 나타나는가 하면, 이들과 경쟁하기 위해 새로운 마케팅과 세일 행사를 벌이며 기존 고객들을 잃지 않으려는 움직임도 치열하다. 이런 가운데 이미 상가 분양을 끝낸 대형 마트에 들어갈 기회를 놓친 상인들이나 새롭게 비즈니스를 시작하고 싶은데 이런 불경기 속에서 뭔가 확실히 성공을 보장해 줄 버팀목을 찾는 사람들은 타주에서 진출해 온, 또 다른 대형 마트와 함께 비즈니스를 펼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기 마련이다. 타주 대기업과 현지 중소업체들이 대규모 자본력과 현지 사업 경험을 교환해 대형 상권을 단기간에 탄생시키고 거대한 시너지 효과를 내어 한인 사회의 경제 발전 축을 형성하는 것. 이는 시카고 한인 이민경제 50년사의 패러다임 자체를 바꾸는 작업인 만큼 불확실한 지금의 경제 상황에서 성공의 보증 수표로 여겨지는 것이다.
그러나 기대와 관심이 너무 커 잘못된 정보와 뜬 소문이 횡행하는 것이 지금 시카고 한인사회의 현주소다. 요즘 한인 상인들이나 부동산 중개인들이 모이면 뜨거운 화제로 등장하는 것이 바로, “리 브라더스사가 오픈하려는 아씨 시카고 매장이 어디 어디에 들어서기로 이미 계약이 끝났다”는 것은 물론, 한걸음 더 나아가 “내가 그 안에 입점 제의를 받았는데, 너도 관심있으면 함께 일해 볼까”라는 식의 과장, 왜곡된 말들이다. 정작 리 브라더스측에서는“아씨의 진출이 몇 년 전부터 마치 기정사실인 양 시카고에서 떠도는 소문이라는 것을 익히 들어 알고 있다”며 “올해 안으로 계획된 메릴랜드 추가 매장 오픈에 회사 전체가 전력을 기울이는 상황이라 언젠가는 아씨가 시카고에 들어갈 수 있더라도 지금 당장은 정말 문을 열 계획이 없다”고 누차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마치 아씨 관계자들로부터 직접 시카고 오픈계획을 들은 것처럼 확신에 차 말하는 사람들도 소식의 근원지를 물어보면 결국은 또 다른 누군가를 통해 들은 것이 전부라는 사실은 오히려 리 브라더스사의 이런 공식 입장에 힘을 실어 줄 뿐이다. 이렇듯 한인들이 경제 돌파구를 찾아 뭐라도 잡고 싶은 심리 상태는 극에 달해, 단지 가능성이 큰 일들이 마치 당장 일어날 일인 양 와전시켜 그대로 믿어버리는 수준까지 가게 됐다. 하지만 이는 자칫, 아씨나 다른 타주 대기업체의 에어전트를 사칭하는 사람들에게 시카고 한인들이 집단으로 사기를 당하거나 추후에 소문이 사실과 다른 것으로 판명돼 정신적인 피해를 입을 수도 있는 위험성을 안고 있다. H마트나 그랜드마트에서 보여줬던 것처럼 아씨도 시카고 진출을 확정지으면 언론매체를 통해 공식적으로 입점 업체나 직원을 공개 모집할 것이 분명하다. 새롭고 거대한 변화의 물결을 타고 비즈니스계가 술렁거리는 지금 이야 말로 남들의 거창한 얘기에 무조건 솔깃하기 보다는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치밀한 사업계획을 세우며 상황의 추이를 지켜봐야 할 때란 지적이다. <이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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