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사렛에서 좋은 것이 나올 수 있을까. 중국 이야기만 나오면 매양 이런 태도다. 우파로 분류되는 사람들이다. 그 반대편에 ‘팬더 허거스’(panda huggers)로 불리는 사람들이 있다. 문제는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중국이라면 무조건 ‘굿’이다. 좌파의 시각이다.
문제는 문제대로 냉정히 본다. 그리고 중국이 하나의 위대한 문명이란 점도 인정한다. 그러면서 중국이 진정한 민주체제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현실주의자들이다.
좌파도 아니다. 우파도 아니다. 그러니까 현실주의자로 분류된다. 로스 테릴이란 미국의 중국 관측통이다. 그가 일찍이 중국에 대해 이런 진단을 내렸다.
“중국은 지배층이 만주족 왕조에서 공산당으로 바뀌었을 뿐 여전히 전체주의 성격의 제국이다. 중국은 스스로를 파멸시킬 씨앗을 그 체제 안에 배태하고 있다. 뼛속까지 썩었다. 정치적으로 불안정하다. 그런 주제에 지나칠 정도로 제국주의적 야망에 불타 있다.”
이런 진단과 함께 1991년 소련 제국이 급작스레 붕괴된 것과 같은 운명을 중국이 맞을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을 내렸다. 상당한 논란이 일었다. 현실주의자로 분류되는 그가 파격적인 중국 붕괴론을 전개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3년여. 논쟁이 새삼 불거지고 있다. 중국은 과연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적인지, 파트너인지. 적이란 편으로 무게가 실린다. 그러면서 재차 각광을 받는 게 중국 붕괴론이다.
빛을 감추고 밖으로 드러내지 않고 힘을 기른다. 도광양회(韜光養晦)라고 했던가. 80년대이래 중국 대외전략의 근본기조다. 경제발전에만 전력을 기울인다. 이를 위해서는 미국과 불필요한 경쟁과 마찰을 피해야 한다.
그러기를 20여년. 후진타오 시대를 맞아 대외전략의 기조는 다소간 수정을 꾀한다. 그게 평화굴기(平和?起)다. 중국의 평화로운 등장을 강조하는 용어다. 경제적으로 급성장하면서 정치적 위상이 커졌다. 여기서 대두된 게 중국 위협론으로, 이를 무마하기 위한 전략이다.
고대 로마도 전쟁을 통해 지중해 세계의 패자로 등장했다. 20세기 들어와서도 마찬가지다. 독일이, 일본이, 또 소련이 세계적 파워로 부상하면서 결국 전쟁이 발발했다. 양차 세계대전에, 냉전이다. 중국의 부상 역시 같은 전철을 밟을 것이다. 중국 위협론의 골자다.
미소작전으로 일관했다. 중국의 등장은 다르다는 것이다. 평화로운 등장이 될 것이다. 그래서 강조된 게 평화굴기다. 이 미소의 이면에서 그런데 차츰 다른 얼굴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란에 추파를 보낸다. 러시아와 새로운 밀월관계에 들어간다. 독재자 클럽의 맹주로 부상한 것이다. ‘평화굴기’에서 ‘평화’는 사라졌다. ‘굴기’만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 얼굴은 ‘유소작위’(有所作爲)의 험상궂은 얼굴이다. 한마디로 ‘패자’(覇者)의 오만한 얼굴이다. 적극적 관여와 개입을 통해 지금까지 자제해 왔던 목소리를 높이겠다는 거다. 새로울 거는 없다. 변방으로 불리는 주변의 약소국을 향해 중국이 항상 보여 온 얼굴이니까.
어찌 보면 중국의 본색이 드러난 것인지도 모른다. 국력이 융성할 때면 적극적인 복속정책을 취해 왔다. 그게 중국이고 제국주의 중국의 역사다. 테릴이 지적한 것도 바로 이 점이었다. ‘지나칠 정도로 제국주의적 야망에 불타 있어 위험하다’는.
얘기가 길어졌다. 포인트는 다른데 있는 게 아니다. 북한의 핵 위협, 그리고 미사일 도발과 관련된 중국의 한반도 정책도 이 관점에서 보아야 하지 않을까 해서다.
2003년의 시점까지만 해도 평화굴기의 입장으로 한반도 문제에 접근하는 인상이었다. 중국은 평화를 원한다. 때문에 조용한 외교를 통해 북한 핵 문제 해결을 꾀한다는 거였다.
그런 중국을 미국도 믿었다. 6자회담이 사실상 의미가 없어지기 시작하면서 중국을 보는 미국의 시각이 달라졌다. 중국이 김정일 체제를 통제하지 못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쪽으로 의심이 들기 시작한 것이다.
이번 미사일 위기에서 중국의 입장은 분명히 드러났다. 전 세계가 규탄에 나섰다. 그런데 유독 중국만이 감싸고돌았다. 툭하면 핵 공갈에, 미사일 도발이나 하는 북한이란 존재가 중국 입장에서는 반드시 마이너스 요인이 아니라는 걸 전 세계에 알린 것이다.
후진타오의 발언에서 이 같은 중국의 입장은 재차 확인된다. ‘북-중 친선관계를 발전시키는 것이 확고한 전략적 방침’이라고 했던가. 풀이하면 이런 말이다. ‘중국은 자유민주주의를 추구하는 대한민국의 편이 결코 아니다’는 것이다.
미소는 사라졌다. 얼굴을 붉히기까지 한다. 이런 중국을 두고 한 관측통은 이렇게 말한다. ‘중국은 문제의 근원이지 해결이 아니다’-. 북한 핵 문제가 한층 더 꼬이고 있다는 얘기로, 이 문제는 이제 미국과의 패권경쟁에 뛰어든 중국이란 틀에서 보아야 한다는 말이다.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짓을 피해라’-. 중국 찬양에 여념이 없는 노무현 정권에 대해 월 스트릿 저널이 보낸 경고다. 괜한 소리로 들리지 않는다.
sechok@koreatimes.com
옥 세 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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