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차례 세계기록을 세웠다. 한국의 출산율을 말하는 거다. 1.16명. 종전의 수치로도 세계기록이다. 그 기록을 스스로 갱신해 이번에는 1.08명이다.
인구가 제자리걸음을 하는데 필요한 출산율이 2.1명이다. 거기에 절반 정도 수준의 출산율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10년도 안 되는 기간에 일본을 제쳤다. 서구도 제쳤다. 마침내 세계 최하위를 마크한 것이다.
그리고는 이제 마치 이렇게라도 외치는 것 같다. “한국의 20/30세대는 아기 낳기를 한사코 거부하노라”고.
“유럽이 보이고 있는 빈혈상태의 출산율, 그건 서방문명의 본산지 유럽이 영적 위기를 맞고 있다는 가장 구체적 증거다.” 일찍이 종교 사학자 조지 위젤이 한 말이다.
2세 키우기를 거부하고 있는 유럽. 그 현상을 정치·경제적 접근법만으로는 제대로 설명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문화라는 요소, 다시 말해 영적인, 혹은 신학적 해석이 곁들여야 제대로 답을 얻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왜 극도의 낮은 출산율을 보이고 있나. 궁극의 진단을 그는 무신론에 바탕을 둔 휴머니즘에서 찾았다. 이 인본주의의 독소가 유럽 문명을 좀먹기 시작해 결국은 영적 무력증으로 몰아넣었다는 것이다.
그 결과가 활력을 상실한 유럽의 경제다. 지나친 웰페어 의존 증세이고, 이슬람이스트 회교 테러리스트에 대한 유약한 대응방식이다. 그 두드러진 발병 증세는 그렇지만 낮은 출산율에서, 또 ‘고의적 역사건망증’에서 찾아진다는 것이다.
왜 고의적 역사건망증인가. 서구문명의 뿌리는 기독교다. 그 기독교를 철저히 배격한다. 과거 역사를 다시 쓰고 있다는 말이다.
이 고의적 역사건망증이 특히 위험하다. 인권, 민주주의 등 서구문명의 근간이 되고 있는 가치관이 흔들릴 소지가 크다는 점에서다. 기독교를 빼고는 인권이나, 민주주의를 말할 수 없다. 그런데 그 유럽 역사에서 기독교 색채를 모두 지우려 들고 있기 때문이다.
“한 국가사회나 문명을 지탱해주는 버팀목은 건강한 가부장제다. 가부장제야말로 인구감소를 막고 문명을 발전시키는 가장 효과적인 가치체계란 점을 역사는 증명하고 있다.”
필립 롱먼이 ‘포린 폴리시’지에 기고한 내용이다. 오늘날 서방 산업국들이 왜 낮은 출산율을 보이고 있는지, 그에 대한 역의 답이다. 이 말을 다시 뒤집으면 이렇다.
“권위가 증발된 사회, 아버지란 존재가 미미한 사회에서는 가정의 가치도 희미해진다. 그 결과는 낮은 출산율이다.” 뒤이은 더 극단적 표현은 이렇게 이어진다. “아버지의 사랑을 받지 못한 아들들은 파괴자가 되고, 아버지의 사랑을 받지 못한 딸들은 파괴되기 쉽다.”
인용이 길어졌다. 그 내용이라는 게 그리고 서구중심의 이야기다. 그렇지만 ‘출산율 1.08명’이란 한국적 현상과 관련해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는 생각이다.
‘아이 낳기를 한사코 거부하노라-. 젊은 세대의 무언의 외침이 그렇다. 분노의 소리다. 좌절의 외침이다. 장래가 안 보인다. 그 목소리가 압도적이다. 이면에서는 그런데 다른 소리도 들린다.
‘얼짱’ ‘몸짱’-. 이 유행어에서 찾을 수 있는 흐름이다. ‘딩크’족(아이 안 낳기를 주장하는 젊은 부부들)이라고 했나. 그들에게서 발견되는 흐름으로, 철저한 개인주의다. 아니 이기주의라고 해야 할 것 같다. 그것이 들려오는 또 다른 목소리다.
권위는 증발한지 오래다. 게다가 역사를 새로 쓰겠다고 난리다. 그런 가운데 현실부정의 불만과 무사안일주의의 데카당이 만난다. 그 현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가.
춤을 춘다. 가는 허리가 아닌, 정장을 한 중년이다. 집권여당의 대표라는 사람이 한낮 거리에서 흔들어댄다. 꼭짓점 댄스. 그 군무(群舞) 현장이 요란하게 클로즈업된다.
단지 하루였나, 사상 최저를 기록한 한국의 출산율에 관심이 쏟아졌던 게. 이후는 온통 붉은 물결이다. 4년 전의 저 ‘붉은 악마’의 열기가 벌써부터 피어오르고 있는 것이다.
그 레드(red)의 색조를 배경으로 ‘몽골발 모놀로그’가 자막으로 수놓아진다. 화자는 대한민국의 대통령이라는 사람이다. 뭐라 했더라. ‘슬그머니’라도 김정일을 만날 용의가 있다고 했던가.
댄스곡의 선율이 퍼지는 가운데 제멋대로 뛰어 논다. 그 모습에서 뭔가의 메시지가 캐치되는 것 같다. ‘좌파의 실험’은 결코 끝난 게 아니라는….
sechok@koreatimes.com
옥 세 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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