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참패 위기 속 자중지란, 집권여당 어디로 가나
△ 정동영 의장, 사면초가
28일은 공교롭게도 정동영 의장이 집권당 의장에 취임한 지 꼭 100일이 되는 날이다. 그런데 ‘백일 떡’은 고사하고 정치적으로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실제로 이틀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에서 최악의 참패 위기에 몰리면서 책임론과 퇴진론이 불거질 전망이고, 동시에 선거 이후 정계개편을 추진하겠다는 자신의 발언에 대해서도 야당은 물론 여권 핵심인사들까지 공개리에 비난을 하고 나서면서 말그대로 사면초가(四面楚歌)에 빠진 신세가 됐다.
특히 ?걀痢??경남지사 후보로 나선 김두관 최고위원과 이강철 청와대 정무특보가 잇따라 정동영 의장에게 직격탄을 날리면서 파문이 커지고 있다.
김두관 최고는 28일 긴급기자회견을 갖고 “당을 이렇게 만들고도 책임질 줄 모르고 자신의 정치적 장래만을 위해 당을 사사로이 농락하는 사람들은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 “정동영 의장은 당을 떠나라”고 요구했다. 김 최고위원은 ‘정 의장에게 지방선거 투표일까지 스스로 거취를 표명하길 바란다’고 못을 박았다.
이에 앞서 지난주 토요일에는 이강철 청와대 정무특보가 개인성명을 내고 “정계개편이나 합당같은 ‘정치적 꼼수’로 국민의 회초리를 피하기 보다는 먼저 바지를 걷어올리는 반성이 요구된다“며 역시 정동영 의장의 정계개편론을 공개리에 비난했다.
△ 당 일각 김 최고, 경남지사 선거만을 의식한 성급한 행동 비판
정동영 의장은 김두관 최고위원의 발언내용을 전해들은 뒤 특별한 언급은 하지 않았고 앞으로 남은 유세일정을 그대로 진행하기로 했다고 우상호 대변인은 전했다.
그러나 정 의장측의 불쾌한 표정은 역력했고, 우 대변인은 서로를 격려하며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할 시점에 김두관 최고의 발언은 부적절했다는 논평을 냈다.
여당 내부에서도 김두관 최고위원이 거듭된 만류에도 불구하고 기자회견을 했다면서 자신의 경남지사 선거전만을 의식한 성급한 행동이었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여당 일각에서는 이강철 특보, 김두관 후보의 잇따른 정동영 의장 비난발언은 “민주당과의 통합론”을 제기한 데 따른 영남지역의 부정적인 표심을 달래기 위한 차원으로 해석하고 있다. 또 정 의장 진영에서는 “김두관 후보도 최고위원으로서 지도부의 일원인데 책임론을 제기할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 대통령 최측근들 잇따른 비판, 盧心인가? 여권 술렁
이강철, 김두관 두사람은 노 대통령의 측근들 가운데도 핵심으로 꼽히는 인사들이다. 아시다시피 ‘리틀 노무현’이라는 김두관 최고의 별칭이 노 대통령과의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고, 이강철 정무특보는 명실상부한 대구경북지역의 친노그룹 좌장이다.
더구나 노무현 대통령의 전,현직 정무특보라는 직함을 가진 두사람이 공개리에 정동영 의장을 비난하고 나서면서 향후 여권 내부의 갈등과 균열이 상당할 것임을 예고해주고 있다.
특히 정 의장을 비난하면서 “당을 사사로이 농락한다”,“정치적 꼼수”같은 표현들이 사용된 점은 여권내 친노그룹과 반노그룹의 갈등양상이 결별수순으로까지 확대해석되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해 친노 진영은 물론 일부 재야파를 중심으로 정동영 의장의 이른바 ‘민주개혁세력 대연합론’에 대한 진정성에 의문을 나타내고 있다.
정계개편에 대한 시각차이도 있지만 당장은 지방선거 패배에 따른 퇴진론을 회피하면서 정치적 입지를 보전하기 위한 시간벌기로 보는 측면도 있는 게 사실입니다.
△ 친노 - 반노 결별하나
노무현 대통령은 그동안 여권 내부에서 민주당과의 통합론이 제기될 때마다 “정치개혁과 창당초심”을 강조하며 민주당과의 통합론에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해 왔다.
또 최근 문재인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부산정권 발언”에서도 노 대통령의 의중이 나타났다. 당시 문 전 수석은 “(민주당과의 합당)은 호남에서 또 하나의 일당구조가 되는 만큼 대통령은 반대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같은 연장선에서 정동영 의장의 ‘지방선거 이후 대연합론’ 주장은 사실상 열린우리당을 창당한 노무현 대통령과의 갈등의 시작으로 비춰진다.
이른바 현직 대통령과 여권내 차기 대선주자의 갈등이면서 동시에 친노 진영과 반노 진영의 결별을 알리는 전조(前兆)일 수 있다.
그러나 파문확산을 경계하는 청와대 관계자들은 전날 일제히 이강철 특보와 김두관 최고의 정 의장 비난과 관련해 ‘노무현 대통령과의 사전교감설’ 주장은 “전혀 사실무근”이며 “대통령의 의중이 실려있지 않은 개인차원의 발언에 불과하다”고 파문진화에 나섰다.
△ 지도부 퇴진론 또 불거지나
아직 선거는 끝나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정동영 의장을 비롯한 열린우리당 지도부의 퇴진론이 거론되는 게 사실이다. 이같은 여당내 현실은 김두관 최고, 이강철 특보의 공개적인 정 의장 퇴진요구로 나타난 셈이다.
여당 내부의 대체적인 기류는 정동영 의장을 비롯한 지도부의 전면 퇴진같은 극단적인 모습은 연출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물론 이같은 전망은 이른바 ‘대안부재론’의 측면이 강한다.
거슬러 올라가면 지난해 10.26 재보선에서 패배한 뒤 문희상 당시 의장을 비롯한 지도부의 퇴진을 주장한 당내 소장파들이 성급했다는 자성론이 나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유인태 의원은 “언제까지 선거패배와 지도부 사퇴의 등식이 성립돼야 하는 거냐“면서 ”지도부 사퇴 또한 무책임한 모습에 다름 아니라“고 지적하고 있다.
정동영 의장도 28일 당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길게 보고 깊게 호흡하자”면서 선거 이후 전개될 당내 분열 가능성을 차단하고 나섰다.
지방선거 이후 월드컵 기간과 여름 휴가철, 이어지는 정기국회 시즌을 염두에 둔 장기포석일 수 있다. 다만 지방선거 개표 당일 빚어질 수도 있는 “지도부 전격 사퇴”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기사 제휴] CBS정치부 박종률 기자 nowhere@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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