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밤‘이 없나, 레이저 유도 미사일이 없나. 미국은 왜 이라크 사태를 아직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것인가. 근 한 달 전, 그러니까 미국의 이라크 침공 3주년이 되는 시점을 맞아 집중적으로 제기됐던 질문이다.
한 역사가는 이런 답을 내놨다. “‘스마트 밤‘도, 미사일도 아니다. 전쟁의 최종 승리는 결국 보병에 달렸다.” 문제를 다른 데서 찾은 게 아니다. 인구 동향에서 찾은 것이다.
누구라 할 것 없다. 모두 하나 밖에 없는 아들이다. 그런 아들들을 얼마나 희생시킬 수 있는가. 이 부문에서 도무지 자신이 서지 않는다. 미국이 맞은 문제의 본질은 바로 여기에 있다는 거다.
문제는 인적 자원의 한계에 있다. 이 점을 고려하지 않고 전쟁에 돌입했다는 진단이다.
민주주의를 논한다. 이민을 말한다. 사회보장제도를 개혁한다. 오늘날 세계가 당면한 문제들이다. 그 중심을 보면 결국은 한 가지다. 인구 문제다. 때문인지, 지구촌의 최신 유행 화두는 단연 출산율이다.
테러 전쟁을 보는 시각도 그렇다. 인구학적 측면이랄까. 그 각도에서 보려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인구가 증가하고 있다. 건강한 나라, 융성하는 문명이다. 인구가 줄고 있다. 쇠망하는 문명이 보이는 병 증세다. 테러 전쟁을 이 각도에서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제기되는 게 ‘서구 쇠망론’이다. 이 논리에 따르면 아랍 이슬람권은 ‘분노한 젊은이’ ‘상처받은 젊은이’들을 대량으로 배출하는 공장지대다. 그 젊은이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곳이 저출산의 유럽이고. 이 인구의 대이동은 어쩌면 서구문명의 몰락을 가져올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미국은 유색인 국가, 유럽은 아랍국가, 호주는 아시아 국가가 될 것이다’-. OECD가 2050년을 겨냥해 내놓은 인구동향 보고다. 결국 비슷한 말을 하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서 젊은 남성 인구에 새삼 주목이 쏠린다. 정확히 말하면 전쟁수행 가능 연령(15~29세)의 남성인구 동향이다. 이 연령의 남성인구의 편중은 한 나라의, 때로는 세계의 역사를 바꾸어 왔기 때문이다.
컬럼버스의 미 대륙 발견에서 20세기초까지, 그 시기는 한 마디로 유럽시대였다. 전 세계의 90%를 유럽이 지배했었으니까. 이 시대는 유럽 인구가 폭발적 증가세를 보인 시대로 전쟁수행 가능 연령의 유럽 남성인구도 자연 최대 수치를 기록했다. 한 때 전 세계의 35%를 차지했을 정도다.
양차 세계대전을 치르면서 유럽의 젊은 남성인구는 급격히 감소했다. 유럽은 거기다가 오늘날 극히 낮은 출산율을 보이고 있다. 결과로 나온 전망은 이렇다. “2020년께 전쟁수행 가능연령의 남성인구는 전 세계적으로 10억이 된다. 이 중 유럽은 6,500여만 정도, 이슬람권 인구는 3억 정도를 차지할 것이다.” 한 세기동안 완전 역전이 된 것이다.
사회복지제도에만 관심이 있다. 소프트 파워만 말할 뿐이다. 오직 칸트의 세계를 추구한다. 오늘날의 유럽, 극단적일 정도로 평화주의만 팽배하고 있는 유럽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인구론자들은 이 말을 달리 해석한다. 젊은 남성인구의 상실이 가져온 무기력 증세에 불과하다는 혹평이다. 사실이지 유럽은 2차 대전 이후 전쟁에서 한 번도 이긴 적이 없다. 월남에서, 북아프리카에서, 또 최근에는 티모르에서 패퇴에 패퇴만 거듭했다.
여성 1인당 출산율이 1.5명 이하인 나라는 죽어 가는 나라로 정의된다. 30개에 이르는 유럽 나라들의 출산율이 그런데 거의 다 1.5명 이하다. 반대로 이슬람권은 여전히 왕성한 출산율을 보이고 있다.
폭발세에 있는 이슬람권의 젊은 남성인구, 이들이 그런데 하나 같이 화난 표정이다. 그 움직임을 서구는 초조히 바라보고 있는 형국이다.
미식축구의 영웅 하인스 워드가 한국서 영웅대접을 받고 있다. 동시에 혼혈인 문제가 부각되고 있다. 2020년께 한국의 신생아 3명 중 1명이 혼혈아가 된다는 전망 등과 함께.
무엇을 말하나. 앞서 이야기가 유럽에만 국한된 게 아니라는 것이 아닐까. 혼혈인구 급증과 함께 다문화 시대가 예견된다. 그 보도를 한 껍질 벗긴다. 그러면 바로 드러나는 게 출산율 문제여서 하는 말이다.
여성 1인당 1.16명이라고 한다. 세계 최저수준이다. 왜 이토록 낮은가. 아예 결혼 자체를 기피한다. 자녀를 안 낳는다. 그 결과가 무엇일까. 신부 수입에, 혼혈인구 급증이다. OECD보고서를 다시 보자. “…한국의 인구는 그때 가서 3,000만으로 감소될 전망이다.”
하여튼 유럽형 선진병이 단단히 든 게 오늘의 한국인 모양이다.
sechok@koreatimes.com
옥 세 철 논설위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