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 오클라호마시티에서는 한 엄마의 체벌이 불꽃튀는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주인공은 타샤 헨더슨이라는 30대 중반의 엄마. 14살 짜리 딸 코리타가 지각을 밥먹듯 하고, 성적은 C, D 일색으로 깔면서 점점 공부와 담을 쌓자 보다 못한 그는 결단을 내렸다.
아이가 정신이 번쩍 들도록 충격을 줘서 딸의 못된 버릇을 고쳐놓겠다는 것이었다. 그가 딸에게 내린 벌은 차량통행이 많은 금요일 오후 사거리에서 커다란 표지판을 들고 한시간 동안 서있는 것이었다. 표지판에는 “나는 숙제도 하지 않고 학교에서도 못되게 굴어요. 그래서 부모님이 내 앞날을 준비중이에요. 먹을 것만 주면 일하겠습니다”라고 쓰게 했다.
창피함을 무릅쓰고 벌을 서느라 혼이 난 딸은 그 다음날로 학업태도를 바꾸었다. 엄마의 작전은 일단 성공을 거두었다.
그런데 그 ‘충격요법’이 예상치 못한 후폭풍을 몰고 왔다. 그 광경을 본 시민들로부터 ‘정신적 아동학대’라는 신고가 쏟아져 들어와 경찰이 출동, 모녀를 강제로 귀가 시켰고 주 후생국에 케이스가 보고되었다. 사건이 보도되자 그 체벌방식을 둘러싼 찬반 여론이 지역신문 인터넷 토론장을 메웠다.
우선 그 엄마를 비난하는 의견은‘충격’이 아이에게 미칠 정신적 손상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런 벌은 최악의 경우 아이에게 정신적 죽음을 몰고 올 수도 있다”“이 사회가 체벌에 제한을 두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채찍’보다는 ‘당근’접근법이 바람직하다”- 주로 교육자들의 의견이었다.
반면 10대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은 그 엄마를 전적으로 지지하고 나섰다. 요즘 아이들은 너무 ‘채찍’없이 자라는 게 문제라는 주장이다.
“아이가 창피를 당했다고? 진짜 창피한 건 이다음에 커서 일자리도 못 잡고 입에 풀칠도 못하는 것이다”“아이만 제대로 된다면 부모가 못할 일이 무엇인가”“정신적 손상이라니? 그대로 두었다가는 아이가 웰페어 인생이 될 수도 있는데 부모가 그냥 두고 봐야 하겠는가”
자녀교육에서 무엇이 정답인지 - 의견이 대립되는 비슷한 공방이 요즘 LA에서도 일고있다. 남가주 부촌에 사는 40대 중반 한인 주부가 지난 연말 12학년생 딸을 심하게 폭행한 혐의로 체포되고 현재 기소된 상태라는 기사가 며칠전 우리 신문에 보도되었다.
그 딸은 하버드에 조기 입학한 우수한 학생인데 원서 마감 때인 지난해 11월말 원서작성을 꾸물댄 것이 발단이었다. 이를 못마땅하게 여긴 그 엄마가 야단을 치다가 몸싸움이 되면서 딸의 몸에 상처가 날 정도로 폭행을 가했다고 한다.
기사가 보도되자 독자들이 사건을 보는 시각은 둘로 나뉘었다. 우선은 엄마의 ‘폭행’에 초점을 맞추며 비난을 쏟는 시각.
“하버드도 좋지만 그렇게 아이를 몰아세워서 어쩌자는 건가. 결국 자기가 못 이룬 꿈을 아이 통해서 이루려는 대리만족 아닌가”“과잉 교육열이다. 명문 대학에 들어간 아이들 중 우울증에 시달리고, 자살하는 경우들이 생기는 게 다 부모 극성 때문 아닌가”등.
반면 최근 자녀가 대학에 진학한 부모들은 전혀 다른 시각이다. “그 엄마의 심정이 100번 이해된다”는 의견이다.
대학 입학원서 시즌인 12학년 1학기 때면 전쟁 안 거치는 집이 별로 없다. 학교 공부, SAT 시험에 덧붙여 원서 작성, 에세이, 추천서 …챙길 것이 산더미 같으니 아이는 아이대로 신경이 날카롭고, 할 일을 미적미적 미루는 아이를 보자면 부모는 속이 부글부글 끓기 때문이다. 폭행은 잘못이지만 아이를 쥐어박고 싶을 정도로 감정이 격해지는 상황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는 의견들이다. 아울러 “부모 닦달 없이 아이가 하버드 갈수 있겠는가”라며 그 주부에게 점수를 주는 의견도 있다.
소수계 이민자로서 한인사회 발전의 원동력은 교육열이다. 나태해지려는 아이들을 들들 볶아서라도 공부하게 만들고, 좋은 교육받게 만드는 것은 부모의 의무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아이와의 관계라고 본다. 오클라호마의 그 모녀, 하버드 입학한 한인학생 모녀는 한바탕 홍역을 치르고 난 지금 어떤 관계일까.
권정희 논설위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