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영(논설위원)
성경이나 옛날 역사책을 보면 사람들의 모든 관심이 전쟁이다.
어떤 나라가 더 세냐 하는 관심은 동서고금을 통해 다 있었다. 그러나 지금 세상은 워낙 전쟁이 극한 상황으로 치달아 나라의 힘을 전쟁으로 겨룰 수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대치된 것이 오늘날 스포츠가 아닐런지... 그중 대표적인 것이 올림픽이라고 할 수 있는데 올림픽은 종목이 너무 많아 단편적으로 어느 나라가 ‘잘 한다’ ‘잘 못한다’ 말하기가 어렵다. 어떤 나라는 양궁을 잘하지만 어떤 나라는 수영을 잘하는 식으로 국가마다 다 잘하는 종목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일하게 전 세계적으로 나라마다 승패를 단순 비교할 수 있는 축제가 바로 월드컵이라고 할 수 있다. 월드컵은 알다시피 전 세계 160개국 이상이 예선에 참가, 거기서 2년 동안 32개국이 뽑혀 본선에 오르는 지구촌 대 축제이다. 이어서 32개국이 겨뤄 16강, 4강, 2강, 챔피언이
결정되는데 이 모든 과정이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안성맞춤인 그야말로 불꽃 튀기는 축제의 장이다. 월드컵의 특수한 의미는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그 옛날 전쟁에서 이기는 국민들의 희열과 같은 짜릿함과 흥분을 전쟁에서가 아니라 단일 게임으로 온 나라가 열광하는 월드컵에서 맛보는 것이다. 때문에 전 세계인구중 5분의 1인 13억이 첫 번째 TV중계를 보았다. 그런 것은 일찍이 역사상 없는 일이다. 첫 게임에 13억의 세계인이 본다고 하는 것은 보통 큰 의미가 아니다. 그래서 이 월드컵이 사람들을 열광시키는 이유 중의 하나가 되는 것이다.
또 재미있는 것은 총 64게임을 하지만 동시에 두 게임이 열리는 법이 없다는 점이 또 월드컵이 안고 있는 특징이다. 그러니까 관심 있는 모든 축구팬들은 전 세계가 동시중계 하는 그 시간에 단지 한 게임밖에 볼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그 시간대는 전 세계 축구팬들이 그 게임만 같이
보게 된다. 그것이 올림픽과 다른 것이다. 공 하나로 단일게임에다 전 세계가 참가한 가운데 단순비교가 가능한 이 게임에 이렇게 전 세계인이 열광의 도가니로 울고 웃으면서 흥분하는 것은 정말 기이한 현상이다. 게다가 선수들은 이 게임에서 이기기 위해 거의 목숨을 걸다시피 한다. 돈도 돈이지만 각 나라가 전 세계에 우수한 국민이라는 걸 알리는 방법으로서는 이보다 더 좋은 것이 없기 때문이다.
잘만 하면 수억 원의 수출액을 올릴 수 있는데다 비즈니스에도 엄청난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만일 한국이 이번 대전에서 토고에 이어 프랑스, 스위스를 차례로 이긴다면 전 세계 사람들의 머리속에 한국과 한국인, 한국 상품은 자연적으로 부각될 것이다. 한국이란 나라는 믿을 만하
고, 따라서 한국이 만드는 물건은 믿을 수 있고, 한국인도 믿을 만한 민족임을 알리면서 위상도 덩달아 엄청나게 올라갈 것이다.
때문에 중국이란 나라도 비록 예선에서는 탈락했지만 현지에 취재단을 20명이나 파견, 국영 TV방송에서 국민들이 보길 원하는 걸 채워주고 있다. 국민들의 관심도 워낙 뜨거워 이 대전의 일거수 일투족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모두 중계 방송하고 있다.
심지어는 북한같이 전 세계에서 가장 소외되고 이런 대회에 끼지 못하는 변방 국가에서도 한국에 월드컵을 보게 해달라고 사정을 했다고 한다. 그만큼 월드컵에 대한 관심은 전 세계인의 마음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그런 점에서 월드컵 축제는 대단히 영향력이 있는 행사인 것만은 틀림없다.
그런 월드컵 대회의 첫 번째 원정경기에서 한국은 보기 좋게 토고를 2대 1로 눌러 아시아 국가로서 첫 시원한 승전보를 날렸다. 다시한번 16강으로 가는 신화창조의 다리를 놓아 세계만방에 한국의 저력을 과시한 것이다. 이번 경기에서 태극전사들은 모든 국민들의 염원과 열망을 채워주고 기쁨을 화끈하게 안겨주었다. 이런 대사가 어디 또 있을까.
스포츠는 단순히 이기고 지는 경기를 떠나 국력과 관계되고 국민의 이미지나 신뢰도에도 직결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번 한국 팀의 승전보는 무엇에도 비교할 수 없는 기쁨 중에 기쁨인 것이다. 잘 했다, 태극전사들! 16강의 신화를 또 한번 만들어다오. 오 필승~코리아, 대~한민국 짝짝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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