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하면 떠오르는 인물이 있다. 맥아더다. 이 맥아더와 관련해 전해지는 얘기가 있다. 한국전쟁의 성격을 맥아더 자신이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전쟁은 가장 혐오스러운 인류 살육극이다. 때문에 가급적 피해야 한다. 그러나 일단 시작됐으면 끝장을 보아야 한다. 전쟁은 그러므로 어떤 전쟁이든 성전(聖戰)이어야만 한다. 맥아더의 전쟁관이라고 한다.
한국전쟁은 승자도 패자도 없이 끝났다. 전쟁의 목적은 현상 유지에 국한됐다. 미국 중심의 국제질서에 도전하는 소련세 팽창 저지에만 목적을 두었던 것이다. 한국전쟁은 말하자면 최초의 제한전쟁(limited war)이 된 것이다.
이것이 당시 워싱턴의 전략 목표였다. 맥아더는 전혀 다른 전쟁관을 가지고 있었다. 때문에 충돌이 일었고 결국 직위해제의 비운을 맞게 됐다는 것이다.
제한전쟁의 개념을 한층 정교히 다듬은 전략가가 키신저다. 미·소 핵 대결시대에 전면전은 상호간의 완전파멸만 가져온다. 모든 전쟁은 따라서 제한전쟁이 되어야 한다는 지론이다. 이 전략은 이후 미국의 국지개입의 기본개념이 됐고 소련세 팽창저지, 더 나아가 소련 붕괴에 적지 않은 역할을 한 게 사실이다.
미국의 역대 대통령을 평가할 때 ‘최악’의 반열에 드는 대통령의 하나가 그랜트다. 정치적 평점은 낙제점이다. 전쟁에 대한 그의 시각은 그러나 상당한 평가를 받고 있다.
그랜트는 자신이 북군 총사령관으로 싸운 남북전쟁을 1846년 미국-멕시코 전쟁의 연장선상으로 파악했다. 멕시코 전쟁의 목적은 그에 따르면 다른 게 아니었다. 남부의 제주가 노예제국을 넓히려는 영토적 욕심에서 비롯된 것 일뿐이었다.
남부가 연방 탈퇴를 한 것도 같은 목적이었다는 것이다. 멕시코, 카리브 지역 등으로 노예제국을 계속 확장시키겠다는 의도였다는 것이다. 노예노동을 수반하는 목화재배는 그만큼 광활한 영토를 필요로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남북전쟁은 한마디로 적절한 시기에 적절히 치러진 전쟁이라는 평가다. 링컨 대통령의 결단이 늦었더라면 어떤 결과가 왔을까. 하나의 가정이지만 이후 역사는 엉뚱한 방향으로 흐르고 미국의 현재 모습도 전혀 달라져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전쟁 얘기가 계속 나오고 있다. 이란 핵 위기 고조, 극렬 테러단체 하마스의 부상 등 시시각각 급변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중동사태와 관련해 일고 있는 현상이다.
그 논란의 한 줄기가 ‘제한전쟁 회의론’이다. 미국이 당면한 적은 소련과 같은 핵 강대국이 아니다. 비대칭무기를 사용하는 극렬 테러집단에, 광신적 회교 신정체제다. 이들은 서방문명 그 자체를 부정하고 있다. 근본적으로 문명의 공존을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을 상대로 한 전쟁이다. 종전의 제한전쟁 성격의 전쟁이 과연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논란의 주 쟁점이다.
논란의 또 다른 줄기는 조기전쟁론이다. 현 상황은 1930년대와 흡사하다는 데에서 출발한다. 나치 히틀러의 협박에 서방은 질질 끌려 다녔다. 그러다가 뒤늦게 전쟁에 돌입했다. 그 결과는 수천만에 이르는 참담한 인명피해다.
역시 가정이지만 1939년이 아닌 1936년 서방이 개전을 선언했더라면 유대인 학살을 비롯한 엄청난 인명피해를 피할 수 있었다는 지적이다. 조기 결전이 더 큰 전쟁으로의 확대를 막을 수도 있었다는 뒤늦은 후회다.
여기서 한발자국 진전한 주장은 이렇다. “작은 불로 큰 불을 끌 수 있다. 조기 전쟁이 오히려 핵전쟁 같은 미래의 대참사를 막을 수 있다.”
더 구체적인 얘기도 나온다. ‘생각할 수 없는 것(the unthinkable)에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다른 말이 아니다. 전쟁 각오를 하라는 거다.
서방의 제재 없이 극렬 회교 신정체제 이란이 핵무장에 성공한다. 이는 볼셰비키 혁명이나, 나치 히틀러 출현과 비유된다는 것이다. 그 주장에는 절박감이 묻어 있다. 그 경우 ‘서방시대’의 붕괴 가능성도 엿보인다는….
그 절박감을 한 역사가는 이런 식으로 표현했다. “뒤늦은 해석이지만 20세기의 결정적 전환점이 된 해는 베를린 장벽이 붕괴된 1989년이 아니다. 그보다 10년 전인 1979년이다. 이란의 미국 대사관 인질사태가 발생한 그 해 말이다.”
중동 사막지역에서 불어오는 모래바람이 어쩐지 심상치 않아 보인다.
옥 세 철
논설위원
secho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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