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의류 세일즈 우먼 2 인
그들이 파는 건 옷일까, 이름일까, 이미지일까.
‘헤르메스 벌킨 백을 사기 위해 장기매매까지 심각하게 고려했다’고 고백하는 일본의 칼럼니스트 나카무라 우사기의 말처럼 이제 명품은 단순히 몸에 걸치는 옷이란 상식을 떠난 지 오래다. 명품은 걸치는 순간 그 브랜드가 주는 이미지도 함께 소비하게 된다. 그리고 이런 한 벌에 수백, 수천 달러가 넘는 옷들을 파는 이들 역시 단순히 천 쪼가리를 파는 것이 아닌 그 브랜드의 이미지도 함께 세일즈 한다. 시즌마다 수천 달러 어치의 옷을 사들이는 고객을 상대로 옷을 파는 명품 브랜드 한인 세일즈우먼 2인을 만나봤다. 명품 의류 세일즈의 세계는 겉에서 보는 것만큼 화려하지도 않았고 그 가격대 만큼이나 결코 호락호락하지도 않았다.
옷입혀준 고객이 만족할때 보람
맥스마라 이브 정씨
맥스마라 센추리시티점 세일즈 우먼 이브 정씨가 쇼윈도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고객에게 예쁜 옷을 입혀주는 것이 너무 즐겁다는 정씨는 센추리시티 점은 물론 서부지역에서도 판매 왕을 수 차례 거머쥔 세일즈 여왕이다.
한인여성들에겐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브랜드 맥스마라(Max Mara). 특히 한국 여성들에겐 그 열광의 역사가 워낙 오래되다보니 사실 이 브랜드에 대해 구구절절이 적기가 민망할 정도다. 특히 맥스마라 겨울 코트는 굳이 패션 리더들이 아닐지라도 여성들이라면 꼭 한 벌쯤 갖고 싶어하는 아이템이다. 그러다 보니 맥스마라엔 단연 한인 고객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한인 고객 수가 늘수록 한인 세일즈맨도 늘어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그중 맥스마라 센추리시티 점 이브 정(48)씨는 한인들이 많지 않은 곳에서 발군의 판매 실력을 자랑하는 세일즈 우먼이다. 이민 온 지 25년이 된 그는 맥스마라 입사 전에는 남편과 의류사업을 했다.
의류업에 종사한 이력도 그러하지만 그 스스로 샤핑을 워낙 좋아하고 패션 감각이 있어서인지 맥스마라에 입사한지 이제 겨우 2년밖에 안됐지만 센추리시티 점에선 도맡아 세일즈 1등 자리를 지켰고 4곳의 지점을 합친 서부지역 세일즈 왕도 수 차례 거머쥔 적이 있는 맹렬 여성이다.
“맥스마라를 예전부터 너무 좋아했어요. 그래서 판매원을 모집한다고 할 때 바로 이거다 하고 뛰어 들었죠. 내가 좋아하는 옷들을 고객들에게 예쁘게 입혀주고 꾸며줄 때가 제일 행복합니다”
날씬한 고객 옷 입혀주는 것보다는 체격이 넉넉한 고객 옷 입혀주기가 훨씬 더 신바람 난다는 이브씨.
“사실 모델처럼 늘씬하고 키 큰 사람이야 뭘 입은들 예쁘지 않겠어요. 그보다는 사이즈가 크고 옷 입는데 자신 없는 고객들에게 맞는 옷을 입혀주고 고객이 만족하는 모습을 볼 때가 훨씬 더 보람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맞는 옷을 찾아주면 당연히 친구 같은 단골이 될 수밖에 없죠”
이처럼 이브씨의 판매 노하우는 따로 없다. 스스로가 옷 입혀주는 걸 즐기고 고객들과 친구처럼 지내는 게 전부란다.
“결코 옷을 팔아야겠다는 생각으로 고객들에게 부담을 준다거나 어울리지도 않는 옷을 사라고 강요하지 않습니다. 아마 그렇게 팔면 당장에야 실적을 올릴 수 있지만 단골을 만들 순 없겠죠”
또 그는 고객들의 옷차림만으로 고객들을 판단하지 않는 것을 철칙으로 한다.
“처음에야 옷 잘입고 좋은 핸드백 든 사람들이 구매를 할거라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작정하고 샤핑을 나온 사람들일수록 편안한 옷차림으로 나온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래서 매장에 오는 모든 이들이 내 고객이라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해 도와줍니다.”
이런 그의 열성 덕분에 센추리시티 맥스마라 구매액수로 매겨진 탑 10 고객 중 상위 3명의 고객들이 모두 그의 단골들이다.
“판매원이라기보다는 고객들의 패션 컨설턴트라는 자부심을 갖고 일하다보니 결과가 좋았을 뿐”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옷 사간후 만족도 확인, 친절봉사
맥스 앤 코 줄리 장씨
의류 세일즈 경력 10년 차인 줄리 장씨는 고객에게 최선을 다해 서비스하고 애프터서비스한 덕분에 판매왕 자리를 지켜왔다. 덕분에 이젠 고객들의 눈빛만 봐도 뭘 원하는지 알 수 있을 정도로 베테랑 세일즈 우먼이 됐다.
미국에 런칭한 지 이제 3년밖에 안 된 맥스 앤 코(Max & Co)는 그러나 한국에서는 패션리더들에게 널리 알려진 브랜드여서 베벌리센터 점 고객들의 상당수가 한인일 만큼 한인여성들에게 인기 있는 브랜드.
의류 세일즈만 10년째인 줄리 장(39)씨는 그의 이력이 말해주듯 베테런 세일즈 우먼이다. 소녀풍의 사랑스러운 컬러와 디자인으로 20대부터 50대까지 폭넓게 사랑 받고 있는 맥스 앤 코에서 일한 지 이제 2년째 접어드는 줄리씨의 수 차례 판매왕 이력은 공짜로 따라붙은 것이 아니다.
옷을 사간 고객들에게 2~3일 뒤 고객 만족도를 직접 확인하고, 옷 수선이나 교환에 대해서도 반드시 체크한다.
심지어 세탁한 옷을 들고 와 교환을 요구하는 얌체 고객들에게도 다 알면서도 속아주는 척 교환해주기까지 했다니 그의 최고의 세일즈 비법은 너무도 평범한 ‘친절봉사’다. 덕분에 단골고객이 많은 것은 물론 고객과 언니, 동생 하는 사이가 될 만큼 절친하게 됐다.
“고객들이 꼭 옷을 사지 않더라도 매장에 들려서 점심을 가져다주기도 하고 사탕이며 떡 등 간식거리까지 챙겨올 만큼 친하게 됐죠. 서로에게 믿음이 생기니까 이제는 제가 권해주는 옷들은 믿고 구입할 정도에 이르렀죠.”
한번에 한 고객에게 7,000~1만달러 정도까지 팔아본 적이 있다는 줄리씨는 매장에 들어오는 고객을 보면 80% 정도는 구입여부를 점칠 수 있을 만큼 ‘족집게’가 다 됐다.
“꼭 맞는다고는 할 수 없지만 요즘은 매장에 들어오는 고객들의 눈빛이나 옷을 둘러보는 폼새만 봐도 구입여부를 알 수 있을 정도는 돼요. 그렇다고 살 고객들에게만 서비스를 하는 것은 아니고 윈도 샤핑 고객들도 미래의 고객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죠.”
취재가 끝나갈 무렵 줄리씨는 고객들에게 옷을 살 때 도움이 될만한 몇 가지 팁을 소개했다. 드레스나 수트를 샤핑 할 때는 반드시 이에 신을 구두나 셔츠 등을 가져가 함께 매치 해보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그리고 가능한 화장을 하고 옷을 입어보는 것이 샤핑의 낭패를 막는 법이라는 것도 일러줬다. ‘친절한 금자씨’도 울고 갈 ‘친절한 줄리씨’였다.
글 이주현 기자·사진 진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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