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장미꽃이 예쁘게 피었다. 쓰레기통에서! 기적 같은 얘기다. 그러나 이 같은 기적이 바로 오늘날 한국 민주주의 정치발전이다. 칼 티 로완(Carl T. Rowan)은 1966년 12월14일 자 이브닝 스타지에서 한 영국인이 “한국에서 민주주의가 피길 기다리는 것은 마치 쓰레기통에서 장미꽃이 피기를 바라는 것과 같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 영국인은 앵글로-색슨 민주주의 국가들이 증오하는 공통된 하나의 편견 즉 부패, 부정, 친 인척주의에 대한 청교도적인 경멸감의 강력한 표현을 했으며 그 당시 한국의 민주주의 실태와 미래를 질타하고 암담한 것으로 평가한 대표적인 예라고 하겠다.
사실상 그 당시 한국의 국내정치는 부산의 정치파동, 사사오입 개헌, 언론탄압 등 비민주적이고 독재적인 정치 그대로였다. 이승만 대통령의 연임을 시도하고 자유당의 영구집권을 획책하는 3.15 부정선거는 세계의 한국 민주주의 이미지를 더욱 악화시켰다.
이승만 정권의 독재와 부정부패는 1960년 4월19일 정의에 불타는 학생들의 피 흘린 의거에 의해 종지부를 찍었으나 1961년 5월16일 박정희 장군의 군사쿠데타로 또 하나의 군사독재자가 나타나자 많은 미국지식인들은 어찌하여 미국은 언제나 독재자의 편을 들고 있는가 라고 반문하였다.
민주주의는 흔히 국민에 의한 정부를 말한다. 다시 말하면 민주국가의 주인은 백성이다. 하지만 모든 국민이 국사에 참여하는 직접 민주주의의 예는 극히 드물고 오늘날 민주정치는 간접 민주주의로 변하고 있다. 진실한 민주주의는 모든 주체적인 권리가 바닥에서, 즉 국민으로부터 솟아 올라와야 한다. 선거에 의해 국민이 평화적으로 지도자와 정권을 교체하는 중요성이 여기에 있고 그래서 민주주의의 꽃은 선거에 의한 정권교체라고 말한다.
따라서 금년 한국의 5.31 지방선거는 유권자들의 선택으로 국민의 대표가 선출된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불릴 만큼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공명선거에 의해 평화적 지도자 교체를 이루고 있는 현 한국의 민주주의가 높이 평가되어야한다.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사상 유례없는 참패를 한 것은 인물보다 당을 중심으로 투표한 결과이며 야당의 압승은 민심이 이미 참여정부를 외면하고 있음은 물론 집권여당인 열린 우리당의 신뢰도가 급하락 했음을 의미한다.
이번 선거를 통해 사이버 유권자운동은 새로운 정치참여 방식으로 잘 알려져 있다. 400여 시민단체 모임인 ‘2002 대선 유권자연대’의 투표참여 캠페인이 대표적인 형태다. 구태의연한 정치인들이 탈락되고 국회의원 공천제도와 전국구의원제도를 과감히 폐지함으로써 정당의 당내 독재를 없애고 정치에 공평한 경쟁을 도입하여 새로운 인물들로 물갈이되고 있으니 여당은 선거에는 참패했으나 공명선거를 치른 데는 한국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했다고 볼 수 있겠다.
한국이 군사독재, 3김의 낡은 정치시대의 막을 내리고 노무현 대통령의 선출은 경제적 발전에 걸맞은 정치적 선진국을 향해 발전하고 있음을 의미하며 한국국민들이 선택한 노무현 정권은 권위정치에서 벗어난 상징이고 한국정치사의 엄청난 변화인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사설에서 한국이 전직 대통령(1995) 2명의 구속 등으로 아시아에서 번영과 민주주의 모델이 되어갈 기회를 포착하고 있다고 분석, 변화가 집권계층 자체로부터 이루어지고 있다고 평하였다. 또한 하버드대 새뮤얼 헌팅톤 교수도 민주주의 실현은 아래로부터의 요구도 중요하지만 위로부터의 용단과 수용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민주화 실현을 위해 국민들의 의사, 욕구표명 이 선행돼야하고 이에 못지 않게 집권세력의 대응, 타협 및 수용이 병행되어야한다.
반 부패, 개혁을 주장, 민주적으로 당선된 지도자, 그리고 한국의 지방선거는 아시아의 기준으로 볼 때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놀라운 민주정치의 발전이다.
김필규
메릴랜드대 정치학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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