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에 푹 빠진 미국인들
글렌데일의 로버트 스테이시, LA 한인타운에 사는 윈 도슨, 채스워스의 소피아·갈렌 바트머스 부부. 사는 곳도, 나이도 다른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I love 한국∼.” 바로 한국과 한국 문화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점이다. 한국과 한국 문화에 관심을 갖는 외국인이 늘고 있다. 우연한 기회에 한국을 접한 후 그 매력에 푹 빠졌다고 고백하는 이들이 많다. 아시아에 불었던 ‘한류’와는 또 다른 의미다. 이들을 통해 한류는 단순한 붐을 넘어 미국과 세계에 통할 수 있는 문화상품으로의 가능성을 엿보게 한다.
한국 업체의 미국 진출을 도와주는 회사를 운영하는 로버트 스테이시가 앞에서 활짝 웃고 있다. <진천규 기자>
동두천 근무로 인연… 한국사업체 미 진출 도와
“여보세요∼.” 걸려온 전화에 익숙하게 한국말로 답하는 로버트 스테이시. 그와 한국의 인연은 90년도 초부터다. 군대에 지원, 통신병이 되어 찾은 곳이 다름 아닌 동두천의 미2사단이었다.
하지만 그의 한국 사랑은 오히려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후부터 시작됐다. “사람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따뜻한 인정이 있는 한인들이 참 좋았습니다. 한인들과 한국 문화가 새삼 소중하게 느껴졌습니다.” 한국어도 배웠다. 인터넷 사이트를 돌아다니며 독학으로 공부한 그의 한국어 실력은 현재 듣기 말하기뿐 아니라 읽기와 쓰기도 가능한 정도다.
최근에는 아예 회사를 설립하고 한국인들의 미국 진출에 발벗고 나섰다. “한국인들은 인간관계 위에 쌓이는 신뢰를 중요시하지만 때때로 이것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리고 외국인들과의 사업 자체를 힘들게 하기도 합니다”는 논리다. 현재 그의 회사(Asia Media Products)는 한국의 방송장비업체들이 미국에 진출, 활동할 수 있도록 다양한 조언을 하는 한·미 양국의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음식 없이는 하루도 못사는 ‘미스터 반찬’
판소리 영화 ‘휘모리’의 시사회에 참석, 진지하게 영화를 관람하고 있는 윈 도슨. <신효섭 기자>
‘미스터 반찬-’. 한인타운에 사는 윈 도슨이 자신을 소개하는 별명이다. 그는 한국 음식 예찬론자이다. 불고기나 김치 등은 물론이고 새로운 한국음식을 먹는데 전혀 두려움이 없다. 일부러 한국 음식점을 찾아다니는 것은 기본이고 “원더풀”을 외치며 먹다 남은 반찬을 일일이 박스에 정성스레 싸가 집에서 다시 먹을 정도다.
단순히 한국 음식에만 빠져 있는 것은 아니다. 그는 지난 1월 말 한국문화원에서 열렸던 판소리 영화 ‘휘모리’ 무료 시사회에 참석할 정도로 한국 배우기에 열성이다. 한글 자막도 없이 진행된 데다가 한국인들에게도 쉽게 접할 수 없는 판소리 영화를 그 누구보다도 열심히 지켜본 이가 바로 그이기도 했다.
“많은 미국인들이 ‘Japan’이 일본(Nippon)이고 ‘Germany’가 독일(Deutschland)인 것을 압니다. 하지만 ‘Korea’가 한국임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윈 도슨이 한국인을 만날 때마다 하는 소리다. 왜 그렇게 아름다운 문화를 가지고 있으면서 그것을 ‘한국’이라는 브랜드로 만들어 세계에 내놓지 않느냐는 애정 어린 충고다.
“한국인들과 이순신 이야기 맘껏 해보고 싶어”
채스워스의 소피아·갈렌 바트머스 부부는 한국 드라마에 푹 빠진 사람들이다. 지역 케이블 TV에서 방영해 주는 ‘불멸의 이순신’(The Immortal Lee Soon-shin)을 보고 난 이후다. 주변에 같이 한국 드라마를 즐기는 친구들이 없어 평소 한인을 만나 ‘이순신 이야기’를 원없이 해보는 것이 소원일 정도였다고 웃는다.
남편은 원래부터 전쟁, 역사 영화의 광이었다. “일단 의상이 너무 아름다웠습니다. 처음 본 장면이 바다에서 배끼리 전투를 벌이는 모습이었는데 할리웃 블록버스터 영화에 떨어지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그는 또한 한국 드라마가 외국에서도 충분히 통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불멸의 이순신과 미국의 전쟁·역사영화는 구조나 내용에는 사실 큰 차이가 없습니다. 미국의 영화·드라마가 한국에서 인기를 끌었듯 한국의 드라마들도 미국 시장에서 충분히 성공할 것이라고 믿습니다”는 주장이다.
<박동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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