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 아니 200만이 넘는다. 학살된 사람의 숫자다, 수단 정부의 비호 아래 저질러지고 있는 인종청소 사태를 말하고 있는 것이다. 전 세계가 분노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수단 정부를 친구로 받아들였다. 누가. 중국이다.
인류학살. 그런 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석유가 있지 않은가. 그러니 중국의 친구가 될 수 있다. 짐바브웨의 무가베는 김정일과 함께 세계의 독재자 톱10을 선정할 때면 반드시 끼는 인물이다. 그 역시 중국의 친구다. 왜. 엄청난 천연자원 때문이다.
이란도 그렇다. 핵 문제로 미국이, 또 서방이 안달을 하든 말든 관계없다. 중국의 친구다. 이유는 마찬가지다. 석유가 있으니까.
뻔뻔스럽다고 할 정도다. 전략 물자를 확보해야 한다. 거기까지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방법이 그렇다. 다른 나라 국민의 생존권이니, 인권 따위는 안중에 없다. 자국의 경제적 이득만이 관심사다. 기존의 국제질서도 완전 무시된다. 그래서 하는 말이다.
자유민주주의와 전체주의와의 투쟁은 영원히 끝난 것 같았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이후의 상황으로, 한 논객은 ‘역사의 종언’을 선언하기까지 했다.
한 가지 믿음이 있었다. 시장경제 체제와 민주화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그러므로 자본주의를 도입한 러시아나 중국이 갈 길은 결국은 민주화다. 그런 믿음이다. 그 믿음에 회의가 들기 시작한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가 ‘서방화’가 아닌 독자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는 것이 확인되면서다.
오늘날에 와서 유행어는 오히려 ‘중국식 모델’이다. ‘자본주의 따로, 공산당 일당독재 따로’가 가능하다는 논리다. 경제 발전에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둔 데서 온 자신감의 발로인지 모른다. 그래서인가. 그 논리는 이제 수세에만 머무는 게 아니다. 공세로 전환했다.
“히틀러, 무솔리니를 최고 권좌에 오르게 한 책임은 민주주의에 있다. 보통 선거권에 대한 맹종에 가까운 믿음이야말로 혐오해야 할 일이다.” 민주주의는 악이란 말이다. 이 ‘민주주의의 악’을 중국의 관변학자들은 열심히 설파하며 다니고 있는 것이다.
“새로운 세력권이 형성되고 있다. 독재자 연맹이다. 중국과 러시아가 세계의 독재자들의 대형(大兄) 역할을 자임하면서 일고 있는 현상이다.”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이 서슴없다. 그러면서 아프리카에서 아랍권, 중앙아시아에서 북한, 그리고 라틴 아메리카 일부 지역을 망라하는 지역의 독재자들을 경쟁적으로 끌어안고 있다. 이런 중국과 러시아의 행보를 보면서 나오고 있는 지적이다. 국제기류에 상당한 변화가 일고 있다는 것이다. 알카에다가 주도한 회교 극렬 세력의 테러리즘은 오히려 그 변화에 마이너 변수란 말이기도 하다.
“한반도에 굉장히 미묘한 정세변화가 있다.” 노무현 정부의 실세가 한 말이다. 독재자 연맹의 주축으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을 보는 워싱턴의 시선이 고울 수 없다. 그 현실 인식이 정책으로 벌써부터 구체화되면서 나오는 소리다.
인도를 전략적 파트너로 끌어들였다. 세계 역학구도를 재편하는 거다. 그리고 일본과 군사일체화를 이룩했다. 미·일 군사동맹을 안보이익은 물론이고 민주주의란 가치에 근거한 이념동맹으로 업그레이드시킨 것이다.
그리고 중국에 대해서는 인권외교의 포문을 열었다. 부시는 후진타오와의 정상회담에서 탈북자 인권문제를 거론했다. 그리고 며칠 후 탈북자와 북한 피랍 일본인 가족을 직접 만났다. 결코 말뿐이 아님을 보여준 것이다.
주목할 것이 있다. 그 장소에 일본 대사는 배석했으나 한국 정부 당국자는 없었다는 점이다. 한국을 건너뛰고 미일 군사일체화가 이루어졌다. 그 날의 모임은 그 연장선상에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게 아닐까.
탈북자 인권문제는 이제 가장 큰 이슈로 떠올랐다. 공화·민주가 따로 없다. 정파를 초월해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게 탈북자에 대한 중국의 태도다. 남의 나라 국민의 생존권에는 아랑곳하지 않는 중국이다. 그 중국이 어떻게 하는지 주시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에서 나오는 소리는 그러나 여전히 미몽(迷夢)에 가깝다. 북한 인권문제를 거론하는 건 내정간섭이다. 정부 당국자가 하는 말이다. 그러면서 유엔 인권이사회 초대 이사국 선거에 한국이 입후보한다는 얘기다. 자폐증이 심해져 분열증으로 전이라도 된 것인가.
‘한반도에 굉장히 미묘한 정세변화가 있다’- 무슨 말일까. 한국 정부는 고립상황을 맞고, 김정일 체제는 붕괴될지도 모른다. 그 초조감으로 들린다.
sechok@koreatimes.com
옥 세 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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