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오스 이론으로나 설명될 수 있을까. 나비가 날개 짓을 한 곳은 덴마크다. 그러고 나서 4개월. 거대한 폭풍이 회교권을 강타하고 있으니’-시사 주간지 타임의 촌평이다.
덴마크 사람이 아니면 발음조차 어렵다. ‘윌란스 포스텐’이라고 했나. 세계인들은 전혀 듣지도 보지도 못한 신문이다. 그 신문이 이슬람 창시자인 마호메트를 풍자한 만화를 실었다.
모두 12컷의 만화다. 그 중 하나를 소개하면 이렇다. ‘천국에는 더 이상 처녀가 없다’- 만화의 마호메트가 하는 말이다. 자살폭탄 공격을 권장하는 이슬람이스트들을 풍자한 것이다. 한번 웃고 지나갈 수도 있는 일이다. 서방의 감각으로는. 그런데 사단이 났다.
항의가 잇단다. ‘지하드’란 이름으로 살해위협이 가해진다. 시위가 발생한다. 아랍 이슬람권의 거친 항의에 이웃 노르웨이 신문이 연대행동에 들어갔다. 그 만화를 게재한 것이다. 시위는 더욱 격해졌다. 살해위협을 가하는 웹사이트가 곳곳에 떴다.
이번에는 전 유럽의 언론이 들고 일어섰다. 일제히 풍자만화를 실은 것이다. 급기야 폭풍이 몰아쳤다. 덴마크 대사관이, 노르웨이 대사관이 공격을 받았다. 격렬한 시위로 사람들이 죽어간다. 상황은 유럽과 이슬람권의 대립양상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이성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해서 카오스의 이론이 들먹여지고 있는 건지 모른다. 알 수 없는 게 또 하나 있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맹렬히 비난했다. 그러면서 ‘똘레랑스’(tolerance·관용)를 외치던 유럽이다 그 유럽이 왜 이처럼 강경한 입장인가. 모욕을 느낀다는 아랍의 정서를 이해한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양보할 기색이 없다. 왜.
결자해지(結者解之)라고 했으니 ‘윌란스 포스텐’의 문화담당 편집인 플레밍 로제의 이야기를 먼저 들어보자. “만화를 실은 동기는 표현의 자유가 종교적 터부에 우선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어서였다.”
그에 따르면 회교도들이 이슬람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하는 건 복종하라는 뜻이라는 것이다. 회교인구가 전체인구의 5%가 넘는다. 이런 유럽에서 이슬람을 존중하라는 말 뒤에는 항상 숨겨진 아젠다가 있다는 것이다.
위협이다. 누구든지 이슬람의 룰에 따라 행동해야 한다는 실제적 위협이라는 설명이다. 이는 뒤집어 말하면 유럽의 가치관이 위협받고 있다는 얘기다. 과장이 혹시 아닐까.
마호메트의 아내를 소재로 한 오페라 공연이 취소됐다. 회교도들의 심한 압력에 못 이겨서다. 2000년의 일이다. 2004년에는 네덜란드의 영화감독 디오 반 고흐가 무참히 살해됐다. 이슬람권 여성들이 박해받는 상황을 다룬 영화를 제작했다. 그 영화가 이슬람을 모독했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유의 예는 하나 둘이 아니다. ‘이슬람을 존중하라’는 협박 아래 예술 활동이 방해받는다. 그 정도가 아니다. 실제로 테러가 발생하고 살해를 당하고 있는 것이다.
‘유라비아’가 되고 있다. 오늘날 유럽을 두고 하는 말이다. 유럽이 이슬람화 되고 있다는 거다. 유럽의 이슬람 인구는 급증하고 있다. 그들은 게토를 형성하면서 동화를 거부한다. 아니, 오히려 유럽의 이슬람화, 세계의 이슬람화를 부르짖고 있다.
유럽의 민주적 가치를 한사코 거부하는 거대한 집단. 그 이슬람의 유형무형의 압력에 대한 저항 선언이 이번 풍자만화 사건이라는 것이다. 표현의 자유는 유럽이 수세기의 투쟁을 거쳐 획득한 기본권이다. 그게 침해되는 건 유럽의 가치관이 무너지는 것이다. 때문에 결코 양보할 수 없다. 유럽의 정서다.
…목을 따라. 또 한 차례의 9.11이 기다리고 있다…. 게다가 히틀러를 들먹인다. 옮기기도 민망할 정도다. 그만큼 마호메트 풍자만화에 대한 이슬람권의 반응은 거세다. 온건파 회교도들도 지적할 정도다. 왜 이토록 격렬한 반응인가. 여러 가지 지적이 나온다.
“이는 다름 아닌 절박감의 표출이다.” 가장 핵심적인 지적같이 들린다. 아랍권에 몰아치고 있는 민주화 바람, 그 바람을 차단해야 한다는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의 초조감이 과잉반응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진단이다.
신성모독이 실정법으로 집행되는 곳에서 개혁은 없다. 민주주의란 더구나 있을 수 없다. 그 신성모독을 전가의 보도인 양 휘둘러 댄다. 여기서 바로 그 체제의 취약점이 발견된다는 설명이다.
그건 그렇고 이를 문명충돌로 보아야 하나. 충돌은 충돌이다. 그러나 문명충돌로 볼 수는 없다. 풍자만화 하나로 근본이 흔들린다면 그건 문명이라고 할 수 없으니까. 굳이 분류한다면 문명과 야만의 충돌이다. 누가 한 말이던가.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옥 세 철
논설위원
secho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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