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공 이순신 장군은 상당히 병치레가 잦았던 모양이다. 충무공 자신이 남긴 난중일기에도 그런 대목이 종종 나온다. 그 일화 가운데 이런 얘기가 전해진다.
한번은 충무공이 앓고 있자 명나라 장수들이 문병을 왔다. 그리고는 간곡히 권했다. 옛날 제갈무후가 썼던 양법(禳法)을 한번 써보시라는 것. 그 양법이란 건 이런 거다. 칠성단인가 뭔가 하는 걸 설치하고 거기 올라가 건강과 장수를 달라고 비는 것이다.
충무공은 완곡히 고사했다고 한다. 제갈양 같은 공로도 없는 주제에 무슨 양법인가 하면서. 이때 충무공의 속마음은 어땠을까. 아마 고소를 금치 못하지 않았을까 싶다.
이순신 장군은 무인이지만 경사에 통달한 인물이다. 따라서 그 양법이란 건 소설에나 나오는 이야기에 불과하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일곱이 사실이면 셋은 꾸며낸 이야기다. 소설 삼국지를 두고 하는 평이다. 정사(正史)에 있지도 않은 이야기를 뒤섞어 놓았다. 그리고 특정 인물을 과장하다 못해 아예 우상화했다.
제갈량의 경우는 천재로 그리다 보니 귀기(鬼氣)가 서린 인물이 됐다. 이처럼 허구의 소산이 제갈양의 양법이다. 그런 걸 무식한 명나라 장수는 사실로 받아들이고 딴에는 간절히 권했으니 말이다.
이 에피소드가 전하는 메시지는 다른 게 아니다. 베스트셀러의 영향이 얼마나 큰가 하는 점이다. 수세기를 걸친 베스트셀러가 연의 삼국지다. 그 결과는 사람들로 하여금 역사 사실과 픽션을 혼동시킬 정도가 된 것이다. 물론 그 사람의 책임이지만.
6,000만부 이상이 팔렸다고 한다. 소설 ‘다빈치 코드’다. 공전의 베스트셀러다. 그 스토리가 영화화됐다. 그러자 교회가 난리다. 무리도 아니다. 그 소설의 내용이라는 게 한마디로 반(反)기독교적이기 때문이다.
예수는 단지 인간으로, ‘신이 아닌 예수’는 막달라 마리아와 결혼을 해 혈육을 남겼다는 것이다. 기본 플로트는 여기서 출발한다. 그러면서 교회는 음모단체로 그려진다. 페미니즘을 말살하고, 또 살인도 서슴지 않는 그런 모습으로.
그리고 작중 대화를 통해 복음서들이 대부분 부인된다. 단순한 승자의 논리가 오늘날 정경으로 취급되는 복음서란 식으로 말이다.
사실 검증도 되지 않았다. 제대로 된 가설이라고도 말할 수 없을 정도다. 외경 등을 통해 간간이 언급된 사실에 살을 붙였다. 그리고 그런 얘기들을 교묘히 섞었다.
한 작가의 상상 속의 작품이다. 진리를 설파한 게 아니다. 말 그대로 픽션이다. 그러니 창작의 자유로 치부하면 그만이다. 그런데 그런 책이 엄청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이 현상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베스트셀러라고 반드시 양서는 아니다. 특히 반짝하는 베스트셀러의 경우가 그렇다. 많은 사람들을 착각하게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스트셀러는 중요하다. 왜. 특정한 책에 사람들이 몰린다. 그 현상 자체가 때로 시대상의 한 단면을 말해주기 때문이다.
동성애를 반대하는 내용의 설교를 하던 목사가 증오범죄 혐의로 기소됐다. 성서를 인용해 설교를 했다. 그런데도 문제가 됐다. 설마 그런 일이. 그러나 엄연한 사실이다. 스웨덴에서 최근에 일어난 실제 상황이다.
‘다빈치 코드’가 왜 베스트셀러가 되고 있는가. 스웨덴에서의 그 상황은 이에 대한 시대적 배경을 어느 정도 설명해 주고 있는 것 같다. 영적으로 무지한 세대가 오늘날의 세대다. 믿음이 소멸한 유럽의 경우가 특히 그렇다.
이 영적 무지에 교묘히 편승한 것이다. 거기에 하나가 더 있다. 음모론을 즐기는 현대인의 취향을 파고든 것이다. ‘다빈치 코드’가 베스트셀러로 성공한 비결은 이점에 있는 게 아닐까.
사실 ‘다빈치 코드’의 얘기는 새로운 게 아니다. 이미 한 세기 전에 나온 주장이다. “신은 죽었다”고 외치던 니체 등 철학자들이 한 말이다.
그 주장을 창작이니, 영화니 하는 도구를 통해 재현한 것이다. 말하자면 문화, 특히 대중문화란 틀을 통한 교회에 대한 공격의 한 형태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갈채를 보내고 있는 가운데.
혹시 촛대가 옮겨지는 걸 말하고 있는 게 아닐까. ‘다빈치 코드’에 주목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sechok@koreatimes.com
옥 세 철
논설위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