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영(주필)
세계 최초의 야구 월드컵이라고 할 수 있는 WBC 야구대회에서 한국팀이 4강 진출의 기적을 이루자 한국대표팀 감독의 “휴먼 베이스볼”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야구는 사람이 하는 거야. 감독은 사람을 잘 골라 부리기만 하면 돼”라고 한 김인식 감독의 용병술이 승리의 초석이
라는 것이다. 지난 2002년 월드컵 축구에서 한국의 4강 신화가 이루어진 후 히딩크 감독의 리더십이 화제를 모았던 것과 비슷한 현상이다.
세상만사의 성패가 사람에 달려있다는 것은 이번 야구대회 뿐 아니라 동서고금의 진리다. 세상사가 모두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사람을 잘 쓰고 잘 부리면 일이 잘 될 수 있고, 그렇지 못하면 잘 되지 못하게 된다. 그래서 「인사가 만사」라는 말이 있다.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듣는 말로 한 집안이 잘못된 것도 사람이 잘못 들어와 그렇게 됐다는 말을 한다. 반대로 사람이 잘 들어와 집안이 잘 됐다는 말도 한다. 야구나 축구 등 스포츠 팀에서는 상대편의 실력있는 선수를 스카웃하기 위해 고액의 연봉을 서슴치 않고 제공한다. 기업체에
서도 유능한 인재를 스카웃하는데 많은 돈을 쓴다. 미국의 큰 회사에서는 유능한 CEO를 스카웃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연봉을 주기도 한다. 모두 사람의 중요성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유비가 초야에 있던 제갈공명을 책사로 초빙하기 위해 그의 초가집을 3번이나 찾아갔다는 삼고초려의 고사는 너무도 유명한 이야기이다. 만약 유비가 삼고초려를 하지 않아서 제갈공명을 얻지 못했더라면 천하를 다툰 영웅호걸이 될 수 있었겠는가. 절대로 불가능했을 것이다.
요즘처럼 불꽃튀는 첨단과학의 시대에는 인재의 중요성이 더욱 크다. 만약에 어떤 회사가 빌 게이츠와 같은 창의력이 있는 인재를 확보한다면 세계 경제를 선도하는 큰 기업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람을 잘못 써서 회사의 돈을 빼내거나 비밀을 경쟁회사에 넘긴다면 회
사가 거덜나고 말게 될 것이다.
사람이 중요하다면 우선 좋은 사람을 얻는 것이 첫번째 과제이다. 그런데 좋은 사람을 얻는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좋은 사람에게는 그만큼 많은 댓가를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사람을
채용해 본 사람이라면 한결같이 하는 말이 있다. “사람은 많은데 쓸만한 사람은 없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 가운데서 쓸만한 사람을 찾는 것은 모래 속에서 구슬을 찾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다. 그러므로 제대로 된 사람을 찾는 것이 사람을 잘 쓰는 첫번째 관문이다. 필요한 사람을
찾는데 손쉽게 구할 생각은 말아야 한다. 사람을 구하는데 정성을 기울여야 한다는 말이다.일단 사람을 구했으면 제대로 쓸 줄 알아야 한다. 사람은 각각 장단점이 있고 특기가 다르기 때문에 쓰임새가 다를 수 밖에 없다. 나무로 집을 지을 때 어떤 나무는 기둥이 되고 또 대들보
가 되고 어떤 나무는 서까래로 쓰인다. 기둥감이 없다고 서까래감으로 기둥을 한다면 그 집은 쉽게 무너지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 대들보감을 서까래로 잘못 써도 제대로 된 집이 될 수가 없다. 적재적소라는 말이다. 그래야 개인의 능력이 최대한 발휘될 수 있을 뿐 아니라 전체적인 성과를 극대화 할 수 있게 된다.
이처럼 기본적인 인사가 잘 되면 만사가 잘 될 수 있는 것이 진리인데 요즘 세상의 인사는 이 진리에 역행하여 이루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측근인사, 정실인사, 코드인사이다. 어느 자리에 어떤 사람을 쓸 때 그 사람의 능력이나 적성보다는 아부를 잘 하거나 연줄이 닿는 사람을 골라 쓰기를 좋아한다. 또 인사권자나 임명권자가 자기보다 잘난 사람을 기피하고 마음대로 휘두를 수 있는 어리석은 사람을 선호하는 경향도 있다. 이런 인사로 매사가 잘 될 리가 없다. 「인사 만사」가 아니라 인사가 모든 것을 망치는 「인사 망사」가 되고 만다.한국야구팀이 화제를 일으킨 “휴먼 베이스볼”이 결코 새로운 파문을 일으킬 화제거리가 아닌
데도 화제가 된 것은 워낙 모든 분야에서 인사가 제대로 되지 못하고 있는 오늘의 세태를 반영하는 것이 아닐까.
어쨌든 이 휴먼 베이스볼이란 말이 모든 사람들, 대통령을 뽑는 국민과 국무총리나 장관을 임명하는 대통령에서부터 종업원을 부리는 작은 업소의 주인들에 이르기까지 인사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 주기를 바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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