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륭웅(공학박사)
풀을 말리고 태워서 그 연기를 들이마시는 동물은 사람 뿐이라고 한다. 담배 속에는 수 천종의 독성물질이 들어있으며 마약보다 더 중독성이 강한 것이 담배라고 한다. 자그마한 담배 한 개비 속에 그런 어마어마한 독들이 숨어있다니 기가 막히다.인간이 만들어낸 그 어떤 것보다도 인간의 생명을 가장 많이 앗아가는 것이 담배이다. 거의 모든 암은 담배로부터 시작된다고 해도 크게 틀린 말이 아니다. 특히 폐암은 거의 대부분 흡연이
그 원인이다.전체 암 사망자의 30%를 차지하는 폐암은 유방, 전립선, 대장, 간, 신장, 피부암의 사망자 수를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생명을 앗아간다.
폐암은 너무 늦게 발견되며 5년 생존율은 5% 밖에 안된다.
담배 한 개비는 생명을 7분 단축시킨다고 한다. 한 갑이면 2시간이고 평생 담배를 피운다면 대략 5년 정도가 연기와 함께 사라져버린다.
현재 뉴욕시에는 100만명 이상의 흡연자가 있는데 이들 중 1/3은 담배 때문에 14년 정도 생명이 단축된다. 끔찍하다고밖에 할 수 없다. 일찍 죽는 문제를 떠나서도 흡연자는 사는 동안 그 삶의 질이 매우 낮다고 할 수 있다.
나는 오랫동안 병원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데 별의별 환자를 다 만나게 된다. 10년 동안 소변을 한 방울도 못 본 사람... 그 중에서도 가장 힘들어하는 사람은 호흡이 곤란한 사람이 아닌가 싶다. 숨을 한번 쉬기 위해 들이는 노력, 숨아 잘 안 쉬어지니 어디를 붙잡으려고 하고... 옆
에 있는 사람들이 한겨울에도 식은땀이 날 지경이다.
이런 호흡곤란을 앓는 사람들이 흡연자였다. 폐암으로 작고한 배우 율 브린너는 자기 인생 최대의 실수는 흡연이라고 했다. 흡연으로 호흡 곤란을 겪는 환자들도 같은 말을 한다.우리들의 폐는 담배를 끊어도, 또 많은 세월이 지나도 절대 원상으로 회복되지 않는다. 이것은
의학적인 사실이다.
현재 뉴욕시의 평균 담배가격은 한갑에 7달러이다. 이중 3달러가 세금이다. 하루 1갑을 태워 없앤다면 1년이면 2,500달러 정도가 담배값으로 없어진다. 평생을 따지면 몇만 달러이다. 엄청난 돈이다.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이웃을 위해 값지게 쓸 수 있는 돈이다. 또 흡연자는 같은 인간,
사회, 국가에 많은 부담을 지우게 된다. 아무도 이런 것을 원치 않을 것이다.담배를 피우지 않거나 또 피우는 사람들 중에서도 “뭐, 담배 하나 못 끊나.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금연한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그렇다면 오죽이나 좋겠는가. 금연은 의지만의 문제가 아니다. 세상사 고달퍼서 끊기 싫어하는 사람도 많다. 그 괴로워하는 남자(물론 여자도
있지만)의 속을 누가 알 것이며 누가 어루만져 줄 것인가. 세상의 아내들은 이런 남편의 마음을 이해해 주길 바란다. 그러나 괴로워도 끊고 덜 괴로워지는 다른 방법을 흡연자들은 찾아야 한다. 어쩌겠는가. 그게 인생인데.
나 자신 전과자(?)였으므로 감히 말할 수 있다. 금연은 시체말로 장난이 아니다. 그냥 “담배나 한번 끊어봐” 하는 마음가짐으로는 성공하지 못한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하지 않을 수 없던 큰 결정들처럼 신중히 생각하고 작전을 세우고 굳은 의지로 실천하고 실천 도중에 있을 난관을 극복할 수 있는 방책을 세워두어야 한다.
끊임없이 자신을 단련시키고 채찍질 하고 반성하는 생활을 해야 한다. 개인의 책임이 무엇인지, 그 책임을 완수하기 위해서는 어찌해야 하는지, 담배를 끊는 그 자체에만 신경을 쓰면 성공하기 어렵다. 개인적, 사회적, 동료 인간에 대한 의무 등을 생각하고 또 깊이 반성하는 태도를 생
활화 해야 한다. 한 마디로 삶에 대한 깨달음이 있어야 금연도 성공한다.
시한부 삶을 사는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살아오면서 돈을 얼마나 벌었고 얼마나 권력과 명예를 얻었고 하는 등등의 것들은 전연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고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누구를 얼마나 사랑했는가”라는 것이란다. 아마도 그러리라, 아니 그 말씀이 진리이리라. 우리의 삶에서 사랑을 빼면 무엇이 남는가. 담배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을 온 몸으로 사랑하지 못한다면 어찌될까. 이것이야말로 진실로 후회되는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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