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런 긴장도 없었다. 아무런 성과도 없었고’-. 부시와 후진타오가 만났다. 오찬회동을 포함해 모두 다섯 시간여의 정상회담이다. 그 만남에 대한 일반적 평가다.
타임지가 한 마디 했다. “과거 냉전시대 세계 주요 지도자들의 만남은 많은 기대 가운데 이루어졌다. 1961년 케네디와 흐루시초프의 정상회담, 또 1986년 레이건과 고르바초프의 만남이 그랬던 것 같이.”
세계적 지도자들이 만난다. 그러면 뭔가 뚜렷한 변화가 따른다. 이번 후진타오의 백악관 방문에서는 그런 게 잘 안 보인다는 것이다.
양국 간의 현안문제에 얘기가 오갔다. 연간 2,000억 달러가 넘는 대중국 무역적자 해소방안이 거론됐다. 중국의 인권문제도 이야기됐다. 북한과 이란의 핵 위기도 논의됐다.
부시가 주로 공세를 보였다. 후진타오는 수세에 몰렸고. 북송된 탈북여성 김춘희씨 문제를 제기한 것이 특히 그렇다. 미국 대통령이 탈북자 문제를 당사국 정상에게 직접 거론한 것 자체가 이례적이다. 후진타오로서는 상당히 듣기가 거북한 문제였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구체적 언질을 받아내지 못했다. 해서 나온 평가 같다.
그렇다고 아무 성과가 없다고 한마디로 잘라 말할 수 있을까. 그런 것만은 아닐 것이다. 뭐랄까. 동중정(動中靜)의 만남이라고 할까. 의중타진의 만남이라고 해야 하나. 이번 부시와 후진타오의 만남이 그렇게 보여서 하는 말이다.
‘태평양 냉전시대’란 말이 서슴없이 나온다. 중국은 미국의 적이라는 표현이다. 거기다가 부시 행정부는 중국을 최대 적으로 간주하고 과감한 새 전략을 이미 펼쳐나가고 있다는 보도가 잇단다. 그 내용들은 무시무시할 정도다.
전략의 기초는 이미 90년대 초에 잡혀 있었던 모양이다. 그 위에 부시 행정부는 2001년부터 중국포위 전략을 마련했고 지난 몇 달 간에 실행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미국의 군사적 우위에 도전하는 세력의 부상을 결코 용인하지 않는다. 중국포위 전략의 기본개념이다. 말하자면 중국이야말로 ‘팍스 아메리카’에 도전할 유일한 세력으로 본 것이다.
동맹의 라인업이 새로 짜여지고 있다. 기존의 미국과 일본, 미국과 한국 동맹을 삼각동맹으로 묶는다. 거기다가 호주와의 관계를 강화하면서 인도를 새로운 동맹으로 이끌어 들이는 것이다.
이미 지난 2000년에 그 대략의 계획이 세워졌다. 그 전략을 최근 들어 구체적으로 펼쳐나가고 있는 것이다.
동시에 미국의 군사력의 재배치가 전 세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 핵심지역은 태평양 아시아 지역이다. 한 예를 들면 이렇다. 6개의 항모선단을 중국을 겨냥해 서태평양에 배치하고 미 핵잠수함의 60%를 태평양 수역에 배치한다는 것이다.
만일에 있을 수도 있는 장래 중국과의 전쟁에 대비한 것이다.
관련해 뒤늦게 이런 분석이 나올 정도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의 주목적은 사실에 있어 중국 견제에 있었다.” 모든 군사전략이 중국을 타겟으로 이루어진지 이미 오래라는 말이다.
이런 정황에서 이뤄진 부시와 후진타오의 만남이다. 그런 회담에서 구체적 합의를 기대한다. 한 마디로 무리다. 양국의 정상은 그러므로 이처럼 상대의 의중만 파악하고 돌아선 것이다.
한 가지 확실히 파악된 게 있다. 한반도를 바라보는 양측의 시각이다. 부시는 강경한 어조로 북한 핵 포기를 위해 압력을 가할 것을 요구했다. 또 탈북자 문제도 직접 거론했다. 후진타오는 그러나 종전의 입장에서 조금도 후퇴하지 않았다.
북한 김정일 체제의 붕괴는 결코 원치 않는다는 걸 분명히 한 것이다.
그렇게 해서 회담을 끝냈다. 그리고 돌아서면서 후진타오는 부시에게 선물을 했다. ‘손자병법’을 증정한 것. 상당히 묘한 대목이다. 미국과 중국의 승부는 길고 또 먼 승부다. 그 투쟁에서 중국은 결코 맥없이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는 제스처로도 보여서다.
모택동이 평생 끼고 살았다. 이제는 중국의 법보(法寶)다. 말하자면 이런 ‘손자병법’을 선물함으로써 은연중 불퇴전의 의지를 과시한 게 아닐까.
결론은 무엇인가. 태평양의 파고가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 북한 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방안은 점차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sechok@koreatimes.com
옥 세 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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