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영(주필)
한국에서 관심을 모았던 5.31 지방선거가 여당인 열린우리당의 참패로 끝났다. 여당의 참패는 그저 참패가 아니라 정치판에서 퇴출을 의미할 만큼 심각한 참패이다. 전국 16개 광역단체장 중 여당이 차지한 곳은 전북 한 곳 뿐이다. 반면에 제1야당인 한나라당은 12곳을 차지했다. 서울의 경우 한나라당은 시장과 구청장 전원, 시의원 전원을 당선시켰다. 그러니 열린우리당은 시장, 구청장, 시의원 중 한 명도 없다. 한나라당 100%, 열린우리당 0%란 수치이다. 역대 선거중 가장 비참한 참패라는 말이 실감난다.
이런 선거 결과를 보면서 과연 여당이 무엇인지 곱씹어 보고 싶다. 여당은 국민 다수의 지지를 받아 정권을 장악한 정당이다. 그 여당이 정부를 조직하여 국정을 담당한다. 그런데 지금 정부여당이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는가. 5.31 선거가 지방선거가 아니었고 대선이었다면 노무현대통령이 그 자리를 부지하지 못하게 되었을 것이다.
선거의 참패 원인으로 많은 사람들이 국정의 실패를 지적한다. 3년 전 현정부가 들어선 후 외정은 오락가락, 내정은 뒤죽박죽했을 뿐 국력이나 국민생활이 증진된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서민정당을 표방한 집권당 아래서 사람들의 살림살이는 더욱 어려워져 과거 중산층이라고 생각했던 사람들도 서민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정치를 잘못해서 선거에서 참패했다는 말은 백번 맞는 말이다.
그러면 왜 정치를 잘 할 수가 없었겠는가. 그럴 수 밖에 없는 첫째 원인은, 정부여당이 잘못된 길을 갔기 때문이다. 마르크스주의에서 비롯된 좌파 이론은 자본주의의 폐해로 인한 모순을 극복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실제로 이 좌파운동은 자본주의가 발달한 서구와 미국에서 성공한 것이 아니라 후진국인 러시아에서 실행되었다. 지금도 구미 각국은 사회복지제도를 도입하여 자본주의체제를 개선해 나가고 있는데 후진국인 남미의 여러 나라에서는 좌파 정권이 들어서고 있다.
그런데 한국이 선진국형인가 남미형인가 하면 사회구조와 경제수준, 의식구조 등 어느 면을 보아도 선진국형이다. 아직 선진국형이 되지 못한 점이 있다고 하더라도 선진국형으로 가고 있는 중이라고 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좌파 성향을 가진 노무현 정권이 권력을 획득할 수 있었던 것은 자본주의 경제에서 상대적 소외감을 느끼는 계층이 많았고 기존정치에 대한 환멸감이 크게 확산되어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변혁을 바라는 욕구가 강렬했기 때문이었다.
국민들의 변화를 바라는 심리를 선동하여 정권을 잡은 사람들은 정치에서 실력과 경륜이 부족한 재야운동권 출신들이었다. 이들은 제도권에서 성장한 사람들을 보수 기득권층으로 몰아 정권에서 배제했다. 이른바 코드인사를 통해 국가권력이 아마추어들의 손에 넘겨지면서 정치가 난항했다. 그 결과를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게 됐다. 세상이 시끄럽기만 하지 국민의 생활이 나아지지는 않았다. 아니 오히려 퇴보할 뿐이었다. 이런 무능을 감추기라도 하듯 반미친북의 정치적 선동만 일삼았다. 그러나 국민들의 생활을 향상시키지는 못하는 변혁은 국민들이 바라는 것이 아니었다. 선거 결과가 그것을 입증해 주었다.
이번 선거에서 대참패를 한 정부여당이 무슨 대책을 마련하려고 할 것이다. 북한과 합작을 해서 정국을 뒤흔들어 놓으려는 계책을 낼 수도 있고 국민들에게 무지개 꿈을 꾸게 하는 허황된 계획도 발표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처방은 꼼수에 불과하다. 지금처럼 국가와 국민을 죽음의 낭떨어지로 끌고가는 한 국민들은 따라가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한국을 안전한 나라로 만들고 부강한 나라로 발전시켜 국민들이 잘 사는 나라가 되게 하는 길만이 이 참패에서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길이다. 그렇게 하려면 잘못된 방향을 수정하고 유능한 사람들을 끌어들여 새로운 정부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5.31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참패하여 결과적으로 야당이 대승을 거두었지만 야당이 잘 해서 그렇게 된 것이 아니라 여당이 잘못해서 그렇게 된 것이다. 앞으로 정부여당이 계속 지금처럼 죽을 쑤는 일을 한다면 야당이 보수꼴통이든, 차떼기 부패 정당이든 국민들이 몰표를 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참패를 거울삼아 개과천선한다면 실패를 어느 정도 만회할 수도 있을 것이다. 선거에서 이긴 야당이나 진 여당이 모두 겸손한 새출발을 해야 한다는 말이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