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미 세라믹 스튜디오에서 도자기 작업에 심취해 있는 회원들. 오른쪽부터 심종완, 소니아 인, 김천기씨.
도예가 권영미씨.
물과 바람 불을 만나고 인간의 땀과 숨결이 스며
마침내 내 앞에 선다 , 은은한 다향을 머금고 …
● 도자기 빚는 사람들
“흙을 만진다는 것 자체가 즐거운 작업입니다” 한인타운 3가와 하버드
치과건물 2층에는 권영미 세라믹 스튜디오(300 S. Harvard Bl.)가
있다. 도예가 권윤제·영미씨 부부가 4년 전 문을 연 공방이자 도자기
클래스 회원들의 작업실이다. 타운에선 드물게 물레가 있고, 도자기 굽는
가마도 있다. 이민생활을 하다 보면, 도예 작업은 멀게만 느껴진다. 하지만, 이 곳에 들어서면 코끝에 와 닿는 흙 냄새가 자연의 숨결을 느끼게 한다. 내가 만든 찻잔으로 따스한 차를 마시고 싶다는 마음도 생긴다.
“흙을 다루는 일이 워낙 강도 높은 노동이죠. 라구나 클레이에서 50파운드짜리 흙 한 상자를 사 작업실까지 끌어올리면 진땀이 나요”
홍대 미대와 독일 스투트가르트 국립조형예술학교 출신인 권영미씨는 흙 만지기에서 행복을 찾는 소수회원들로 지금까지 공방을 지탱해 왔지만, 3월부터는 초보자를 위한 과정을 개설해서 ‘도자기 전도사’가 될 작정이라고 한다.
스튜디오에 들어서면, 오른쪽 방에 소형 가마가 있다. 왼쪽 방이 흙으로 도자기를 빚어 말리는 작업실. 이 전기 가마는 한 번에 투박한 찻잔 50개 정도를 구워낸다. 장작가마가 내는 오묘한 질감은 부족해도 생활도자기 굽기에는 적합하다. 매주 토요일에 가마가 지펴지는데, 흙덩이가 도자기로 환생하려면, 두 번은 가마 속을 들락거려야 한다. 척 보기도 낱개로 구워내다간 가마 사용료조차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운영비가 만만치 않아 보인다.
작업실에선 도자기 교실 회원 이윤경씨가 물레를 돌리며 항아리 빚기에 열중하고 있다. 물레를 사용하면 매끈한 느낌, 사방대칭의 정교한 항아리가 만들어진다. 벽면 진열대를 쳐다보니, 진짜 비슷한 모양의 항아리들이 흙을 말리고 있었다. 유심히 쳐다보니 틀에 찍어낸 듯 똑같지만은 않다. 분청작업 때문이다. 그저 붓 한번 쓱 대고 지나갔는데도 질박한 그릇에 독특함이 묻어난다.
“우리 공방은 분청 작업이 위주입니다. 흙을 빚어 원하는 형태가 완성되면 분청으로 그림을 그리거나 분청을 칠한 후 다시 이를 긁어내 문양을 만드는 거죠”
흙과 친하지 않은 이라도 알아듣기 쉽게 설명하는 권씨는 분청사기처럼 치장하지 않은 자연의 색을 떠올리게 했다. 수수하고 온기가 느껴지는 말투가 우선 그렇고, 외모에서 풍기는 이미지가 투박하지만 자유롭고 표현이 분방해 서민적이지만 예술성이 뛰어난 분청사기를 닮았다.
물레가 있는 방을 지나 안으로 들어서니 찻주전자와 외바퀴 수레, 화분을 빚는 회원들의 모습이 보인다. 흙이 마르는 속도가 다르면 갈라지거나 떨어진다며 물을 적신 휴지를 붙여가며 차 주전자 빚기에 바쁜 심종완씨, 선인장 수집이 취미라서 직접 화분을 만든다는 김천기씨, 외바퀴 수레 사진을 놓고 장인정신을 닮아가려 애쓰는 소니아 인씨 모두 명상에 잠긴 듯했다.
“흙의 종류만 50가지가 넘습니다. 적토는 청자, 백토는 백자를 만드는 재료가 되죠. 옹기를 만드는 흙은 하와이에서 캐오는 적토죠. 지금은 적토라도 일단 가마에 들어갔다 나오면 색감과 질감이 달라집니다”
흙을 준비해 물레로 손으로 모양을 만들고, 그늘에서 말려, 초벌구이 한 후, 안료로 그림을 그리고, 유약을 묻힌 후, 재벌구이해서 식히기까지가 도자기의 제작 과정이다. 족히 일주일은 걸리는 작업이다. 질 좋은 흙과 사람의 손길, 그리고 가마 속의 불꽃이 절묘하게 만나 도자기가 되는 동안 도시에 사는 우리는 흙, 바람, 물, 불 등 자연을 원없이 접할 수 있는 기회이다.
■권영미 도자기 교실
권영미 세라믹 스튜디오가 3월 개설하는 기초과정은 매주 금요일 오전 11시와 토요일 오후 1시 2개 반을 개강한다. 흙이라곤 만져본 적이 없어 엄두를 못내는 초보자들을 위한 클래스로, 흙과 친해지는 법부터 시작해 컵 만들기에 도전한다. 3개월 과정으로, 수강료는 월 100달러. 기초과정에는 재료비가 포함되며, 도자기 용구세트(10달러 가량, 탑스 등 미술 용구점에서 판매)는 각자 준비해야 한다.
2월24일 오전 11시와 25일 오후1시 2회에 걸쳐 무료 공개 오리엔테이션이 실시되는데, ‘분청’에 관한 다큐멘터리 상영과 더불어 ‘흙의 모든 것’을 파헤칠 예정이다. 문의 (213)365-1602
<글 하은선·사진 진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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