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작가 조남붕
마치 박수근 그림처럼 거친듯 소박한 아름다움
어둠속 빛을 포착, 마음이 본 형상까지 담아내
조남붕 작 ‘메모리’(Memory)8.
기자 유학 교수10년
3년전 홀연히 LA에 정착
조남붕은
중앙대 사진학과, 홍익대 산업미술 대학원를 거쳐 신문사 사진기자로 활동했다. 상업사진을 찍다보니 예술사진에 대한 갈증이 심해져 유학을 결심, 홍익대 산업미술대학원, 브룩스 인스티튜트와 스쿨 오브 비주얼 아트 대학원에서 사진을 전공했다. ‘벽과 그림자’(Wall and Shadow·가든그로브 아름화랑), ‘내면의 어둠’(Mind of Darkness·서울갤러리), ‘기억’(Memory·서울갤러리) 등 미국, 서울, 도쿄에서 9회의 개인전을 가졌다. 문의 (323)692-0077 www.loaphoto.com
얼마 전 LA에 개성있는 사진작가 한 사람이 조용히 스며들어 왔다. 미국에서 사진공부를 한 후 한국으로 돌아가 대학에서 사진을 가르치면서 사진작가로도 활발한 작품활동을 하던 조남붕(50)이 바로 그 사람이다.
조남붕의 작품은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 추상화 같은 사진이 많기 때문이다. 평면적이지도 않다. ‘눈에 보이는 것만을 보는 사람에게 그의 사진은 모호할 것’이란 지적처럼 표현방식이 주관적이어서 우선 사진이 어렵다는 인상이다.
“박수근씨의 작품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어요. 붓으로 그리는 게 아니라, 카메라의 광학과 빛을 연구해 사진으로 그림을 그리는 겁니다”
말을 듣고 보니 그의 어떤 사진에서는 박수근의 작품에서처럼 화강암처럼 거친 듯 소박한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그는 신구대 사진학과 교수로 서울서 10여년을 살다가 2003년 돌연 미국행을 결심했고, 최근 LA에 ‘LOA 사진관’(Light of Art Photography, 5001 Wilshire Bl.)을 열었다. 과거 그의 행적과는 어울리지 않게 웨딩사진, 가족사진 등 상업사진을 찍으며 먹고살지만, 그는 여전히 가슴속에 예술혼이 꿈틀거리는 사진작가다.
“사진의 어원은 빛(photo)과 그림(graphy)입니다. 빛으로 그리는 작업인 거죠. 제 작품은 빛의 현상이 이끌어낸 추상이미지입니다. 눈으로 본 형상에 그치지 않고 마음으로 본 형상을 담아내려는 시도이죠”
그에게 사진의 소재는 어둠이다. 사람들은 왜 하필 밤에 사진을 찍느냐고 반문하지만 그의 사진세계는 밤이라는 공간에서 의미를 발한다. 그에게 빛은 ‘삶의 환희’나 ‘영생’과 같은 메타포다. 사진은 빛을 축적하면 밤도 낮으로 변할 수 있다는 것. 파노라마 시리즈 ‘밤으로의 여행’(Journey of Night)에서 그는 3차원으로 이해 못하는 영상을 4차원으로 표현하려고 애썼다. 아직까지 사진예술계의 반응은 시큰둥하지만 그는 자신의 사진세계를 고집한다. 현대 사진의 흐름이나 동향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사진의 룰이나 정석에도 자유롭다.
2001년 성곡 미술관에서 ‘공포’(Fear)라는 주제로 전시회를 가졌는데, 모두들 ‘너무 어둡다, 음산하다, 도대체 모르겠다’며 고개를 흔들었다. 그러나, 눈의 직관을 쫓는 사진가, 추상주의 흑백사진작가 민병헌씨가 남기고 간 한마디를 붙잡고 예술사진에 대한 집념에 불을 지폈다. ‘조남붕의 사진은 제 멋대로 이지만 깊이가 있다…’
“밤은 평면적이잖아요. 밤은 어둡게 하는 것의 요인이지만, 밝음에 의해서만 드러나는 것이죠. 빛의 방향을 찾아 입체적인 사진을 찍으려고 노력하며 많은 생각을 합니다. 밤의 대상은 실재의 대상이라기보다는 상상력과 직관이 존재하는 대상이에요. 내 마음속의 풍경인거죠”
그는 뉴욕 유학시절 스승이었던 아론 시스컨트를 존경한다. 하지만 시스컨트의 평면적 사진에서 벗어나 공간성을 확장시키고 싶어한다. 앞으로는 집시의 삶과 자취를 찍기 위해 10년 동안 집시를 따라다닌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요셉 쿠델카처럼 하나의 오브제에 집착해 열정을 퍼붓고 싶고, 설치미술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사진을 조화롭게 이용한 조각가 샌디 스커글랜드처럼 단점을 오히려 장점으로 이용해 초현실적인 세계를 표현해보고 싶어한다.
<하은선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