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니 리(한미정치발전연구소장)
근대사회 세계가 깊은 중세의 잠에서 깨어난 이래 지구촌 어느 누구도 사회와 국가, 세계라는 동일의식에서 자유로워 본적이 없다. 세계화의 거대한 물결은 지구촌의 국가장벽을 무너뜨렸다 하나 여전히 국익을 기본으로 하는 민족주의와 자국의 국가경쟁력 향상을 위한 국제사회의 분
투는 식을 줄 모른다.
이스라엘과 레바논 사이의 전쟁은 지구위의 평화나 행복을 기원하는 것이 얼마나 부질없는 희망인가를 다시 한번 일깨워 준다. 또한 대북평화정책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지원하는 남한정부의 정책을 비웃기라도 하듯 북한은 계속해서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전을 담보로 미국공략에 여
념이 없다. 북미관계 발전의 일익을 담당한 조지아대의 박한식 교수는 최근 북한을 방문한 후 북한은 전쟁을 준비하는 듯 하다고 전했다. 미군철수를 주장하는 북한은 탈레반 정권과 후세인 정권을 제거한 선상에서 미국이 김정일 정권을 제거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기에 기꺼이 전쟁으로 대처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북한의 노동신문은 엔터프라이즈호가 부산항에 입항한 후 더욱 격렬하게 비난하며 미국과의 핵무기를 이용한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각오를 구체화시키고 있다. 그렇다면 국제사회 힘의 역학관계를 다시 한번 짚어볼 필요가 있다. 미국경제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유태인들이 옛 이스라엘지역에 그들의 국가를 회복하고자 했을 때 미국은 유엔에서 이스라엘의 손을 들어 주었다. 미국의 경제계, 정계, 학계 등을 주름잡는 유태인의 파워를 미국은 절대로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또한 중동지방에서의 패권유지와 기름확보를 위해서도 이스라엘과의 동맹은 필수적이었다.
이제 중국은 미국에 가장 두려운 존재가 되었다. 세계 총생산량에서 미국의 독주를 따라잡을 수 없으나 막대한 인구력을 바탕으로 한 시장 장악력은 2017년이면 미국을 능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화를 주도하는 무소불이의 미국을 위협하는 중국의 팽창을 막으려 아프카니스탄 전과 이라크전도 불사했다는 미국의 전략적 명분론도 당위성을 갖는다. 북한에 미국이 집착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면 남북한은 동시에 미국을 상대로 무모한 소모전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첨단 과학 군사기술을 바탕으로 전 세계 군사강국들의 국방력을 모두 합친 것보다 월등한 군사력을 갖는 미국이 마음만 먹으면 북한을 치는 것은 시간문제다. 중국이 북한에 막대한 원
조 뿐 아니라 기술경쟁력 향상을 위해 국가적 규모의 투자에 올인하는 것도 북한을 중국의 변방에 두고 미국과의 힘겨루기에 뒤지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소용돌이 속에서 북한은 중국의 볼모로, 한국은 미국의 볼모로 자주국방이라는 독립국가로서의 기본구성요건을 저당 잡
힌 것이나 다름없다.
세계를 움직이는 것은 역시 힘의 논리이다. 국가들이 모여 이루어진 국제사회에서 자국의 국가 경쟁력은 외교능력을 결정하는 힘이 되는 것이다. 이 힘을 바탕으로 외교관계가 성립되는 것이다. 전쟁의 위험이 전혀 없는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등이 지속적으로 군사력 강화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도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독주를 견제하는 국가경쟁력의 지렛대로 군사력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강대국들의 한반도 비핵화논리에 맞서 핵을 개발한 것도 자원과 경제력이 취약한 북한이 선택한 국가경쟁력 향상의 지름길일 수도 있다. 이로 인해 미국 등 6자회담 국가들도 북한을 함부
로 하지 못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국의 이익을 위해 작은 나라 이스라엘이 미국과의 동맹을 통해 중동지방에서 굳건히 버티는 것처럼 한국도 미국과의 동맹을 통해 동북아에서 우리의 국가경쟁력을 키워 힘 있는 나라가 될 수 있지 않은가. 북한은 핵으로 미국을 위협할 것이 아니라 핵을 통해 국제사회에서 자국의 군사 기술력의 우위를 인정받는 외교 전략으로 국가 위기를 극복할 수 있지 않은가
.핵은 강대국들도 함부로 할 수 없는 최강의 국가 경쟁력이다. 핵폭탄 하나가 지구촌을 전멸시킬 수도 있는데 그 힘의 무게가 얼마나 막강한가. 힘의 외교가 국제사회를 지배한다면 핵을 위협적 수단으로 이용할 것이 아니라 자주국방의 기틀을 갖추고 국제사회 자국의 국가경쟁력 향상의 잣대로 이용하는 외교 전략으로 수렴될 때 그 가치는 발휘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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