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랑스전 D-1
<메인>
오늘은 따로 “U-S-A!!”
내일은 같이 “대-한민국!!”
미국-이탈리아전 17일 낮12시
한국-프랑스전 18일 낮12시
“곧 6.25가 다가옵니다. 미국이 우리 한국을 구해준 고마운 나라로 입이 닳도록 고마움을 표시합니다. 그런데 월드컵축구게임에 미국이 잘나가는 것도 아니고 고전하고 있을 때 미주한인들이 미국팀을 응원은 안하더라도 조금이라도 관심을 갖고 있습니까.”
본보가 ‘북가주 한인사회 맞춤형’이란 표제를 내걸고 “대-한민국” 월드컵 특집을 시작한 뒤 전화로 편지로 붉은 악마란 표현사용 중지를 촉구하고 한국 대신 미국 응원을 주장했던 태권도인 문덕영 관장이 16일 보내온 장문의 편지는 이렇게 시작된다.
그는 미국팀에 대한 응원도 잊지 말아달라는 기사를 내보내고 경기상보 또한 다른 팀보다는 비중있게 다뤘음에도 성에 차지 않은 듯 “한국팀만 요란축구팬들은 2006독일월드컵축구 A조 리그 이탈리아-미국에서 ‘아주리 한인신문을 보아도 미국팀은 아예 없고 한국팀만 요란스럽게 선전하고 있다”며 “한인들에게 미국팀 게임은 언제 있느냐고 물으면 100%가 모르고 있다”는 등 말로 “정말로 의리없는 국민”이라고 개탄조 결론을 내렸다.
문 관장은 그런 우려를 접어도 될 것 같다. 한국응원 열기에 가려 도드라지게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것일 뿐, 한국과 미국을 함께 응원하자는 분위기가 상당하다. 심지어 숫자로 보나 비즈니스상 끈끈한 관계로 보나 히스패닉계도 외면할 수 없다며 기왕이면 멕시코 등 중미팀들에 대해서도 뜨거운 성원을 보내자는 성숙하고 여유있는 축구팬들도 적지 않다.
체코와의 첫판에서 0대3 완패를 당해 벼랑에 몰린 팀USA가 월드컵 3회 우승(34년, 38년, 82년)에 빛나는 전통강호 이탈리아를 상대로 벼랑탈출 한판승부를 벌인다. 17일 낮 12시(SF시간) 펼쳐지는 이 경기는 미국으로선 지면 끝장이고 가나와의 첫판에서 2대0 낙승을 챙겨놓은 이탈리아로서는 비기기만 해도 남는 밑질 게 없는 장사다. 그렇다고 아주리군단(이탈리아팀의 애칭)이 슬렁슬렁 하리란 건 결코 아니다. 우승고지를 넘보는 이탈리아로서는 한수아래 미국을 잡고 일찌감치 16강행을 확정지어 버거운 체코전을 맘편하게 치른다는 입장이다.
게다가 이탈리아는 카테나치오(빗장수비)로 유명한 짠돌이팀. “골을 먹지 않으면 지지 않는다” “수비가 챔피언을 낳는다”는 것이 이탈리아의 전통적 축구철학이다. 90년대를 풍미했던 명수비수 파올로 말디니가 은퇴했지만 네스타 등 후배들이 그 공백을 메꿔가며 여전히 난공불락 수비라인을 구축하고 있다. 창 끝이 별로 날카롭지 않은 미국이 그 바리케이드를 뚫고 골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브루스 아레나 팀USA 감독의 고민. 벼랑탈출을 위해서는 이판사판 공격비중을 높일 수밖에 없음에도 아레나 감독이 15일 회견에서 이탈리아전 전략을 묻는 질문에 “그들은 뒷전에 눌러앉는 스타일이어서 인내를 갖고 임해야 한다”고 한 것 또한 수비에 치중하다 전광석화같은 역습 한두방으로 결판을 내버리는 아주리축구를 경계한 것이다.
한편 미국언론들은 미국의 02월드컵 돌풍(8강진출) 재현은 어렵고 조별리그에서 1승이라도 거두면 다행이라는 비관적 전망을 내리고 있다. 한국의 축구토토 승부알아맞히기에서도 69.03%가 이탈리아승리쪽에 베팅했다. 그러나 한인들은 미국이 객관적 절대열세를 딛고 4년 전 거함 포르투갈을 침몰시킨 것과 같은 드라마를 연출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이 경기는 ABC와 ESPN이 합동중계를 하고 KBS아메리카에서도 생중계된다. <정태수 기자>
사진-좌
12일 미국-체코전에서 성조기를 흔들며 팀USA를 응원하는 열성 샘스군단(미국대표팀 서포터스 공식명칭)
사진-우
13일 이른 아침 산타클라라 갤러리아플라자 내 옛COMPUSA에 모여 한국-토고전 중계를 지켜보며 응원하는 한인들. <김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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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사진>
“적이냐 동지냐, 경기냐 영화냐”
한국이 속한 G조 프랑스-스위스 경기가 벌어진 지난 13일 오전(SF시간), 베이지역 프랑스인들과 스위스인들이 주SF프랑스 총영사관 옆 괴테연구소 강당에서 ‘같이 앉아 따로 응원’을 했다. 그러나 경기가 무득점 무승부였던데다 이웃사촌 동반16강을 바라는 마음들이 이심전심 통했는지, 적대감은커녕 경쟁심도 별로 느껴지지 않은 채 소곤소곤 다정하게 응원을 해 마치 축구영화를 감상하는 듯했다. <정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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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인류의 대제전 월드컵 76년사⑨
◆제17회 한일월드컵(2002년)-1
타는 목마름으로 본선 첫승을 갈망했던 한국이 일약 4강에 오른 것은 기적이다. 4년 지난 지금까지 한가닥도 흐트러지지 않은 현재형, 앞으로도 길이 간직될 미래형 신화다. 1954년 스위스월드컵에서 신출내기 한국에 7대0 대승을 거둬 첫승 욕구는 해소했지만 지역예선 통과가 본선 1승보다 쉽지 않은 유럽에 편성돼 실로 오래간만에 본선잔디를 밟은 터키의 3위차지 또한 회오리였다. 굳이 사족을
붙이자면 터키의 유럽편성은 터키 스스로 택한 것이라 동정의 여지는 없다. 몸뚱이(나라 위치)는 엄연히 아시아에 속하고 정신(문화) 역시 유럽문화와
아시아문화가 뒤섞여 아시아연맹에 가입했다면 훨씬 더 뻔질나게 본선무대를 들락거렸으련만 터키는 유럽의 일원이기를 희망, 가시밭길을 자초했다. 터키는 독일월드컵 지역예선에서 스위스에 발목이 잡혀 02월드컵 3위 체면을 구겼다. 공교롭게도 스위스가 02월드컵 4위 한국의 16강행 마지막 길목에 버티고 있다.
만일 한국마저 알프스축구를 못넘는다면, 안그래도 텃세니 심판매수니 갖은 뒷말로 02월드컵의 값어치를 후려치는 이탈리아 등 소위 ‘동방의 월드컵에서 피를 봤다고
주장하는 나라들’은 거봐라 내 말이 맞지? 하고 신나게 쌍나팔을 불어댈 것이다.
좌간, 경기장 격랑과는 별개로, 1930년 지구촌 흔들기의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나 68년동안 과도할 정도로 목표초과달성 행군을 거듭해온 월드컵축구가 유럽대륙과 미주대륙을 처음으로 벗어나 열린다는 것도, 아시아에서 펼쳐진다는 것도, 더욱이 절반이긴 하지만 한국잔디에서 판을 벌인다는 것도 특급낭보였다.
그 과정도 그랬다. 유치 자체가 4강신화의 어머니라고 해야 옳다. 역사에서 가정은 덧없는 것이지만, 02월드컵이 중국이나 태국 혹은 아랍권 어디서 열렸다면 코리안 신데렐라 스토리가 가능했을까 하는 물음에 한번쯤 국수적 애국애족심을 걷어내고 답을 해본다면….
일본, 아벨랑제 후원 업고 단독유치 자신하다
한국의 맹추격에 손들고 공동개최안 받아들여
정몽준 대한축구협회장이 월드컵유치전 참전을 선언한 것은 93년10월이었다. 일본보다 5년 가까이 늦었다. 같이 출발했더라도 버거운 일본은 벌써 주앙 아벨랑제 회장 등 국제축구연맹(FIFA)의 노른자거물들을 거의다 구워삶은 뒤였다. 그때까지 4반세기동안 FIFA를 떡주무르듯 했던 아벨랑제 회장은 한국의 지각도전 자체를 못마땅하게 여겼다. 공공연히 일본편을 들었다. 96년5월31일 개최지 결정투표를 끝으로 은퇴하겠다고 예고한 이 80세 노인에게 일본개최 바람잡기는 마지막 미션인 셈이었다.
그러나 아벨랑제의 노골적 일본두둔은, 그의 독주에 반감을 품고 ‘포스트 아벨랑제 시대’에는 할말 좀 하고 살겠다 별러온 유럽축구연맹(UEFA) 중심 집행위원들을 친한파로 만드는 역효과를 냈다. 여기에 일부 아프리카와 중미 대표들까지 하나둘 투항했다. 투표결과 예측불허. 아벨랑제는 자칫 마지막 작품을 그르칠 위기에 놓였다. 별수없이 고집을 꺾어야 했다. 철석같이 믿었던 ‘오야붕’이 공동개최로 돌아섰는데 일본도 뾰족한 수가 없었다. 좀 야박하게 말해 못먹는 감 찔러나 보는 식으로 참전했던 한국은 환호했고, 독판을 차릴 것으로 생각했던 일본은 코가 빠졌다.
실패가 성공의 어머니이듯, 성공이 실패의 어머니도 될 수 있다. 정몽준 회장이 생생한 교재다. 월드컵유치 일등공신인데다 꿈의 4강신화 열풍까지 탄 그가 쏜다 쏜다 할 때 안 쏘고 슈팅(대선출마) 타이밍을 한템포만 늦췄더라면, 쏘더라도 처음 겨냥한 대로 갈겼더라면, 지금쯤 오히려 좋은 위치 좋은 각도에서 혹 느긋하게
슈팅을 날릴 수도 있었을지 모르는데, 식기 전에 먹겠다고 조급함을 보이고 게다가 막판에 헛발질(노무현 지지철회 등 해프닝)로 창졸간에 이미지를 구겼으니. <계속>
사진/ 정몽준 회장(오른쪽)과 히딩크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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