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욕은…’ - 한 번 숨을 죽인다. 이어질 말을 찾기 위해서다. ‘…악덕이다’- 고전적 정의에 의하면 그렇다. 그 정의가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달라졌다. ‘탐욕은 건강한 욕구’라는 것이다.
월스트릿의 사기꾼들이 영웅시되던 시절, 정크 본드의 왕으로 불린 이반 보에스키가 내린 정의다. 그 시절은 ‘탐욕의 시대’로 정의됐다. ‘곡예의 시대’로도 불렸다.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들이 현실에서 이루어진 시절이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정의가 첨가됐다. ‘신도금(New Gilded)시대’라고 했던가. 그 때의 사회상이 한 세기 전의 ‘도금시대’와 아주 흡사해 붙여진 모양이다.
“파티에 가면 100달러짜리 지폐는 담배 불 붙이는데 사용된다. 온갖 비싼 장신구로 치장한 강아지들, 그 강아지들에게는 최고급의 안심 스테이크가 제공된다. 초대 손님의 냅킨에는 고액권의 수표가 꽂혀 있고….”
산업화의 바람을 타고 탄생한 졸부들의 전성시대로, 과소비가 시대의 트레이드 마크였다. 정상모리배가 날뛴다. 그리고 너, 나 할 것 없다. 추구하느니 오직 돈이다. 탐욕의 물결이 넘실대던 그 시대를 마크 트웨인은 도금시대라고 명명했던 것이다.
도금시대란 이 말이 웬일인지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잇단 일가족 동반자살, 그 끔찍한 사건이 전해진 순간부터다.
‘숨막힐 듯한 평온의 연속이다. 다우존스지수는 계속 치솟는다. 왜. 이유는 모른다. 오르니까 오르는 것이지. 돈벌이에 모두 열심이다. 그 평온이 어느 날 깨진다. 10대가 총을 들고 가 선생님과 친구들을 마구 솨 죽였다.’
이른바 ‘묻지마 살인’이다. 왜. 역시 이유는 잘 모른다. 그나저나 곧 잊혀진다. 또 다시 관심은 돈벌이에만 쏠리고. 그러던 어느 날 또 다시 총격이다. 또 ‘묻지마 살인’이다. ‘탐욕의 시대’ ‘신도금시대’ 사회상의 한 단면이다.
어린 생명을 앗아간 총격소리가, 살려달라는 어린 남매의 비명소리가 귓전에 들리는 것 같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다. 곧 잊혀진다. ‘…그건 그렇고, 집 값이 또 올랐다고. 그러면 가만 있자…’ 화두는 여전히 돈이라는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남 이야기가 아니다. 스스로의 일상의 모습이다. 그게 새삼 발견되어서 일까.
왜 그런 끔찍한 범죄를 저질렀나. 동기추적이 매우 힘들다. ‘병든 심령이 발작적으로 저지른 극단의 폭력현상’이라는 설명이 고작이다. 백인 부유층 가정에서 자랐다. 한 마디로 멀쩡한 아이들이다. 그 아이들이 저지른 총기난사 사건을 말하는 것이다.
아무리 사업에 실패를 했어도 그렇지, 제대로 교육을 받은 사람이 어떻게 어린 자녀들을 그렇게…. 온갖 추측이 오간다. 동기추적이 안 되기는 마찬가지다. 왜. ‘병든 심령’이 역시 그 해답의 열쇠를 쥐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나 같이 사업이 한 때는 잘됐다고 했다. 그 사업이 기운 후 사람이 달라졌다. 그러던 어느 날 파멸의 날이 온 것이다.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존재보다는 소유가 우선시 된다. 그러므로 한 인간의 정체성은 얼마나 가졌는가에 달렸다. 어느 날 그 정체성이 무너진다. 사업이 기운 것이다. 결국 탈출구로 선택한 것이 극단의 폭력현상이다. 돈이 결국은 문제였다는 얘기다.
인류 타락 이후 하나님을 가장 닮은 피조물이 있다면 그것은 ‘돈’일 수도 있다. 돈은 단순한 교환수단에 그치는 게 아니다. 돈은 인간에게 윤리적 차원을 넘어 종교적 차원까지 열어준다는 말이다.
다른 말로 하면 돈에 대한 자세가 어떤지에 따라 돈은 삶에 축복이 될 수 있고 저주가 될 수도 있다는 거다.
그래서 그런가. 성경 신약에 나오는 구절 중 가장 많은 구절이 돈과 관련된 것이라고 한다. 모두 2,000개가 넘어 믿음이나 구원에 관한 구절의 10배에 이른다는 것이다. 이는 다름이 아니다. 돈의 뒤에 숨어 있는 엄청난 영적 파워, 다시 말해 ‘맘몬’(mammon)의 무서운 실체를 깨닫게 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이 맘몬은 삶 가운데 두려움을 심어준다고 한다. 그러므로 온갖 중독현상을 일으키고 결국은 죽음으로 몰아간다는 것이다.
사기에, 마약에, 매춘으로 얼룩진 한인 사회다. 거기다가 이번에는 잇단 동반자살 사건이다. 이 현상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맘몬이 지배하는 도금시대의 심각한 병 증세다. 이런 정의가 가능한 게 아닐까.
sechok@koreatimes.com
옥 세 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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