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머스 마켓에 위치한 차 전문점 ‘티’에는 세계 곳곳에서 들여온 210여 종류의 다양한 차가 가득하다.
LA 파머스 마켓 ‘티’
홍차·녹차·꽃차·우롱차 등
전세계서 구한 210종 구비
온스당 1.5~16달러선
17세기 무렵 중국의 홍차가 영국에 전해지기 시작했다. 은은한 차 향에 매료된 영국인들은 ‘티 타임’까지 만들어가며 차를 즐기게 됐는데, 차를 구입하기 위해 대량의 은이 유출되자 영국은 이를 막기 위해 중국에 아편을 퍼뜨리고 19세기 결국 아편전쟁을 일으킨다. 이는 중국의 문호개방으로 이어졌는데 중국에게는 슬프고 억울한 역사의 일부이겠으나, 중국산 차가 전 세계에 전해지는 계기가 됐다. 한편 영국과 미국은 차 무역에 관해 갈등을 빚게 되면서 1773년 ‘보스턴 차 사건’을 계기로 미국 독립전쟁을 일으켰는데, 이처럼 차의 가치와 위력은 두 번이나 전쟁을 일으킬 만큼 대단했던 것이다.
한동안 커피에 눌려 빛을 보지 못했던 차가 21세기 웰빙 열풍과 함께 커피를 대신하는 건강 음료로 떠오면서 또다시 뜨거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차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반영하듯, 3가와 페어팩스에 위치한 LA 파머스 마켓에도 세계 곳곳의 유명 차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차 전문점 ‘티’(Tea)가 문을 열었다.
지난 4월 오픈한 ‘티’에서는 중국과 일본, 한국, 대만, 영국, 인도, 러시아, 아프리카와 아르헨티나 등지에서부터 들여오는 최상급의 홍차, 녹차, 우롱차, 와이트 차, 얼 그레이 차, 인삼차, 과일 향 차등 210여 종류의 차가 판매되는데, 자스민 차만 해도 1온스에 1.50달러인 일반 제품에서부터 7.85달러의 최고급 제품까지 다양한 종류를 맛볼 수 있다.
‘티’를 더욱 특별하게 하는 것은, 타 업소에서는 구경도 못할 진귀(?)한 물건이 많다는 점. 한 송이씩 말려있는 차 꽃은 커다란 유리병에 넣고 뜨거운 물을 부으면, 아름다운 꽃이 물 속에서 활짝 피면서 그윽한 차가 완성돼 파티용 혹은 손님 접대용으로 그만이다. 또한 러시아와 인도 등지에서 들여온 희한한 모양의 찻잔과 다기도 구경할 수 있다.
‘티’를 운영하는 민영욱(64)씨는 늘 신선한 차를 제공하기 위해 한번에 3주~한 달에 걸쳐 소비할 수 있도록 조금씩만 들여온다고 설명한다. 파머스 마켓 내 유명 핫소스 가게도 운영해오면서 입지를 굳혀온 민씨는 탁월한 비즈니스 능력을 인정받아 왔는데, 자신을 ‘차 매니아’라고 소개하는 민씨는 파머스 마켓을 찾는 미국인들에게 차의 다양한 효능과 뛰어난 맛을 전한다.
병 속에 넣고 뜨거운 물을 부으면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꽃차는 손님 접대용으로 그만이다(위). 차 전도사 역할을 담당하는 민영욱씨가 최상급 녹차를 보여주고 있다.
민씨가 차에 관심을 기울이게 된 건 불과 몇 년 전. 우연한 계기로 즐겨 마시던 커피를 줄이고 대신 차를 마시기 시작한 이후, 그윽하면서도 은은한 차 향기에 매료돼 하루 3~4잔은 기본으로 마셨다. 차를 꾸준히 마신 이후 몸이 한결 가벼워지고 좋아지는 것을 확연히 느낄 수 있었는데 직접 마셔봤더니 너무 좋았기 때문에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다는 설명이다.
어떻게 하면 좋은 차를 고를 수 있냐고 묻자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차 향을 직접 맡아보고, 시음해본 뒤 본인에게 가장 맞는 향기와 효능의 차를 구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특히 차는 일반인은 상상하지도 못할 만큼 여러 가지 효능을 갖고 있다.
목이 아플 때는 생강차, 머리가 아플 때는 국화차를, 편안한 휴식을 취하고 싶다면 꽃차를, 배가 아플 땐 페퍼민트 차를 마시면 탁월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또한 다이어트와 앨러지 증세 완화, 숙면을 부르거나 결장을 깨끗하게 만드는 각종 기능성 차가 가득한데, 민씨는 모든 고객에게 각 차에 얽힌 이야기나 차가 갖고 있는 효능을 설명해 줘, 차 문화가 생소한 외국인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좋은 차는 ‘믹스 앤 매치’로도 즐길 수 있다. 구수한 맛을 원한다면 녹차에 현미(Brown Rice)를 가미하면 좋고, 라벤더나 장미 꽃 차는 함께 어우러지면 더욱 은은한 향을 만들어 낸다. 민씨는 가게에 찾아온 70대의 백인 노부가 로맨틱한 분위기를 이끌어 낸다는 자스민 장미 차를 시음한 뒤 은은한 향에 감탄을 하면서, “이 차를 마시다가 로맨틱한 분위기에 휩쓸려 혹시 이 나이에 늦둥이 자식 낳게될 까봐 고민”이라 말해 한 바탕 함께 웃었다는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민씨는 앞으로도 티의 효능과 맛을 알리는 ‘차 전도사’로서 활약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활짝 피는 꽃 차(2~3인분) 8개 세트에 15달러. 녹차 온스 당 1.50달러~16달러. 자스민 차 온스 당 1.95~7.85달러, 홍차 온스 당 1.45~16달러. 다기 세트 15~40달러, 차 선물세트 50~100달러. 주소와 전화번호 6333 W. 3rd Street, #212, (323)930-0076
<글·사진 홍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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