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 세 철 논설위원
선거가 있는 해에는 어떤 일이라도 일어날 수 있다. 북풍이 분다. 제2의, 제3의 김대업이 줄서 있다. ‘아니면 말고’식의 폭로전이 유행을 탄다. 선거시즌 한국 이야기다.
‘어떤 일이라도 일어날 수 있다. 선거철에는’-. 미국도 마찬가지다. 정도의 차이, 수준의 차이는 분명 있지만.
올해는 중간선거의 해다. 2년 후에 있을 대권 경쟁의 흐름을 가늠하는 해로, 현재까지의 상황으로는 공화당이 수세다. 이라크전 여파로 부시의 인기가 바닥을 치고 있고, 개솔린 값은 치솟고만 있어서다. 이 분위기가 그대로 11월까지 계속될 것인가.
“천만에.” 한 정치 관측통의 대답이다. 그의 전망은 이렇다. 선거철에 있을 수 있는 그 어떤 일은 다름 아닌 미국의 ‘이란 공격’이다. 그 시기는 11월 선거를 바로 앞둔 10월께가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양상은 일변한다. 2004년 대선의 재판이 된다.
전시에 미국은 대통령을 중심으로 뭉친다. 그러므로 선거는 공화당 압승으로 끝나고 부시는 전시 지도자로서 재차 정치적 입지를 굳힌다.
지나친 전망인가. 일기예보식으로 말하면 그 가능성은 최소한 51%는 될 것 같다. ‘10월의 깜짝 쇼’(October Surprise) 형식이든 어쨌든 간에 미국의 이란 공격이 임박했다는 시그널이 여기저기서 포착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민을 간다는 건 스스로 선택한 사회에의 동화를 각오했다는 걸 의미했다. 요즘은 그 반대 현상이 목도된다” 테러와 폭동의 격랑이 휩쓸고 간 유럽에서 들려오는 소리다.
교도소에 유니온 잭이 휘날린다. 그러자 십자군을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깃발을 거둘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영국서의 해프닝이다. 한 이슬람 여성이 시위를 한다. 그러면서 외친다. “전 세계가 이슬람의 법에 복종할 때까지 항의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Enough is enough’. 유럽의 분위기다. 이슬람 피로증세가 만연해 있다는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위기로 치닫고 있는 게 이란 핵 위기다.
이스라엘과의 핵전쟁 불사를 공공연히 외친다. 회교정권의 모습에서 히틀러의 망령이 떠올려진다. 그 이란과의 충돌은 결국 불가피한 것이 아닌가. 유럽에서 제기되는 전망이다. 아이러니는 사사건건 미국과 대립각을 세워온 프랑스가 이 불가피론의 선두에 섰다는 점이다.
“과반수가 약간 넘는 미국인은 이란에 대한 군사조치를 원하지 않는다. 또 3분의2는 이란 핵문제에 대해 보다 충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얼마 전 발표된 CNN-갤럽여론조사 결과다.
이 결과를 어떻게 읽어야 하나. ‘미국인은 평화를 원한다’-. 잘못된 해석이다. 정확한 독법은 이렇다고 한다. “다수의 미국인은 ‘아직은’ 이란을 공격할 때가 아니라고 본다.”
미국은 ‘존 웨인의 나라’다. 미국인들은 외국에 대해 관대한 편이다. 아니, 그보다는 그다지 관심이 없다는 편이 옳다. 이 미국이 공격을 당하면 그렇지만 얘기는 달라진다. 존 웨인 식의 단호한 보복을 요구하는 것이다.
이는 다른 말이 아니다. 미국인에 대해, 미국에 오해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는 얘기다. 이란이, 이슬람이스트들이 바로 그렇다는 거다.
종합하면 한 그림이 떠오른다. 어딘가 분위기가 익어가면서 느슨하나마 ‘서방동맹’이란 것이 재가동되고 있는 모습이다. 미국을 중심으로, 영국, 프랑스, 독일을 잇는. 거기다가 한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다. 조기전쟁 유용론이다.
역사의 분기점에서 내려지는 결정은 대체로 잘못된 결정이기 쉽다. 시간을 질질 끌다보면 그렇지만 그보다 더 못한 결정을 내리게 된다. 전쟁과 관련해 민주체제, 다시 말해 서방이 내린 결정이 항상 그랬다. 2차 대전을 앞둔 유럽의 상황이 바로 그 예다. 1979년 이란 인질위기 때도 그랬고.
그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는 게 조기전쟁 유용론이다. 어차피 피할 수 없는 전쟁이라면 한시라도 빨리 치르는 게 피해를 극소화하는 길이다. 이 부문에 무언의 콘센서스가 이루어지고 있는 느낌이란 말이다.
분위기는 그렇다고 치고 부시는 과연 ‘10월 깜짝 쇼’를 단행할까. ‘그럴 것’으로 보는 시각이 점차 많아지고 있다. 선거라는 점을 염두에 둔 정치적 고려 때문에. 아니, 그 반대다.
2기를 맞은 대통령은 정치적 이해보다는 국익을 우선시 해 중요 결정을 내린다. 이란은 더구나 부시의 눈에는 ‘악의 축’의 한 연결고리다. ‘레짐 체인지’를 통해 그 악의 고리를 분쇄한다. 이것은 어쩌면 부여된 역사적 소명일지도 모른다.
아마도 이런 신념에서 부시는 ‘10월 깜짝 쇼’의 결단을 내릴 수도 있다는 추측이다. 맞을까.
secho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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