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현(목사, 칼럼니스트)
요즈음 ‘유다의 키스’가 다시금 화제가 되고 있다. 말로만 전해오던 ‘유다복음’의 고대사본이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신약성경에 보면 예수를 잡으러 온 로마인에게 12제자 중 한 사람인 유다는 키스로 싸인을 해서 자기 주님을 팔아버렸고 예수는 그 다음날 십자가에 달리고 만다. 이렇게 결정적으로 배신을 때리는 행위를 ‘유다의 키스’라고 한다. 그날 이후 유대인 마저도 유다라는 이름을 절대로 붙이지 않는다. 당시 상황은 유다라는 개인보다는 유대민족이 메시아를 거역한 것이다. 그들이 정말 ‘신의 아들’을 죽였다면 그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그 결과로 그들에게 무슨 일이 발생했는가를 통해서 그 잘못의 크기를 알 수 있다.
예수가 십자가 형을 받은 후 4O년이 못 되서 다윗 이래 천년을 이어온 유다왕국은 로마제국에게 멸망당해서 지도에서 완전히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그후 유대인은 사방으로 흩어지는 유랑민족이 된다. 지금도 유대인은 스스로 자기 민족을 ‘모든 세기를 통해서 모든 민족에게
through the all centuries by the all natives’ 핍박당하고 소외당한 민족이라고 말한다. 20세기에 들어서도 독일의 나찌스 만이 유대인을 핍박한 것이 아니었다.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은 유대인차별법을 두고 있었고 심지어는 시한부 추방령을 입법하고 있었다. 그 바람
에 오늘날 팔레스타인 분쟁의 원인이 되는 이스라엘 국가가 탄생된 것이다. 저 끔찍한 유대인대학살이 일어난 것도 반세기전 일이다. 도대체 이 무슨 저주스러운 일인가?(그러니까 잘 모르면서 함부로 신을 비난해서는 안 될 일이다)
오늘날 다시금 일어나는 유대인의 융성과 성공의 신화는 역시 야곱과 맺은 하나님의 언약의 불변성 때문으로 본다. 놀라웁게도 축복과 저주, 상과 벌은 역사 안에서, 삶의 자리에서 동시에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가장 오래된 신앙고백인 ‘사도신경’ 내용에 ‘본디오 빌라도에게 고난을 받으사’라는 구절이 있는데 원래는 ‘유대인에게 고난을 받으사’ 였다는 설이 있다. 그런데 그 구절로 인해서 핍박을 피할 수 없게 된 유대인 부자들이 엄청난 비용을 들여서 공작을 한 결과 지금처럼 고쳤
다는 것이다. 사실 로마총독인 빌라도라는 개인 이름이 들어간 부분은 상당히 어색하다.
요즈음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유다복음’ 사본의 발견과 그 내용 또한 그러한 연장선에서 보면 이해가 될 수 있겠다. “유다가 왜 예수님을 팔 수 밖에 없었는가? 그것은 신의 뜻을 성취하기 위해 필요한 과정이었다. 그리고 그 유다와 예수님이 사전에 미리 합의한 일이었다”라는
것이 그 고대문헌의 주장이다. 유대민족 혹은 유다 제자들의 자기 변명으로 보면 된다.
유다복음은 이단사설로 역사에서 사라졌다가 1700년 된 고대사본이 30여년전에 이집트에서 발견 된 후 이런 저런 경로를 거쳐서 뉴욕인근 롱 아일랜드 어느 은행에 보관되게 되었다. 연구과정에서 그 내용이 알려졌는지 올해 초에는 로마교황청에서 유다를 사면할 것을 재고하고 있다는 이상스러운 외신도 있었다.
그런데 지난 9일 이 고대사본을 전격 공개를 한 것은 다음 달에 개봉예정인 영화 ‘다빈치코드’의 흥행과 더불어서. ‘내쇼날 지오그라픽’ 출판사에서 발간하는 ‘유다복음 연구서’ 판매부수를 올리기 위한 ‘시간 맞추기’ 홍보작전이라고 한다.
19세기말 유럽의 신학연구에 가장 중요한 이슈는 ‘역사적 예수’를 확인해내는 것이었다. 당시 예수가 역사적으로 실존인물이 아니었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그 이후 100년 동안 수많은 고고학적 발굴은 초대교회의 존재를 확인시키기에 충분했다. 그 중에서 1945년에 이집트 나그함마디에서 발견된 영지주의 고대사본과, 사해에서 발굴된 쿰란사본에 이어 이번에 발표된 유다복음은 그 내용과 해석의 여부를 떠나서 예수의 생애와 사역을 증명하고 연구하기 위해 중요한 역사적 자료임에 틀림없다.
어떤 신문사설은 유다복음 발견으로 인해서 기독교에 위기가 닥칠지도 모른다는 걱정 아닌 걱정을 하고 있다. ‘유다의 키스’는 이천년 만에 다시 문제를 일으킬 것인가?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고고학적인 발견은 그 내용이 반기독교적이라 할지라도 오히려 예수 그리스도가 실존인물이었으며, 그의 사역이 역사상 실재로 있었던 사건이라는 것을 역설적으로 반증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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