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영(주필)
북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6자회담이 교착상태에 빠져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북한이 미사일 시험 발사를 준비하고 있어 동북아의 긴장을 조성하고 있다. 북한이 발사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진 장거리 미사일 대포동 2호는 사거리가 미국의 알라스카까지 도달할 수 있는데 이 미사일을 뉴욕까지 도달할 수 있는 미사일로 개량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이 이미 핵무기를 만들었다는 추정이 있고 보면 이 미사일 발사시험이 성공할 경우 북한은 장거리 미사일에 핵탄두를 장착하여 미국 본토를 타격할 능력을 갖추게 된다.
그런데 이같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한 국제적 반대 기류가 심해지자 북한은 미사일문제를 미국과 협상으로 풀 수 있다는 태도로 나오고 있다. 과거에 핵 카드로 미국과 협상을 시도했던 것처럼 이번에는 미사일 카드를 내비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은 클린턴 행정부와 핵개발 협상을
벌여 1994년 제네바 합의로 북한이 핵개발을 중지하는 대신 미국이 중유를 제공하고 북한에 경수로 발전소를 건설해 주기로 했다. 그러나 북한은 이 합의로 실리를 챙기면서도 핵개발을 계속하여 현재 핵 위기가 재발된 상태로 지속되고 있다.
북한의 핵개발과 마찬가지로 미사일 개발도 협상용과 군사용의 두 가지 목적을 모두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우선 핵문제는 북한이 미국과 협상용으로 유용하게 사용한 카드였다. 북한은 과거 이 문제를 미국과 단독회담을 하는 구실로 삼았고, 현재의 6자회담을 하는 과정에서도 미국과의 협상 기회를 찾고 있다. 이번에 미사일 발사 문제도 미국과의 협상으로 풀 수 있다고 한 것은 미국에 대해 핵카드 이외에 미사일 카드라는 한 수를 더 내놓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그러나 핵카드처럼 미사일 카드도 단순한 협상용 카드만은 아닌 것이다. 북한은 세계 공산주의 사상 유례없는 군사국가이다. 보통 공산국가의 수장이 공산당 서기장, 대통령, 수상, 당수 등으로 불리는데 김정일의 직함은 국방위원장이다.
북한은 이른바 선군정치, 즉 군사력이 모든 것을 보장한다는 군사력 최우선 정책을 공공연히 내세우고 있다. 군사력은 외부세력과 대결하여 생존을 보장하는 유일한 길이며 내부의 불만세력을 누르고 안정을 유지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 되고 있다. 따라서 북한의 장래 문제에 관한 군부의 입김은 대단하다. 북한의 공산주의는 단순한 공산주의가 아니라 군국공산주의라고 이름을 붙일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협상으로 해결해도 핵개발과 미사일 개발은 계속될 수밖에 없게 된다.
이번에 북한의 미사일 문제가 처음 불거지자 북한은 미사일을 발사하는 것이 아니라 인공위성을 발사하는 것이라고 했다. 북한의 산업과 기술이 선진국에 비해 낙후되어 있고 경제난이 심각하다는 것은 공지의 사실이다. 국민들이 먹을 것이 없어 다른 나라에서 구걸을 하고 있고 그래도 수많은 아사자가 발생하고 있다. 그런데 무슨 여력으로 인공위성을 발사한다는 말인가. 선군정치의 기치 아래 군사력 강화를 위한 미사일이 아니라면 로케트가 발사될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북한을 감싸기만 하는 남한은 북한처럼 인공위성이라고 했다. 지금 남한정부는 이런 정신 나간 사람들이 움직이고 있다.
북한이 핵무기와 미사일을 만들어 미국에 대적하겠다고 하는 것은 어린아이의 잠꼬대와 같은 생각이다. 설혹 미사일을 개발하여 발사한다고 해도 미국이 요격을 하게 되고, 이로 인해 북한은 국제적인 고립과 제재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만약 북한의 미사일이 실제로 미국을 공격한다면 어떻게 될까. 월드 트레이드센터가 무너진 사건으로 아프간이 초토화 되었듯이 북한의 미사일이 미국의 본토를 건드리는 날에는 미국이 북한을 쑥대밭으로 만들 수 있는 명분을 주고도 남을 것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인간은 실속은 없으면서 허풍을 떨기만 한 사담 후세인같은 사람이다. 후세인은 마치 자기가 미국과 대등하게 싸울 수 있는 실력이나 있는 것처럼 허풍을 떨다가 자신의 운명은 물론 자기의 체제에서 수족처럼 일했던 많은 사람들과 무고한 국민들에게 말할 수 없는 고통을 안겨주었고 자신의 조국이 처참하게 점령당하는 비극을 초래했다. 만약 후세인이 마음을 바꾸었던지, 아니면 누가 후세인을 제거했더라면 그와 같은 총체적 불행은 면할 수 있었을 것이다.
김정일이 만약 미국과 대결정책을 지속한다면 그도 또한 후세인처럼 총체적 불행을 초래하게 될 것이다. 이런 김정일의 집권을 계속 도와주고 또 핵무기와 미사일을 만들 수 있도록 돈을 보태주는 남한의 일부 세력도 그 책임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북한이 미사일 카드를 내놓고 무슨 수작을 다 해도 결코 미국을 공격할 수는 없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북한이라는 나라는 지도상에서 사라지고 말 게 될 것이다. 한국이 남북 공조를 내세워 북한쪽을 거드는 것이 한반도의 평화를 보장할 것이라는 생각은 어리석기 짝이 없다. 미사일 카드는 더 이상 없다. 북한의 유일한 카드는 무기를 버리고 개방과 개혁으로 국제사회에 떳떳하게 나오는 길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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