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정상화’ ‘추도시설’ 최우선과제 공론화
(도쿄=연합뉴스) 신지홍 특파원 = 일본 정부가 다음달 ‘차기 정권’ 발족 후 한국.중국과의 관계정상화를 위해 연내 정상회담을 갖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현지 언론이 16일 보도했다.
현지 언론은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의 ‘8.15 야스쿠니(靖國) 참배’ 강행으로 인해 일본 차기 정권이 한국.중국과의 관계개선 및 새로운 전몰자 추도방식의 모색 등 2가지 난제를 안게됐다고 지적했다.
◇ 정상회담 등 관계정상화 최우선과제 추진 = 당장 ‘상호방문 회담’은 어렵다고 보고 오는 11월 하노이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나 12월 ‘아세안(ASEAN)+3’ 정상회의 등 국제무대에서 실현시킨다는 계획이다.
아베 장관은 15일 기자회견에서 한.중 관계에 대해 다양한 차원에서 교류와 대화를 진행, 미래지향 관계를 구축해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의지를 드러냈다.
일본 외무성은 한국과 중국도 차기 일본 정부와의 관계개선에 적극적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반기문 장관이 지난 9일 아베 장관과의 회담에서 ‘관계정상화’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을 일본측은 차기 정부와는 ‘화해’하겠다는 메시지로 읽고 있다.
다만 일본측으로서는 ‘야스쿠니신사’가 차기 정권에서도 관계개선의 걸림돌로 여전히 남게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 곤혹스럽다. 차기 총리로 유력시되는 아베 장관이 ‘참배 중단’을 확언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4년 고이즈미 총리의 신사참배 후 다음 지도자도, 그 다음 지도자도 계속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던 아베 장관은 지난 4월 비밀리에 참배를 강행했으며 ‘8.15 참배’는 하지 않았지만 향후 참배 여부에 대해 ‘비밀주의’로 간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른바 ‘아이마이’(애매) 전술이다. 보수 지지층을 의식하는 그가 참배포기를 공식 선언할 가능성은 적다는 관측이다.
특히 조부가 A급 전범 용의자인 아베 장관은 A급 전범을 ‘전쟁범죄자’로 인식하는 고이즈미 총리와 달리 일본에 있어 그들이 범죄인인가 하면, 그것은 그렇지 않을 것이라며 부정하는 입장이다. 15일 회견에서도 전쟁지도자 분들에 가장 무거운 책임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전쟁 책임은) 역사가가 판단하는 일이 아닐?라는 역사인식을 드러냈다.
또 고이즈미 총리처럼 두번 다시 전쟁은 일어나서는 안된다는 이른바 ‘부전(不戰)의 맹세’도 명확히 한 적이 없다. 오히려 집단적자위권과 일부 교전권 행사마저 긍정적이다.
◇ 전몰자 추도방식 공론화하나 = 다음달 자민당 총재선거를 앞두고 새로운 전몰자 추도방식을 모색하자는 논의가 정치권과 언론에서 제기되고 있다. 일본 차기 정권의 주요과제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으며, 흐름은 대체로 3가지 갈래이다.
A급 전범 분사론은 일본유족회 회장인 고가 마코토(古賀誠) 전 자민당 간사장이 주장했다. 고(故) 히로히토(裕仁.1901-1989) 천황이 A급 전범의 합사에 불쾌감을 느껴 참배를 중단했다는 내용의 ‘메모’가 발견돼 분사론에 탄력을 주었다. 그러나 야스쿠니신사는 극력 반대하고 있다. 신도의 교리상 분사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자민당에서는 야스쿠니신사에 분사를 촉구하는 것 자체가 헌법이 정한 정교분리 위반이라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아소 다로(麻生太郞) 외상과 아베 관방장관의 최측근인 나카가와 히데나오(中川秀直) 정조회장은 야스쿠니신사의 동의 아래 신사의 종교법인 성격을 없애고 특수법인으로 바꾸자는 안을 주장하고 있다.
아소 외상은 15일 회견에서 야스쿠니신사가 종교법인인 이상 공인(公人)이다, 사인(私人)이다 등의 이야기와 헌법의 이야기가 엮인다며 가급적 정치와는 가장 먼 장소에 놓여져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신사를 국가관리에 둠으로써 헌법 20조의 정교분리 위반 논란을 피하고 A급 전범의 분사도 시야에 넣자는 것이다.
1960-1970년대 자민당이 국회에 ‘야스쿠니신사 국가호지(護持)법안’이라는 국영화 법안을 제출한 바 있으나 야당의 반대로 폐기됐었다. 아소 외상 등은 지금은 환경이 바뀐 만큼 재논의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국가가 종교법인을 관리할 경우 신도형식의 종교색을 배제하는 것이 전제돼야 하는데 여기에 야스쿠니신사가 반발하고 있어 큰 걸림돌이다.
야스쿠니신사를 대체, 모든 전몰자를 대상으로 하는 국립.무종교 추도시설을 만들자는 움직임도 있다. 일본 정부 관련 간담회가 2002년 제기한 안이다.
이 방안을 둘러싸고 최근 2차 세계대전과 시베리아 억류 등으로 사망한 무명전몰자의 유골이 안치된 국립 일반전몰자묘역인 ‘지도리가후치(千鳥긑淵) 전몰자묘원’을 확충, 격상하자는 대안이 제기됐다. 역대 일본 총리가 종전기념일 빼놓지 않고 들르는 이 묘원을 국립묘역으로 격상하는 것은 설득력이 있다. 나카가와 자민당 정조회장이 지난 6월 제안, 고이즈미 총리가 검토를 지시했다.
그러나 국립묘역이 생기면 야스쿠니신사가 이름만 남게될 것이라는 자민당 보수파의 우려가 적지 않아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지적이다.
sh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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