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준재(내과전문의)
미국 독립기념일이었다. 폭죽이 터지고 애국을 고양하는 각종 행사가 미 전역을, 특히 뉴욕의 이스트 리버상에 장관을 벌일 참이었다. 케이프 캐나베랄에서는 우주선 디스커버리호가 때를 맞춰 12일간의 우주 장정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었다.그 날 새벽 북한은 화려한 폭죽 대신 어줍잖은 미사일 쇼를 벌렸다. 최소 5발이라기도 하고, 최대 12발을 쏘았다는데 그것도 구색 맞추느라 단거리, 중거리, 장거리용이라고 이곳 언론과 한국언론은 수시로 인터넷으로, CNN은 하루종일 뉴스를 방송하고 있었다.
알다시피 단거리는 대 남한용, 중거리는 대 일본용, 그리고 장거리는 대 본토용이라는 해설이 따르고 있다.단거리, 중거리용은 주변에 10여척의 배가 있는데도 떨어져 큰일 날뻔도 했지만 장거리용은 45초든, 7분이던 솟았다가 실패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바다 속 물고기들이 날벼락을 맞았을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이제는 한 술 더 떠 미사일 발사에 대한 호주 정부에도 대놓고 너희들도 까불면 ‘불바다를 만들겠다’는 듯이 엄포를 놓고 있다.
보고 들은 기사들의 줄거리지만 미국인들이 걱정을 하면서도 ‘요것들 봐라’는 듯 아침의 AOL 뉴스의 긴급 여론조사는 아래와 같이 나타나고 있다.질문 1-북한의 행동에 미국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22만여명의 답변자 중 42%가 경제제재를, 31%가 군사행동을 요구하고 있다. 73%가 북한에 단호한 어떤 행동을 요구하고 있다.
질문 2-미국은 대 북한 제재에 UN에 의지해야 하는가?
21만5,000여명의 답변자 중 51%가 아니라고 답변하고 40%가 그래야만 한다고 답하고 있다. UN을 그리 탐탁잖게 생각하는 일면도 보이는 최대강국의 힘을 믿고 있는 미국민들이다.깽판이라는 말이 시도 때도 없이 한국 정치판을 흔들어 왔지만 이런 깽판은 유사 이래 없는 일이다. 아이같은 정신력 수준의 ‘땡깡’이라고 뭉개버리기에는 참으로 한심하다.
올림픽 만큼 세계인들이 지구 축제로 여기는 월드컵 축구가 한창인 지금, 그리고 미국의 최대 기념일인 독립기념일날에 이런 행위를 의도적으로 행하니 미국인 뿐만이 아니라 세계인들이 화가 나도 잔뜩 났다. 아무리 궁지에 몰린 생쥐라도 이런 짓은 하지 않으리라 믿는다.
2,300만의 인구를 갖고 있다지만 극히 소수의 엘리트 집단들이 생존 수단으로 60억 세계인을 향해서 이판사판식의 노름을 벌인다는 것은 머리가 천개 있어도 이해를 할 수 없을 것이다.
참 이상한 북한이다. 지난 2002년도, 월드컵 4강전이 한창일 때 6.29 서해 교전을 벌여 국토방위에 여념없는 우리 해군을 참살한 것을 기억하는가? 그 때 대통령은 일본을 갈 것이 아니라 산화한 영령들의 애도에 국상이라도 지내 주었어야 했다. 4년이 지났는데도 6.29에 참석하는 대
통령이나 총리가 없을 뿐만 아니라 참석한 국방장관은 애도사 한마디 없다니 이런 나라가 지구 어디에 있는가.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는 꼴이 내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다.
지난 대선을 기억하는가? 두 여중생의 기동훈련중인 장갑차에 안전사고로 죽었을 때 엉뚱하게 반미운동이 한국을 휩쓸었다. 반미에 대항하는 반한의 기운이 주변에서 감지되고 충격완화를 위해서 탄생했던 어느 단체도 흐지부지 되는 것을 보고 안타까워 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미국을 직접 겨냥하고 미사일을 발사하니 실패하긴 했지만 그 여파는 여기 사는 한인들에게도 조만간 다가올 것이다.벌써 나의 환자들은 내게 묻고 있다. “남한 출신이냐, 북한 출신이냐”고. 그들은 사실 남북한을 잘 구분 못한다. 워싱턴 정치인들이나 지식인 내지는 세계 정세에 관심있는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미국인은 바깥에 별로 관심을 두고 있지 않다는 것을 지난 30년의 이곳 생활에서 체득하고 있다.
한동안 나의 환자들에게 남한 곧 대한민국 출신이라고 설명하느라고 무더운 여름을 보내야겠다. 북한의 미사일 오발탄은 일본 동쪽 바다에 떨어진 것이 아니라 나의 사무실에, 여러분들의
생활터에 떨어진 것이다.사태 추이를 관망해 보자. 열심히 예의 주시해 보자. 그리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 모색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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