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영(논설위원)
전쟁은 인류역사에서 끊임없이 이어져 오고 있다. 인류역사는 전쟁사라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그러나 전쟁을 끝내놓고 나서 후에 보면 일방적 이익을 얻은 나라는 아무도 없다. 그러면서도 전쟁은 계속 이어져오고 있다. 요즈음은 중동지역에 전쟁 기운이 심각하게 감돌고 있다. 이
러한 전쟁의 불씨는 세계 곳곳에 풍선처럼 부풀어 있다. 언제 터지냐 하는 게 문제고, 누가 터트리느냐 하는 게 문제지 전쟁도발의 기운은 지금 세계 도처에 숨어 있다.
현대에서 전쟁은 세 가지로 나뉘어 진다고 한다. 저 개발국가는 우리가 6.25때 경험했듯 사상의 싸움이다. 또 개발국들은 종교 싸움을 한다. 그리고 경제력이 있는, 소위 말하는 선진국가들은 인종의 전쟁들을 하고 있다. 이 가운데 사상의 싸움은 서로가 이해득실이 맞아떨어지면 악수하
고 화해가 가능해 해결이 쉽다. 그 다음 어려운 것이 종교의 전쟁이다. 이것은 웬만큼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해결이 잘 안 난다.
지금 이스라엘이 레바논이다, 팔레스타인이다 하고 싸우는 것은 종교에서 비롯되는 전쟁이다. 그러나 해결이 될 수 있는 희망은 있다. 종교전쟁은 서로가 적대감이다, 이질감이다, 배타성이다 하는 건 있지만 그래도 종교는 계속 유지해 왔기 때문이다.
해결은 힘들어도 이스라엘처럼 군사력, 즉 힘을 동원해 문제를 종식시키는 식의 방법은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해결이 안 되는 전쟁이 있다면 바로 인종간의 전쟁이다. 중동에서의 전쟁은 종교의 전쟁이나 이것이 인종과 섞
여 일어날 때에는 그야말로 무시무시한 전쟁으로 발전한다. 예를 들어 이라크만 해도 여러 인종이 섞여 문제가 심각하다. 국회의원 하나 선출해도 인종이 단합해서 하다가 안 되면 인종끼리 뭉쳐서 싸우게 된다. 인종주의를 부르짖은 사담 후세인이 쿠르트족을 탄압하기 위해 화학전
으로 무수한 인명을 살상한 사실만 보아도 인종 전쟁은 무서운 것이다.
이런 것을 보면서 이민자들은 특히 남의 나라 땅에서 살아가는 우리 한인들 경우 남의 것을 교훈삼아 특별히 경각심을 갖고 살아야 하지 않을까. 우리는 미국은 다양한 문화가 어우러져 이루어진 ‘멜팅 팟’이다, ‘살라드 보울’이다 떠들지만 사실 미국은 항시 인종 갈등의 불씨를
안고 있다 할 수 있다.
인종간의 갈등이 문제가 돼 싸움이 되면 해결할 도리가 없다. 막말로 ‘너 죽고 나 죽자’로 마지막에 가서는 결국 제일 무서운 ‘피의 전쟁’이다. 이곳에는 히스패닉, 흑인, 멕시칸, 중국, 인도계 등 벼라별 인종이 다 모여산다. 그런데 우리는 이들에게 어떠한가. 상당히 배타적이다. 우리는 늘 5000년의 문화, 역사를 가지고 있다 큰소리를 치면서 멕시칸이나 흑인, 히스패닉, 중국, 인도계 민족을 아주 우습게 보고 멸시하는 이들이
없지 않다. 그런데 사실 우리가 멕시칸이나 중국문화를 제대로 살펴보면 그들의 문화가 어느정도 발달했는지 감탄할 정도다. 그런데도 우리는 타 민족을 많이 얕보는 습관이 있다.중국인하면 듣기 민망한 비칭을 쓰고 인도인에게는 ‘돈 안 쓴다’, ‘짜다’고 머리를 절래절
래 흔든다. 멕시칸은 단지 가난하고 불법체류자란 이유 하나 만으로 별 볼일 없다고 무시하는 버릇이 있다. 역사적으로 대문을 굳게 잠그고 남의 것도 못 들어오게 하면서 우물 안 개구리 노릇을 단단히 한 결과다. 남의 것을 모르고 우리 것만 대단하고 제일이라고 생각하며 산 우리들의 우매한 생각과 사고방식의 부산물인 것이다.
만일 우리도 어느 인종이 ‘피부가 노랗다’고 깔본다면 기분이 좋은가. 누구라도 함부로 우리를 대한다면 기분이 나쁠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최근의 중동사태를 단순히 남의 문제로만 볼 것이 아니라 우리의 문제로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지금처럼 ‘종교 전쟁’ ‘인종 전쟁‘이다 하며 갈등이 비화되면 이 영향이 미국에도 안 미칠 리가 없다.
우리가 살고 있는 미국은 알다시피 다양한 인종으로 이루어진 나라다. 한인은 한인대로 중국인은 중국인대로, 히스패닉은 히스패닉대로, 흑인은 흑인대로 보이지 않게 뭉쳐져 있다. 언제 어느 때 문제만 있으면 터질지 모르는 도화선이 늘 숨겨져 있는 것이다. 중동에서 일어나는 어마
어마한 전쟁을 지켜보면서 전쟁의 원인이 뭐고 전쟁이 어떻게 진행될 것인가 연구해 봐야 한다. 남의 집 불구경하듯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제는 우리도 눈의 시야, 생각의 폭을 넓혀야 할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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