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산책의 기대로 마음이 설레어 잠에서 떨쳐 일어나지 않는다면, 첫 파랑새의 지저귐에 전율을 일으키지 않는다면, 눈치채라! 당신의 봄과 아침은 이미 지나가 버렸음을…”<박노해 ‘사람만이 희망이다’중에서>
“이른 아침부터 우편물의 기대로 마음이 설레어 잠에서 떨쳐 일어나지 않는다면, 우체부 왔다가는 소리에 전율을 일으키지 않는다면, 눈치채라! 아이의 대학 합격 통지 기한은 이미 지나가 버렸음을 … ”이라고 쓴다면 요즘 대학 진학생 가정의 풍경이 되지 않을까.
12학년 학생들이 대학 합격 통지를 기다리며 가슴 졸이는 3월이 흘러가고 있다. 지원한 대학들의 합격통지 날짜를 이정표 삼아 설레고, 안도하고, 실망하고, 기뻐하기를 반복하며 애간장이 다 타는 3월이다.
부모로서 가장 안타까운 때는 열심히 노력하던 아이가 원하던 대학에 못 들어가 실망하는 모습을 볼 때이다. 반면 가장 열 받는 때는 도무지 노력 안 하던 아이가 기대에 전혀 못 미치는 대학에서조차 불합격 통지를 받을 때이다. 아이는 아이대로 잔뜩 풀이 죽고, 부모는 아이 마음 상할까봐 “거봐라, 진작 엄마 말 듣고 공부했으면 이런 꼴 안 당하지!”라고 퍼붓지도 못하니 가슴이 터질 지경이다.
하지만 상황이 어떠하든 부모가 할 일은 한가지다. 아이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것이다.
1년 여전 팜 스프링스에 사는 독자로부터 이 메일을 받았다. 제목은 ‘희망 값이에요’- 고교생 아들 이야기였다. 그의 아들은 초등학교 때까지 학교 대표로 경시대회에 나갈 만큼 우수했는데 중학교 들어가 마약에 손을 대면서 망가지기 시작했다. 친구를 잘못 사귄 탓이라는 생각에 멀리 타주로 이사를 갔지만 소용이 없었다. 성적은 F가 세 개, C가 세 개로까지 떨어지고 아이는 자포자기 상태였다.
하는 수 없이 아이를 문제아들만 전문적으로 돌보는 대안학교로 보냈는데 그곳에서 아이가 본래 모습을 되찾기 시작했다고 그는 기뻐했다. 특수 학교에 보낸 지 7개월만에 아들을 만나보니 아이 얼굴에 ‘꿈에도 그리던 그 순진한 미소’가 떠올라 있더라고 했다.
학교 학비가 매달 3,000달러로 비싸지만 “아이와 부모 모두에게 잃어버렸던 희망을 찾아주는 값으로 생각하면 전혀 비싼 게 아니란 생각이 든다”고 그는 썼다.
부모가 자녀를 키우는 과정은 따지고 보면 희망을 일구는 작업이다. 희망의 경작이다. 아이가 행복하고 성공적인 인생을 살도록 길을 열어주고 싶은 희망에 우리는 학군 따라 이사를 가고, 무리해서 과외활동을 시키고, 일류 대학을 욕심 낸다.
하지만 모든 자녀가 부모에게 절로 희망이 샘솟게 하는 것은 아니다. ‘저래서야 장차 뭐가 되겠나’‘저 아이 하는 일이 다 그렇지’… 도무지 성에 차지 않는 아이를 놓고 희망찬 미래의 모습을 그리기는 부모라도 쉽지 않다.
시카고에 도어티라는 여교사가 있었다. 지금은 은퇴한 그 여교사가 어느해 6학년 담임을 맡았다. 아이들이 어찌나 산만한지 ‘모두 학습장애아들인가’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래서 그는 몰래 교장실에 들어가 아이들의 IQ 기록을 훔쳐보았다. 놀랍게도 아이들의 지능은 대부분 평균 이상이고 1/4은 120을 넘었으며 제일 말썽꾸러기의 IQ는 145나 되었다.
“내가 너무 쉽게 가르쳐서 그랬구나” 생각한 여교사는 이후 숙제를 잔뜩 내주면서 엄하게 공부를 시켰다. 학년말이 되자 말썽꾸러기들은 모두 최우수 학생들이 되었다. 교장이 칭찬을 하며 그 비결을 묻자 도어티 선생은 IQ기록을 훔쳐본 사실을 고백했다.
교장이 빙그레 웃으면서 하는 말 - “그 숫자들 사실은 락커 번호였는데 …” 아이들은 기대만큼 성장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예이다.
훌륭한 부모는 마음속에 자녀의 그림을 확실히 그려둔 부모이다. 자녀가 지금 눈앞에서 어떤 실망스런 행동을 하든 1년 후, 2년 후, 혹은 10년 후 아이의 자랑스런 모습을 확실하게 머릿속에 새겨둔 부모이다. 대학에 떨어져 실망한 아이들에게 지금 부모가 보여줄 최선의 선물은 희망이다. 부모의 긍정적 암시는 아이를 일으키는 힘이 된다.
권정희 논설위원junghkwon@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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