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급식 무엇이 문제인가
’업체와 친분’ 등으로 직영전환 어려워 급식도 교육 정부차원 대안마련 필요
사상 최악의 학교급식사고 파문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이미 사고가 터진 학교의 역학조사 기간만 수 주가 걸리며, 다른 급식으로 계약을 전환하는 과정도 간단치 않다. 불결한 위생 관리가 이번 사건의 직접적인 원인이지만 이 참에 위생 차원을 넘어서 학교 급식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CJ푸드시스템으로부터 급식음식을 제공받는 서울의 한 병원에서 25일 환자 보호자가 식기를 반납하고 있다. 사상 최악의 급식파동이 발생했으나 CJ측과 계약한 전국 70여개 병원은 납품업체를 변경하지 못한 채 CJ로부터 계속 음식을 제공받고 있다. 연합뉴스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졌다
학교급식이 확대된 것은 문민정부 시절이었던 1993년부터다ㅑ. 이후 정책적으로 추진돼 2002년 전국의 중고교에서 전면 실시됐다. 그 배경에는 1992년과 1997년에 있었던 대선이 크게 작용했다. 학교급식사업 추진은 학부모들의 표를 얻기 위한 훌륭한 공약 전략 중 하나였던 것이다. 그러나 “급식을 하겠다”는 공약만 내세웠지 “어떻게 해야 제대로 하는지”에 대한 고민은 없었다.
장밋빛 공약이 남발되다 보니 충분한 예산 확보나 체계적인 관리에 대한 논의도 없이 졸속으로 추진됐다. 민주노동당 최순영의원은 “문민정부 시절인 1996년 예산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 대선 공약을 지킨다며 무리하게 위탁 급식제도를 도입한 것이 이후 대규모 식중독 사태 등 문제를 야기시켰다”고 지적했다.
수면 위로 떠오른 위탁-직영 논란
학교 급식이 본격화한 2002년 이후 식중독 사건은 연례행사처럼 터졌고 위탁 급식도 한 원인이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2005년 위탁 급식 학교는 1,793 곳으로 전국 10,586개 학교 중 17%에 불과하며 나머지 83%가 직영 급식을 했다. 그러나 식중독 사고 발생률은 직영보다 위탁이 2.8배나 높았다. 밥에서 ‘수세미 조각’이 나오고 국에서 ‘머리핀’이 나왔다는 ‘급식 괴담’이 학생들 사이에서 우스개소리 마냥 퍼질 때였다. 이런 상황을 전후해 위탁 급식에서 직영 체제로 전환하자는 목소리가 학부모 사이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위탁을 직영으로 바꾸는 것은 생각만큼 간단치 않았다. 비용ㆍ관리 상의 문제 뿐만이 아니었다. 전교조가 2003년 9월 ‘직영 급식 체제 전환 희망학교’를 조사한 결과 2005년에 직영 전환하겠다던 학교 67곳 중 결국 11개 학교 만이 직영체제로 전환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교조 정진화 서울지부장은 “해약할 경우 ‘학교에 설치한 시설을 모두 철거하겠다’는 업체의 압력이나 학교장 등 학교운영위원회 구성원과 업체와의 친분 등이 일부 작용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학개혁국민운동본부 박경양 상임대표는 “예전 몇몇 교장들에게 직영 전환을 요구했더니 “골치 아픈 일을 만들 일 있냐” “(위탁 운영을 고집하는) 교장들 사이에서 왕따 된다”는 답변만 되돌아 왔다”며 씁쓸해 했다.
기본 안 지키면 어디에도 문제 있어
그렇지만 위생 문제에 있어선 직영 급식 또한 ‘안전지대’는 아니다. 지난해 직영 급식에서 발생한 환자만 해도 자그마치 1,412명이나 된다. 학교장이 책임을 지고 소규모로 운영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오히려 운영상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더구나 학교와 시교육청에 인력ㆍ재정 부담을 지운다는 현실적 어려움도 따른다. 이번 급식 대란이 발생했던 A고교의 이모 교사는 “항상 조리장과 식재료를 청결히 관리하려는 영양사와 조리사 등의 노력 없이는 직영-위탁 논란은 무의미하다”고 지적했다.
’급식도 교육’이라는 생각 가져야
이번 사태는 교육ㆍ보건 당국의 안이한 대처, 기업 양심의 실종, 정쟁에 정신 팔려 ‘학교급식법’ 개정안 처리를 수 년 늦춘 정치권 등이 만들어 낸 ‘3대 합작품’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최규호 변호사는 “역학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식중독이라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사태 확산을 방치한 당국에 큰 책임이 있다고 질타했다. 최 변호사는 “학교 급식은 학교급식법에 따라 정부와 CJ가 계약을 맺은 셈”이라며 “신속한 대응이 있었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피해자에게 정부가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한재갑 대변인은 “지난해 학부모의 급식 경비 부담이 77.1%에 이르는 등 수익자 부담률이 높다 보니, 단가를 자꾸 낮춰 저질 식재료를 쓸수 밖에 없다”며 “하루라도 빨리 ‘급식도 교육’이라는 생각으로 관련 법령을 정비하고 국가 차원의 학교 급식 기구를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박원기 기자 o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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