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연방은행의 발언을 요약하면 대략 이렇다. 이제 더 이자율이 오르지 않아도 된다고 보인다. 그동안의 이자율 인상으로 경기가 어느 정도 조정되리라고 예상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경제는 상승세를 유지할 것이다. 그런데 물가는 아직도 오를 위험이 있다. 자원의 가동률과 에너지 가격의 압력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자율은 다시 오를 가능성이 있다.
한마디로 어느 쪽인지 애매모호한 입장이다. 이자율이 오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는 말이다. 앞으로 투자를 결정해야 할 많은 일반인들은 매우 혼란스럽다.
이 혼란의 뿌리는 부동산에 있다. 여러 여건을 보면 이자율을 앞으로도 계속 올려야 하는 상황임이 분명한데 너무 강경한 입장을 보이면 부동산 시장이 예상보다 빨리 하락할 우려가 있다. 그동안 미 경제성장의 주춧돌인 부동산이 너무 급격히 하락하면 전체 경기를 어렵게 할 수 있다. 따라서 완충적 입장 표현으로 이자율의 인상이 가져올 부동산 시장에 대한 영향을 완만하게 하겠다는 의도가 이자율에 대해 모호한 표현을 하게 만든 배경이다.
경제 전반적 여건을 보자. 그동안의 이자율 상승에도 불구하고 물가 상승의 압력이 점점 거세지는 조짐이 많다. 물가 상승의 주 요인인 공장 가동률도 한계치인 80%를 넘어 있고 소매도 1월에 들어 급격한 신장을 했으며 실업률도 4.7%를 기록 4년반만에 최저를 기록하는가 하면 주요 원자재 가격도 계속 오르고 있다.
이 정도면 물가 상승의 압력은 매우 높은 편이다. 물가에 가장 큰 압력인 자원 가동률과 원자재 가격이 모두 한계점에 와 있기 때문에 일반적 경우라면 이자율을 더 올려야 한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즉 지금까지의 이자율로는 이에 따른 경기의 상승세를 진정시키기에 아직 부족하다는 말이다.
이러한 이자율 강경론에 대해 일각에서는 이자율 인상 효과의 지연성을 들어 위험한 발상으로 반론을 제시하고 있다. 이자율 인상을 시작한지 1년8개월 동안 은행간 기준금리는 1%에서 4.75%로 올랐다. 기간에 비하면 상당히 급속한 상승이다. 그런데도 경기가 계속 좋고 물가 상승의 압력이 줄지 않는 것은 이자율 인상 효과가 아직 충분히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기서 계속 이자율을 올리면 경기가 침체에 빠질 수도 있다라는 것이 이자율 추가 인상에 대한 반론이다. 실제로 지난해 말 미 경제가 1.1%밖에 성장을 못해 이제 이자율 인상 효과가 나오기 시작하지 않느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대세는 지난해 말의 저성장은 태풍의 영향에 의한 일시적 현상일 가능성이 높고 올해 초 나타나는 경제지표를 볼 때 미 경제는 다시 정상적 성장 궤도에 들어서고 있다는 쪽으로 기운다. 한마디로 미 경제는 튼튼하고 조금 더 긴축을 하지 않으면 물가상승이 경제를 어렵게 할 상태라는 말이다.
2월 새로 취임한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의 의회 증언의 내용을 보면 미 경제 과열 가능성을 확인해 주고 있다. 새 의장은 경제는 튼튼한 기조를 유지하고 있고 물가 상승의 압력은 여전히 강하다고 진단했다. 이에 연결해 물가 상승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분명히 했고 더 이자율을 올려야 한다는 연방은행의 지난 1월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새 의장은 부동산에 대해 급등한 가격이 심각한 하락세로 돌아설 위험이 있음을 지적하고 경제를 위해 이러한 빠른 하락세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다시 부동산 시장의 경착륙을 경계한다는 의사 표시를 한 것이다. 물가는 걱정되나 강력한 대처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갈등을 보여주고 있다.
부동산으로 살린 경제가 부동산 때문에 발목을 잡히고 있는 셈이다. 가장 바람직한 결과는 시간을 충분히 끌어 경제규모가 커짐으로써 부동산 가격이 자연스럽게 정상화되는 해결이다. 즉 경제성장을 막지 않는 수준으로 이자율을 서서히 올려나가고 그 동안 부동산 가격은 현재 수준으로 머무는 가상이다. 연방은행이 보여주는 애매모호한 태도는 바로 이 시간 끌기 정책이며 현재로서는 가장 현명한 선택으로 평가된다. 새 의장의 차분한 성격이 믿음직한 서막을 보여주고 있다고 하겠다.
최운화
커먼웰스 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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